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가 넘치는 세상

<4>

by 디딤돌

(네이버)


조용히 지내고 싶은데 여기저기서 가르침을 주겠다고 아우성이다. 물론 순수한 의도는 아니고 목표 고객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경우이거나 조회수 증가를 목적으로 그런 줄은 안다. 요즘 노인에 대한 불필요한 오지랖이 넘쳐나는 것 같아 이 글을 쓴다. 어느 누구나 환갑 무렵까지 살아남았으면 나름대로 세상 살아가는 필살기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입장을 존중해 주었으면 한다. 공해에 가까운 사례를 나열해 보겠다.


1. 보험을 가입하라고 한다.

병들고 힘없으면 자식 소용없으니 암, 치매, 간병비 등을 대비하여 사전 준비하라는 얘기다. 좋은 죽음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품위 있는 죽음을 얘기하는데 일부는 실천 가능하나 대부분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인생의 마지막 길을 걷는 분들을 곁에서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면 동의할 것이다. 자신의 의지가 작동하지 않는데 어떻게 품위를 지켜 낼 수 있겠는가?


깨끗하게 마무리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아름다운 최후 모습에 대한 환상을 버리는 게 어떨까 한다.’ 오히려 마지막 무렵의 불편한 상황은 불가피하게 이 세상에 신세를 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평소에 건강에 유의하고 ‘삶’의 의미에 대한 성찰을 지속적으로 한다면 그것으로 최선을 다한 셈이다. 그다음에 일어나는 일들은 하늘의 뜻이다.

2. 상속, 그거 조심해서 하라고 사방에서 훈수 둔다.


유산이라는 미끼를 적절히 활용하여 자식들이 효도를 하도록 밀고 당기기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한다. 얼마나 자식 교육에 문제가 있었고 스스로 모범적이지 않았으면 그런 일이 발생했을까를 먼저 돌아보는 게 도리다. 건전한 사람들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설령 별도로 특별한 유언을 하지 않아도 남은 가족은 사회통념에 맞도록 올바르게 처리할 것이다. 평소 배우자나 자식에게 그늘을 많이 드리웠으면 뒷말이 무성한 법일뿐이다.


3. 부동산 관계자도 한마디 보탠다. l

구차하게 자식들 눈치 보지 말고 초현대식 시설에 의료서비스까지 완벽한 타운하우스에 입주를 권유하거나 소유한 부동산을 근거로 주택연금을 신청하여 다 쓰고 떠나라는 등의 솔깃한 말들을 끊임없이 쏟아낸다. 개인이 나름대로 쌓은 인생의 지혜를 가볍게 보고 하는 말들이다. 전원생활이 좋은 사람도 있겠고 자식과 가까이서 지내고 싶을 수도 있고, 상황에 맞춰 선택할 문제이다. 개인의 재산 처분 방법에 대해서 가타부타하는 건 불편한 일이다. 누구는 눈에 밟히는 자식을 위해 일부는 물려줄 수도 있는 것이다.

4. 구호는 노인 공경 운운하는데 실제는 반대다.

말은 최소로 하고 지갑은 최대한 많이 열어야 미덕이라고 은근히 등을 떠민다.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꼰대, 틀딱충, 무임승차자 등 온갖 비하의 말들을 동원하여 수모를 안긴다. 물론 어른스럽지 못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노인은 건전한 의식을 갖고 있는데도 말이다. 노인을 배척의 대상으로 보면 곤란하다. 푸대접하는 자들이 정작 자신이 노인이 되면 세상 탓 더할 것이다. 늙고 죽는 것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나의 일이 아닐 것처럼 행동하면 곤란하다.


5. 컴퓨터나 정보에 소외된 노인들을 위해 도움을 주겠다고 난리다.

어떻게 개인 정보를 입수했는지 모르지만 급등하는 주식을 통해서 , 코인투자를 해서 노인에게 일확천금을 안기겠다고 경쟁적으로 난리다. 심지어는 복권 당첨 가능 번호도 알려주겠다고 한다. 이러한 안내 문자를 일주일만 지우지 않으면 다양한 내용의 메시지 화면이 볼만하다. 왜 원하지 않는데 돈을 벌게 해 주겠다고 아우성일까? 그토록 실력이 있으면 자신들 재산이나 불릴 일이다. 이들도 일종의 보이스 피싱 범과 하등의 다를 바 없다. 노인의 돈도 역시 귀하다.


6. 개인방송에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사람 정리 요령을 알려준다.

도움이 되지 않는 친구, 가족의 정리를 부추긴다. 심리학 전공자를 비롯해 정신과 의사까지 가세하여 자세히 설명한다. 현실에선 내가 버리기 전에 스스로 알아서 떠나고, 죽어서 헤어지고 나니, 남는 사람도 별로 없다. 진실된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며 저승길 친구가 최고라는 등 어처구니없는 말들을 쏟아낸다. 말장난 수준이며 소음처럼 들린다. 나이가 들면 사라짐과 외로움은 자연스러운 동반자다.


“들린다고 다 들을 필요 없다." 살아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하고 역할이 끝나 자연이 부르면 자연스럽게 응하면 된다. 억지를 부리고 무슨 방편을 마련한다고 인생이 갑자기 바뀌는 것은 더욱 아니다. 평소 살아온 삶의 방식이 제대로 면 모든 게 순리대로 흘러간다. “하루를 잘 보내면 그 잠이 달다. 그렇듯이 삶을 잘 살면 그 죽음이 달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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