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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딤돌 Apr 22. 2024

민들레 홀씨되어

<2>

(떠날 채비를 마친 민들레 꽃씨)


  현재 꽃의 전성시대를 구가하는 주인공은 단연 철쭉이다. 형형색색의 꽃들 사이로 이제는 진귀한 손님이 된 벌이 윙윙거리며 날고 있다. 아직은 생태계가 어찌어찌 작동하는 것 같아 반갑기 그지없다. 나뭇잎도 제법 체격이 커지고 점점 짙어져 간다. 만물이 생동하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낀다.


  어떤 녀석은 수수한 미를 뽐내는 꽃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새로이 태어날 생명을 위해 꽃대 맨 위에 솜사탕 같은 꽃씨 뭉치를 아슬아슬하게 매달고 있다. 조금만 세찬 바람이 불라치면 허공으로 날릴 만반의 준비를 갖춘 개체가 있는데 이름하여 민들레다.


  이른 봄부터 양지바른 곳 어디에서나, 노란색을 띤 조그만 꽃을 피우는 이 식물은 인기 가요의 제목이기도 하다. <민들레 홀씨 되어>란 곡을 음미해 보면 머나먼 곳에 있는 사랑하는 님 에게 하얀 솜털처럼 흩어지는  꽃씨가 되어 하루빨리 날아가고 싶은 절절한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돌틈에서 꽃을 피운 민들레)


  내 고향 시골에서는 조그만 바구니를 든 동네 누님들이 나물을 캐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초봄에 민들레의 어린잎을 채취하여 나물로 버무려 먹었다. 씀바귀와 사촌쯤 되는 게 아닐까 한다. 진액 때문에 쌉쌀한 맛이 강했으나 어른들은 밥맛이 돌아오게 하는 별미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어린 나는 전혀 수긍할 수 없었다.


  오히려 내가 키우는 토끼가 민들레를 아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인간을 비롯하여 여러 초식동물들이 먹을 수 있는 풀과 독초를 구분하는 능력을 가진 걸 보면 놀랍다. 아마도 우리 조상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먹거리로서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척박한 돌 틈에서도 싹을 틔워 낼 정도로 강인한 생명력에 경의를 표한다. 민들레의 씨들이 무탈하게 멀리멀리 퍼져 나가 자기만의 꿈들을 이루길 응원한다.



* 민들레는 꽃을 피우고 통상적인 수분에 의해 씨를 키워내므로, 홀씨란 표현은 옳지 않고 꽃씨란 표현이 맞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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