숲이 너무 울창해도 문제다

<과유불급>

by 디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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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LA지역 대형산불로 인해 전 세계인의 이목이 쏠렸다. 아마겟돈 상황, 악마의 바람 이란 표현을 들으니 현지 상황의 심각성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호주에서 일어났던 대형 산불 참사를 중계로 지켜본 적이 있다. 이재민 발생, 동식물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는데 대륙만 다를 뿐 또다시 비슷한 비보를 접하고 있다. 현 시국이 어수선하고 만만치 않지만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우리나라에서는 대형산불 소식이 뜸해서다. 잊을만하면 들려오던 산불 관련 뉴스가 잠잠하니 오히려 불안한 면도 있다.


이글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울창한 숲의 부정적 측면에 대해 나의 생각을 적는다. 우리나라 가정에 현대식 연료가 공급되기 전에는, 재래식 부엌에서 불을 지펴 음식을 장만하고 난방을 위해 구들장을 데웠다. 그 시절에는 당연히 많은 땔감이 필요했다. 넉넉지 못했던 주민들은 인근 산에서 연료용으로 나뭇가지나 낙엽을 무차별 채취했기 때문에 산은 항상 헐벗은 모습이었다. 죽은 나무의 뿌리까지 뽑아서 태웠다. 민둥산이 태어난 배경이다. 산에 나무가 없는 나라는 후진국의 상징이기도 했고, 산사태 등 심각한 환경 문제를 야기했다.


전국토가 벌거벗었던 시절에는 식목일이 중요한 국가행사였다. 학교에서는 "메아리가 살게시리 나무를 심자!"라는 노래를 가르쳤다. 식목행사를 국가적 사업으로 정한 후 함부로 나무 베는 것을 금하고 어린나무를 지속적으로 심었다. 내가 어릴 적 들었던 가장 무서운 말은 경찰 대신 "산감"이었다. 당시 그들의 임무는 '몽매한 백성이 산에 있는 나무를 무단 벌목'하는 것을 감시하고 적발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처음에는 효과가 더딘 듯했으나 깜짝 놀랄 일이 눈앞에 펼쳐졌다. 온 산이 거짓말처럼 푸르게 변한 것이다.


지금은 조상님 계신 곳 벌초를 위해 산소에 가려고 하면 우거진 숲 때문에 길을 찾기 어렵다. 억 센 풀과 여기저기 무성하게 자란 잡목이 걸음을 막는다. 생태계가 정상 작동되기 때문인지 말벌도 많다. 성묘를 하러 갔다가 종종 봉변을 당하는 이유다. 심지어 민가 바로 뒤까지 멧돼지들이 행차한다. 이들의 특징은 떼를 지어 다닌다. 녀석들이 지나간 자리는 몽골군이 한바탕 휩쓸고 간 전쟁터나 다름없다. 도덕감정이 있을 리 만무한 그들은 주둥이로 막 들쑤시고 다녀 인간들이 애지중지 관리하는 조상님 묘소가 파괴되는 일도 흔하다.


마을로부터 외딴곳에 있는 집들은 반려 의미보다는 경계용으로서의 사나운 견공이 늘 함께 한다. 하지만 야생동물들은 이들이 줄에 묶여있음을 금방 간파한다. 개가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면 겁 많은 노루들마저 버젓이 민가 주위를 들락거리며 애써 가꾼 텃밭을 초토화시킨다. 굳이 위로를 찾자면, 남획을 방치하게 되면 자칫 멸종 위기까지 몰릴 수 있었던 동물들의 생태계가 복원되고 있다는 것이니 나쁜 현상만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야생동물 보호론자와 피해를 입는 농부의 시선은 한방향일 수가 없다.


울창한 숲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어서 문제다. 여러 종류의 나무가 심할 정도로 빽빽하게 자란 데다 켜켜이 쌓인 낙엽, 자연재해로 쓰러져 방치된 후 바짝 마른 고목은 화마(火魔)가 발생 시 대형산불 확산의 앞잡이 역할을 한다. 현재 상황은 온 산이 불쏘시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당국에서는 화재예방을 위해 지속적인 계도를 하고 있지만 오천만 모두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는 건 아니다. 화난다고 불 지르고, 강한 바람이 부는데 한사코 밭둑 태우고, 영혼이 가출한 좀비처럼 아무 생각 없이 차창 밖으로 담뱃불을 버린다.


특히 우리나라 봄철은 편서풍이 불면서 바람이 강해지므로 더욱 조심해야 한다. 요즘 건조주의보 발령이 잦아지고 있는데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한편 관계 당국에서는 사방사업과 수목관리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임도를 내는 등 적절한 벌목을 때맞춰 시행하지 않으면 민둥산 못지않은 산사태의 위험성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산허리 자체가 무너져 아름드리나무가 쓰러지고 재빨리 흘러내려야 할 물길까지 막혀 더 큰 재해로 이어지는 현장을 목도한 바 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푸른 숲을 가꾸는 데는 수십 년이 걸렸지만 잃는 것은 순식간이다. 연례행사처럼 대형 산 불 발생, 진화 헬기 추락, 순직자 발생, 문화재 소실 등 더 이상의 슬픈 뉴스를 듣지 않았으면 한다. 인간도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조금씩 떨어져 지내는 게 바람직하듯 나무 역시 너무 붙어있으면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한다. 과유불급은 이 경우에도 적용된다. 어처구니없는 인재로 인해 자연에 생채기를 남기는 일 없이 화재 취약 시기가 무사히 지나가길 희망한다.


이상 기후는 푸른 숲과 모든 생명체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다. 자연이 사나워진 이유 중 하나는 인류가 상당 부분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과학자가 아니라도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인류가 기후 재앙에 사전 대비해야 할 사유는 자명해졌다. 급속한 온난화 진행은 결국 지구의 모든 생명을 거두어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어느 정도 우호적이었던 자연이 더 지독한 괴물로 발전하기 위한 2차 탈피를 시도하기 전에 적절한 대책을 서둘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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