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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무십일홍

<3>

by 디딤돌
20230323_163335.jpg (꽃망울을 틔우기 직전의 왕벚나무)


花無十日紅


아무리 화려한 꽃도 고운 빛깔을 10일 이상 발산하지 못해서 이 말이 나왔을게다.

참뜻은 권력, 부귀, 영화, 삶 등의 정점은 오래가지 못함을 일깨워 주는 말이다.

권불십년이란 사자성어와도 서로 통한다. 힘 있는 사람들이 새기면 좋겠다.


나는 위의 무거운 의미를 물리고 다정하게 봄을 즐기라는 부탁을 하고자 이 글을 쓴다.

꽃의 향연이 펼쳐지는 계절 초입에 들어섰다. 모두에게 잠시 멈춤을 권하고 싶다.

‘현실이 아무리 고달프고 바빠도 아름다운 꽃과 향기를 느껴보기 바란다.’


이 시기가 다가오면 고려시대 문인 이조년 선생의 시조(다정가)가 항상 떠오른다.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일지춘심 자규가 알랴마난 ~ 잠못드러 하노라."

어느 초봄의 저녁 풍경을 이처럼 근사하게 표현한 옛 어른이 그저 존경스럽다.


벚꽃도 아름답지만 과수원의 배꽃(梨花)과 살구꽃의 은은한 멋 또한 대단하다.

좋은 계절을 마음껏 즐기자! 아름다움이 열흘 이상은 기다려 줄 수 없다지 않는가!

건강할 때 놀자고 노래했다. "늙어지면 못 노나니 화무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

상현달에서 보름달로 갈 때 즐겨야지 하현달로 변하면 자연스레 기가 빠진다.


혹시 인생이 고달프다고 느끼면 이렇게 생각하자.

세상이 나에게 반드시 우호적일 이유는 어디에도 없잖아?

사람을 괴롭히는 문제의 대부분은 우리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이라고 수없이 들었잖아?


얼굴 찡그리며 살다 깊은 주름만 얻는다면 보기 그렇다.

인생은, 항상 고달프지도 좋지만도 않다. 모든 게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선인들은 말했다.

최선을 다했으면 자연스럽게 세상 흐름에 맡기고 기다려 보자.


모든 것에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귀하는 ‘즐길 자격’을 스스로에게 부여했는지 묻고 싶다.

당신은 공기 부드럽고 '꽃 됴은'이 계절에 어떤 시절인연(時節因緣)을 만들 생각인가?

여유가 없다고? ‘마음’ 네가 문제로다.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렸다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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