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딤돌 Apr 06. 2024

목련 예찬

<2>

(목련 꽃)


목련(木蓮)의 꽃말은 “고귀함”이다.

한자 의미는 나무에 맺히는 연꽃이라는 뜻이다. 

먼 옛날(백악기)로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가장 오래된 꽃식물 중 하나라고 한다.


완연한 봄이 시작되면 동네 이곳저곳에서 탐스럽게 피어나는 꽃들이 있는데 그중 으뜸은 바로 목련꽃이다. 기린처럼 길다 보니 눈에 쉽게 띄기도 하거니와 색은 어찌 그리 하얗고 고운지 경외감이 절로 인다.


목련의 진면목은 봄철만 보여주는 게 아니다. 엄동설한 북풍한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때가 되면 틔워낼 꽃 몽우리를 안고 처절하게 버텨낸다.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습을 보노라면 바라보는 이가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자기 몫을 다한 꽃잎들은 아무런 미련 없이 지상으로 내려앉는다. 같은 나무에 맺힌 꽃이라 할지라도 햇빛을 받는 량에 따라 개화시기가 조금씩 다르다. 먼저 핀 꽃이 먼저 진다는 진리를 일깨워 준다. 아무리 화려해도 절정의 순간은 찰나임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한여름의 더위를 물리치는 데는 목련만 한 나무 그늘이 없다. 잎의 면적도 적당히 넓어 안온한 그늘을 선사하며, 불청객 벌레들의 난동이 상대적으로 미미하여 아무 데나 걸터앉아 멍한 상태로 쉬기 편한 자리를 내준다.


어찌 꽃만 예쁘랴! 만추의 계절이 등장하면 만산홍엽의 일원이 될 자격이 넘치는 낙엽들을 , 겨울을 재촉하는 비바람과 함께 하늘 높이 흩날린다. 여느 나뭇잎처럼 다음 해 새순이 날 때까지 버티는 법이 없다. 시원하게 자신을 만천하에 드러낸다. 나목의 미를 특별히 선물한다.


목련화가 가곡의 소재가 되었던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우리네 실생활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한다. 나무는 건축재로, 꽃은 향수 원료로, 껍질은 약재로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어려운 시기가 되어야 실력과 우열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고 했다. 지구란 행성의 숱한 환경변화를 견뎌내고 현재까지 살아남아 우리에게 깊은 의미를 전하는 목련이야 말로 다방면에서의 실력자, 아니 고수라고 찬양함은 지나친 일일까?     


* 참고 : 우리가 흔히 목련이라 부르고 있는 종(種)은 중국에서 건너온 백목련이라고 한다. 우리 고유의 순수 목련은 제주도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종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작가의 이전글 망설이거나 물어볼 필요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