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딤돌 Apr 09. 2024

화중지병이 떠오른다면

<3>

(고목에도 꽃이 피지 말란 법은 없다)


  자신 앞에 대단한 무언가가 펼쳐 저 있음에도 어찌해 볼 도리가 없고 그림의 떡 신세라면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다. 욕망은 끓고 있지만 도저히 성취할 수 없는 일로 치부하고, 입맛만 다시게 되는 경우는 어떤 상황일 때 발생 할까? 저잣거리 백성들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대상이 물건인 경우, 호주머니가 가벼워 사들일 능력이 안 되면 휴대폰 속에 사진으로 저장하거나 아이쇼핑으로 대신해야 한다.  애인이 보채면 손가락에 풀꽃반지를 끼우는 수밖에 없다. 거꾸로 아무리 돈이 있다 해도 물건자체가 희귀하면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다. 푸바오가 자기 할아버지 나라로 간 것처럼.


  세속적인 표현으로 상대가 “넘사벽”인 경우도 그렇다. 내 마음에 아무리 끌린다 해도 상대는 내가 왜 그렇게 가슴이 뛰고 안달이 나있는지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꿈속에서나 연인관계가 가능할지언정 현실세계에선 확률이 영에 가깝다. 대단히 유감이지만 우리는 본의 아니게 하나의 상품으로 분류되어 저마다의 고유한 거래 가격이 매겨지고 있다. 보험금 보상액이나 결혼정보회사가 좋은 사례다.


(루벤스 작  /  네이버)

  

  이성에 대해 눈을 뜨게 된 이후로부터 형성된, 상대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은 세상과 이별하기 전까지는 우리로부터 떼어 낼 수 없다. 그래서 할머니가 젊고 멋진 남자를 보면 옛적 연지를 발랐던 볼이 '볼그스럼' 해지는 것이며, 할아버지가 걸 그룹의 현란한 댄스를 보고 가슴이 쿵쾅거리는 증상을 느끼는 것이다.


 돈이라는 지원군도 있고 오체가 뜻대로 작동할 때는, 적극성 여부에 따라 용기를 발현하는데 별문제 없지만, 나이가 들거나 건강을 잃으면 조각 같은 미남자가, 자태가 뛰어난 절세미인이 눈앞에서 유혹한다 한들 속수무책인 상황이 전개될 뿐이다. 눈으로 “즐감”하는 수밖에... 말 그대로 화중지병 신세가 되는 것이다.


  건강이 장애물이었다면 걷어내면 된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자연의 현상에 순응하는 건 괴로워해야 할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젊어서 짝다리 짚고 껌 좀 씹으면서, 서운치 않을 정도로 나름 거리를 활보했다면 지금부터는 그림으로만 감상하는 일도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드물지만 간혹 일어나기도 하는 경우에 사용하는 속담이 있다. “고목나무에 꽃 핀다”처럼 나이 좀 들었다고 미리 촉 떨어져 낙심 말고 건강관리에 조금 더 유념해 보라. 그림 속의 떡을 현실 속의 떡으로 바꾸는 잠재 능력이 혹시 나에게 있을 줄 그 누가 알 수 있는가!  허리만 반듯하게 유지해도 즐거움이 늘어난다.


작가의 이전글 목련 예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