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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있으랴!” 는 속담이 있다. 세월이 지긋한 분들은 이 말이 어느 경우에 주로 사용되는지를 안다. 보통 남성이 여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면서 마음을 받아달라고 할 때, 몇 번의 거절이 있더라도 계속 노력을 하면 성의를 참작하여 결국은 받아들일 것이라는 속설이다.
남녀 교제가 개방적이지 않았던 당시에는 선택의 폭이 좁았다. 제한된 후보 중에서, 조금 성에 덜 차더라도 상대가 얼마나 적극적인지 여부에 따라 마음을 열었다는 얘기다. 지금 청춘들은 "이게 무슨 소린가?" 할 것이다. 의사표시가 분명하고 호불호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세대들에게는 정말 속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지금도 이런 행위를 한다면 아마 스토커란 오명을 써야 하고 법적책임에서도 무사하지 못한다. 몇 번 두드려 보아도 넘어질 나무가 아니다 싶으면 일찍 돌아서는 게 서로에게 이롭다. 가뜩이나 혼인과 출산율이 낮은 상황에서 무책임한 말로 비칠 수 있으나 당사자가 원하지 않은 혼인이 성사되면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신중을 기하라는 의미다.
열 번 찍어대면 곤란한 사례가 또 있다. 될 성싶지 않은 곳에 열정과 돈을 쏟는 경우다. 예를 들자면, 결과를 맺을 가능성이 낮은 사업에 기왕 들어간 돈이 얼만데 하면서 추가 투입을 멈추지 않는 경우다. 소위 “매몰원가(sunk cost)” 포기를 과감하게 실행할 결단력이 없으면 열 번 아니라 스무 번을 찍어대도 손실만 증가한다. 만약 주식거래를 한 경험이 있다면 “물타기” 가 얼마나 위험한 의사결정인지 알 것이다.
청춘사업이나 실제사업도 어느 정도 타고난 감각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여러 번 시도하지 않고서도 미인을 쟁취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만나는 사람마다 헛물을 켜는 맹탕도 분명 존재한다. 경영이나 투자활동에서도 시기 포착과 “손절매”를 과감히 함으로써 성과를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번 붙들면 뿌리가 다 썩은 줄도 모르고 움켜쥐고만 있다가 낭패를 보는 부류가 반드시 있다. 어떡하나, 타고난다는데...
따라서, 자신을 아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야 들 곳인지, 아예 쳐다보지도 말아야 할 곳인지를 알게 된다. 세상 살아가는 길은 다양하다. 사업은 감각이 있고 머리회전 빠른 사람에게 맡기고 자신은 월급쟁이를 선택하면 된다. 세상은 공평하다. 경영자는 자기 책임 하에 움직이는 사람이다. 자율적이긴 하지만 항상 위험과 동행해야만 한다. 급여생활자는 어찌 보면 자기 결정권이 없는 노예(?) 신세다. 다행하게도, 울타리를 벗어나면 자유인 신분으로 회복되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그 정도 불편쯤은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어느 경우를 불문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어떤 삶을 살까?’에 대한 물음이 있어야 하고 목표가 세워졌다면 실천해야 한다. 금전이 궁극의 목표는 아닐 것이다. 행복한 삶을 위하여 차근차근 계획을 실행한다면 성취 과정에서 따라오는 기쁨은 어느 것과도 견줄 수 없다. ‘했었더라면’이라는 소리는 자신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 뿐이다. 마음 가는 데로 따라가 보고 실행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자!
예외는 어디에나 있는 법. 하염없이 찍어대야 밥벌이가 되는 녀석이 있다. ‘바로 딱따구리다.’ 집 뒷산은 “다다다다다~” 소리가 요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