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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딤돌 Apr 30. 2024

군맹무상 뒤집어 보기

<4>

   群盲撫象  

    

(네이버)


  군맹무상은 맹인들의 코끼리 더듬기 란 뜻이다. 이 말의 의미는 “자신의 좁은 소견과 주관으로 사물을 그릇되게 판단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알리고자 함이다.  자기 중심성이란 말과도 일맥상통하는데 이들은 여러 방면에서 문제점들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에 바람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들은 뜻이 맞거나 처지가 비슷하고 서로 교감이 잘되어야 편하다고 느낀다. 자연스럽게 그런 집단과 어울리게 되고 그들 집단의 생각이 세상의 표준인양 오해한다. 여기서 배타적이란 감정이 싹튼다.

위와 같은 시각에서 본다면 군맹무상식의 태도는 분명 지양(止揚) 해야 할 가르침이다.


  하지만 이를 거꾸로 생각해 보면 유용한 면 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러 의견을 제대로 ‘통합’ 할 수만 있다면 이상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원리다. 세상은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다. 저마다의 특성을 중요하게 보는 것이다. 획일적이고 일사불란 한 의견을 내는 곳에서 무엇을 창조할 수 있겠는가? 코끼리 다리를 만진 후라면 ‘다리’에 정통하면 된다. 대신 전부를 아는 양 하면 곤란하다.   

  

(자신의 영역에서 최고가 되는 게 중요하다  네이버)


  이제 지식은 AI에 맡기고 인간은 통합, 창조 부문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한다. 군맹무상을 뒤집어서 본 좋은 예가,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가 아닌가 한다. 동 작업에 여섯 개 국가가 참여했고 수많은 연구자가 이리저리 자신이 잘하는 영역을 돌아다니며, 저마다 이런저런 사실을 발견했고, 이들을 통해 쌓인 정보가 통합되면서 기념비적인 결과를 도출해 낸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콜라보라는 말도 '함께'의 중요성을 의미하는 것일 게다. 시너지를 내려면 우선 여러  전제가 필요한데 상호 간의 소통이 제일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여기서 길이 갈린다.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은 협업의 커다란 장벽이다. 마음이 닫혀있어 교감이 어렵다. 반대로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고 자신이 미처 몰랐던 부분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통합을 이뤄낼 가능성은 커질 것이다.  현대의 지도자 덕목으로 단연 첫 번째는 듣는 능력인 경청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정치를 보면 '성숙된 자세' 란 단어가 왜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정권이 바뀌면 모든 게 뿌리 채 흔들린다. 전 정권에서 실수한 정책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타산지석에 기초한 통합의 정신’ 은   먼 나라 얘기다. 교육, 여성, 출산, 부동산, 원자력, 대북정책, 외교, 통화 관리 등등 여러 방면에서 자신만이 옳다는 소리를 낸다. 똑같은 사안을 가지고 고민하는데도 입장차가 너무 크다. 아집과 소속집단의 이익에만 매몰되어 그러는 게 아닌가 한다. 말로는 국익과 국민을 위하는 길이라는데 동의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채택된 모든 정책은 나름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완급과 적용 시기의 문제만 다를 뿐이다.   현재와 지속적인 발전이 중요하다는 주체에겐 경제성과 효율이 판단의 주요 기준이 될 것이고, 모두 같이 가야 한다고 (특히 미래세대까지 포함하여) 생각하는 주체는 환경보전, 인간중심, 멈춤 등에 비중을 실을 것이다.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가치관의 차이다. 다만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고 적절하게 상호 보완된 정책이 필요하다.


  극심한 혼돈의 시대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자세가 바람직할까?  꿈같은 희망 사항이지만 군맹무상의 가르침을 거꾸로 받아들이는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발견한 모습을 조각조각 붙여가다 보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가 종국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구나무서기나 철봉을 통하여 거꾸로 매달린 자세로 세상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낯설지만 새로운 것들이 보인다. 편협하게 바라보는 시각의 틀을 과감히 깨트리고 소통하면  세상은 더욱 살만한 곳으로 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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