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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딤돌 Apr 24. 2024

부채 의식

<4>

(중동 파견 근로자, 열사의 땅이지만 미소가 아름답다. 이들의 노고는 우리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다 / 네이버)


  부채의식이란 “무언가에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나 느낌이다.” 고객의 심리를 이용하는 마케팅 기법으로서 부채의식 갖게 하기도 있으나 이글에서는 우리들 삶 속에서의 사례를 탐색해 보고자 한다. 먼저 일반적으로 어떤 경우에 부채의식이 생기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옛날에는 글 좀 읽는다고 도덕적인 부담감을 느꼈다. 글을 모르는 무고한 백성들이 탐관오리나 지주로부터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광경을 목도하고서, 진실을 알려주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지식인으로서의 처신을 가지고 고민했다. 지금은 완전히 변했다. 자신들의 이해관계 외엔 관심 밖이다. 리더라 자칭하는 사람들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부채의식을 갖고 있기나 한 것인지 오히려 의심스럽다.


  부모의 희생아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공부한 자식은 가족에게 무언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에 짓눌렸다. 일반적으로 장자(長子)에게 이런 부담이 주어졌으며 대부분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하지만 의지만으로는 되지 않는 경우도 많은 법! 죽을힘을 다했으나 결과물을 만들지 못했을 때 주변인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평생 힘들게 사는 경우도 있었다.


  현실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경우인데, 조직에서 공동목표를 부여받은 경우 명시적 암묵적으로 각자의 역할이 주어지게 마련이다. 능력의 차는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저성과자는 부담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을 향한 주위의 시선이 고울 리 만무하므로 항상 부채의식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무임승차자란 딱지가 붙는 게 싫어 나름 몸부림친다. 안타깝지만 현 경제시스템은 앞으로도 이러한 유형에게 우호적이 아니다.


  위 사례들의 경우는 누가 강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갖는 일종의 선한 감정이라 하겠다. 부채의식을 갖는 자세로 임하면 좋을 경우를 추가로 적어 보겠다.


  금수저가 흙수저에 대해서 이 감정을 갖는다면 품성이 바른 사람이다. 우연히 갖게 된 우월성을 과시하지 않고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살 필 수 있는 공감능력은 성숙된 자세다. 선대의 거액유산을 받는 행위를 당연하게 여기면 곤란하다.  같은 이유로 연예계, 스포츠계 등의 정점에 있는 이들은 ‘조연’이 있어 자신들에게 큰 영예와 부가 따른다는 걸 안다면 정상에 설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경영자는 조직 구성원의 헌신에 감사함을 느끼고, 전투에서 승리한 지휘관은 수많은 병사들의 희생을 가슴 아파하는 부채의식이 있다면 존경받을 만하다. 이른 아침 보도를 걸으면서 상쾌함을 느낀다. ‘꼭두새벽에 빗질을 했구나!’ 고 감사해하면서 누군가의 노고를 떠올린다면 아름다운 사람이다. 나의 현 위치와 영광은 자신만의 노력에 의한 결과물이 아니다. 부지불식간이지만 무언가의 상호작용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원형 경기장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검투사의 후예들이 스포츠 스타가 되고, 귀족의 향락을 위해 재능을 팔던 직업들이, 오늘날에는 화려한 대중 스타들을 배출하게 될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들의 재능을 구매해 줄 팬덤층이 대량으로 형성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상의 변화가 그들에게 기회를 준 것이지 전적으로 개인의 노력에 따라 얻어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겸손할 필요가 있다.


  종업원의 서비스를 고마운 마음으로 받지 않고 “나는 너에게 합당한 비용을 지불했으니 당연히 그만큼의 봉사가 있어야 한다.” 이런 계산적인 자세는 ‘함께 사는 세상 구현’에 최대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다. 적절한 부채의식은 나의 품격을 높이는 길이다. 친환경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임으로써 후대에게 지우는 짐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할 마음가짐이 되어있다면 귀하는 이미 훌륭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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