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이 글을 쓰는 나도 죽음이 두렵고 오래 살고 싶다. 삶을 포기하고 싶은 사람이 아닌 한 누구나 같은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 입장은 그렇지만 전체시각에서 바라보면 장수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희소해야 대우를 받는 법인데 눈에 보이는 게 노인들 뿐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오래 사세요!라는 영혼 없는 인사치레마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인구 구조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항아리 형태가 삼각형으로 해소되는 날 이나라는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걱정 반 농담 반으로 무전장수, 유병장수 시대라는 말을 하는데 앞으로는 유전장수마저 보는 눈이 곱지 않을 수 있다는 상상을 한다.
칠순거지란 말도 있다. 노후준비는 미약한데 대책 없이 오래 사는 결과로 인해 경제적으로 파산상태에 이를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노인에 대한 복지 정책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노령층 인구수, 재정과 기금 상태 등 을 감안 하면 획기적인 해결 방안을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산업의 주역이던 시절에는 국가경제에 기여한 바 컸지만, 거꾸로 본격적으로 은퇴를 시작하면서 사회와 후대에게 부담을 주는 존재로 변하고 있다. 재산을 축적한 층은 쌓아만 두고 선순환 동참에 소극적이며 빈곤층은 대책 없이 지원만을 기대하고 있으니 나라와 젊은이들에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다 노인이 ‘공공의 적’이 되는 건 아닐지 걱정이다.
노인들의 처한 상황도 각양각색이다. 세상에 부담주기 싫어 빨리 떠나고 싶어도 매일 아침이면 눈이 저절로 떠진다는 사람도 있고, 개인적인 노후준비를 소홀히 해놓고 다짜고짜 국가와 자식에게 알아서 하라고 강짜 부리는 이도 있고, 모든 걸 가졌음에도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 “가뭄에 논 물 줄어들 듯 여명이 얼마 남지 않는 사람”도 있다. 나머지 대부분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저승보다는 낫다"는 신념에 찬 사람들이다.
수명은 연장되고 아픈 사람이 많으니 자연히 병원은 붐빈다. 보험을 든 사람은 본전을 뽑겠다는 심보로 과잉진료와 치료를 요구하는 바람에 보험료 인상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선의의 보험계약자들에게 비용을 전가시키는 셈이다. 건강보험료 한번 변변히 납부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무분별하게 지원하는 바람에 대다수는 등골 휘도록 보험료를 매월 부담한다.
노인들이 젊은 세대들과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생각해 본다.
‘젊은이와 경쟁하지 않는다’ 자리를 제때 물려주어야 좋다. 직장에서도 그렇고 개인 사업, 소유물도 마찬가지다. 쥐고만 있지 말고 남은 생에 맞추어 적절하게 소비하고 조정(리밸런싱) 해야 한다. 순환하지 않으면 곪는다. “영끌투자”도 결론적으로는 젊은이들이 기성세대나 기득권자들과의 경쟁에서 패배한 것이다. 뒤처질까 안달이 난 젊은 영혼을 이용하지 말고 그들이 건전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오히려 협조해야 한다.
'건강관리에 최선을 다한다' 기름진 음식 마음껏 섭취하고 술, 담배 지속하면 병원 종사자들과 친해질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 재원을 멍들게 하고 본인의 최후도 아름답지 못하게 된다. 성인병의 대부분은 과잉섭취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하니 섭생에 신경 써야 한다.
‘염치를 안다’ 꼰대는 많아도 참 어른은 보기 어렵다. 욕심이 많고 부끄러움을 모르기 때문이다. 행동은 멋대로 이면서 권리는 철저히 누리려고 한다면 충돌밖에 없다. "무임승차 제도는 유지하고 일반승객에게 요금을 올려 받으면 되지 않느냐?" 한심하다. 전임 대통령의 말대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무엇인가 선한 영향력을 남기려 노력한다’ 이름 석 자는 못 남기더라도 주위에 좋은 이미지를 남기자! 가족마저도 고개를 돌리게 하는 어처구니없는 인생을 살아서는 안 된다. 자석처럼 무언가를 자구 끌어드리려 애쓰지 말고 놓아주어야 한다. 본인에겐 보물단지라도 타인에겐 애물단지 일 수 있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것처럼 앞으로는 노인에게 우호적이지 않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지금은 그래도 지낼만한 세상이고 선거 때 지지표라도 나오려니 하고 우대하지만 상황이 바뀌면 돌변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젊은 세대에 공감하고 어려움은 같이 질 줄 알아야 하며 의자는 물려줄 줄 알아야 한다.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면 밉상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장수해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필수요건은 ‘어른다움’이다. 자신을 산속에 버리러 가는 자식이 집으로 돌아가는데 문제가 없도록 소나무 가지를 꺾어 길에 떨어뜨리는 심정으로 살아가면 모든 게 부드럽다. 건강한 생각으로 바람직하게 산다면 이 사회 구성원 모두가 환영할 것이고, 훌륭한 당신을 위해 비용을 조금 더 지출하는 일에도 후대 세대는 기꺼이 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