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 전부는 아니다

by 디딤돌

우리 동네 재래시장 야채가게 아주머니를 생각하며 이 글을 쓴다. 그녀는 일 년여 전까지만 해도 추우나 더우나 사시사철 낡은 트럭에 채소를 싣고 와 아파트 입구에서 물건을 파는, 소위 행상(行商)을 했던 분이다.


친절한 데다 장사 수완이 뛰어나 동네 주부들이 그녀가 취급하는 상품을 애용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여건이 되었는지 재래시장 초입 귀퉁이에 조그만 가게를 얻었다. 그곳은 자연스레 인근 할머니들의 사랑방 겸 야채 전시장으로 변했다. 아내 역시 단골이 되어 종종 들렀고 상당기간 여전히 성업 중이었다.


나는 시장을 지나치면서 간혹 아주머니를 스치듯 보았다. 여성으로서는 비교적 체격이 컸는데 어딘지 모르게 건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억척같이 일을 했지만 그늘이 보였다. 그간의 고생이 지병으로 진행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참새방앗간 같았던 야채가게가 어느 날 갑자기 덮개를 씌운 채 인적은 끊기고 정적감만 멤 돈다. 무슨 일이 있었나? 갑자기 궁금해졌다.


나는 그녀의 건강이 문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진 고생 끝에 겨우 가게하나 얻었는데 그녀가 계속 서있지 못하도록 무언가가 뒤를 잡아당겼다는 생각이 든다. 제발 내 추측이 틀렸기를 바란다. 불확실한 앞날을 위해 현재를 너무 가혹하게 보내는 것은 현명한 생각이 아닐 수 있다. 정작 누려야 할 시기가 왔을 때는 건강을 잃어 모든 게 허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불가(佛家)에서는, 지나간 과거에 집착할 필요가 없고, 더욱이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 나의 열정을 과도하게 가불(假拂)해서 쓰지 말라고 했다. 오히려 바로 지금을 알뜰하게 살피라고 가르침을 준다.


불구대천의 원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신분의 한계를 극복하고 각고의 노력 끝에 최고의 통치자 지위에 오른 사람이다. 그는 권력자로서의 영화를 충분히 누렸지만, 죽음을 앞두고 아쉬움이 남아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몸이여, 이슬로 와서 이슬로 가니, 오사카의 영화여 꿈속의 꿈이로다."


세상을 마음껏 누린 이의 회한도 이럴 찐데 진탕 고생만 하다가 죽으면 어찌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있겠는가! '인생은 삼세번 같은 기회를 주지 않는다. 딱 한 번이다. 잘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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