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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아우성

<2>

by 디딤돌
(뿌리가 드러난 소나무)


내가 사랑하는 산책길 중 일부구간이다. 사계절 다양한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는 친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내 마음은 이곳을 지나칠 때마다 편치 않다. 할퀴고 찢겨 생채기 투성이인 뿌리들 때문이다.


짠한 마음에 그들을 쳐다보면,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직전의 반려동물이, 그동안 고마웠다고 보호자에게 보내는 마지막의 쓸쓸한 인사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호우와 강풍 앞에서 어찌 견딜지 걱정이 된다.


우리는 삶에 쫓겨 다니며 아우성이고, 나무들은 이상 기후로 인한 국지성 호우와 인간의 너무 잦은 통행으로 인해 뿌리가 드러나도록 파여 고통을 받고 있다. 모든 존재의 행성살이가 쉽지 않아 보인다.


별도 산책로가 옆에 있음에도, 사람들이 굳이 이 나무들 사이로 하염없이 오르내리는 바람에 훼손이 더욱 빨리 진행되고 있다. 나무에게는 인간의 발걸음 소리 자체가 공포 일지도 모른다. 이들이 숨 좀 쉬고, 자연상태에 가까운 여건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산책을 즐기는 이들이 배려하면 좋겠다.


걷다 보면, 본인만 살겠다고 고통받는 나무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등 을 나무에 반복적으로 부딪치고 있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나무껍질이 벗겨져 떨어지고 심지어 그 부위가 반들반들하기도 한다. 그런 행동을 반복하면 자신의 어느 신체 부위가 좋아지는지 모르겠지만 지켜보기에 불편하다.


제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시멘트 벽에다 원 없이 화풀이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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