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아는 순간

별안간 : 갑작스럽고 아주 짧은 동안

by 딛우


나는 직장을 다니면서 웹소설을 쓴다. 생각만 하던 시작은 늦어 이제 고작 한 작품이고, 결과는 쉽게 말하면 망했다. 그렇지만 또 쓴다.


별안간, 문득 어떤 기분이 들어 브런치 글쓰기를 눌렀다.





처음 시작은 직장이 아닌 나만의 수단으로 돈을 벌고 싶단 생각이었지만.

그것 말고도 글을 쓰며 줄곧 이어갈 수 있었던 큰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쓰다 보면 집중하게 되는 어느 찰나에 드는 기분이 좋아서였다. 정확히는 설명하기가 좀 어렵다. 아주 짧은 순간, 글을 쓰다 보면 도중 문득 느껴질 때가 있다. 마치 다른 차원 같기도 하고 묘하다. 잠시 슬로모션 같기도 하면서 그러다 숨통이 탁 트이고, 온 주변이 상쾌하며 평화롭다.


우리 집에서 나만의 공간은 고작 100센티 길이의 이케아 책상이다.

그 위엔 노트북 1개와 10년도 더 된 낡은 모니터가 연결되어 있고, 키보드, 아이패드가 있다.

모니터 아래에는 작은 시계와 타이머도 각각 1개씩 나란히 놓아두었다.


오롯이 나만이 앉아 쓸 수 있는 공간이다. 평일엔 길면 2-3시간(아예 앉지 못하는 날도 더러 있다),

주말엔 그보다도 제법 긴 시간을 이 자리에 앉아 글을 쓴다. 이 자리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선별해 틀고 화면을 열어 키보드를 두드리다 보면 주말의 소란함 속 나만 아는 순간의 여유와 함께 내가 펼치려는 이야기들이 치열하게 저마다 자기주장을 해대며 화면 위로 새겨진다.



오늘도 여전히 그러한 주말이었다.

늘 그랬듯 일요일이랍시고 느긋하게 굴며 게으름을 피우다가도 마음을 다잡고 책상 앞에 앉아 한참 집중하는 와중 이 고요한 듯 바쁘지만 바깥은 여유로운 주말임을 한 번 더 눈치채며 별안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는 이런 '지금'을 좋아하는 모양이라고.


일요일 늦은 오후 네 시 이십사 분, 내 작은 방 책상에 앉아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를 찾아 켜두고

평일 일상 중 틈틈이 적어둔 메모들을 열어도 두고, 조용히 둘러보는 시작. 그리고는 점차 정리가 되는 타이밍이 올 때면 머릿속 심어둔 스토리들을 끄집어내 조합하고 나열하곤 하는 이런저런 과정들이 여간 즐겁다. 이어서 커피 한 잔, 곁들이면 더 좋을 테고.


사실은 눕고 싶고, 마냥 넷플릭스만 보면서 뒹굴고 싶어 때때로 한없이 게을러지면서도, 이렇게나 별안간 나만 아는 즐거운 것들이 계속되어서 제법 괜찮다는 걸.


일상의 매 순간이 이렇게 절대 평화로울 순 없다는 걸 알기에, 종종 있는 이 별 거 아닌 한 순간이 모여 내가 할 수 있었구나라는 게 신기하기도 해서. 별안간 적어보는 이야기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뱉지 않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