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뱉지 않는 것

너 뭐 돼?

by 딛우

문득, 과거의 내가 그러했던가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더러 있다.


환경이 바뀌면 어김없이 생겨나는 싫거나 좋거나 한 판단들 말이다.

그건 사람이든 상황이든 자리하고 있는 물건이든 간에, 이런저런 판단들이 머릿속에 쌓이고

그 생각들은 쫌 시럽게 싹을 틔워 자리한다. 내가 부처가 아닌 이상에야 그런 남들에 대한 이런저런 마음들을 컨트롤하는 건 참 쉽지가 않아서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고, 염두에 두지 말자 되새기지만.


요즘, 참 그렇다.

괜찮을 것 같고 그럭저럭 넘길 수 있을 것 같던 것들이 하나 둘 거슬리기 시작한 시점, 또는 계절인 건가.

나만이 아는 혼자 예민하기 시작하는 시점이 어김없이 온다.


그럼 도처에 살랑대던 쫌시러운 시커먼 마음속 싹들이 움츠린 척하다 시커먼 봉우리를 드러내는 날이

한 번은 오고야 만다.


저 사람 왜 저래?

나랑 안 맞아..

사람 피곤하게 하네.


과거의 나라면 아마 주변 친구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어때? 내 말이 틀려? 내가 정상이지?'라며 의미 없는 답을 달라고 재촉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봐야 시커먼 봉우리를 한 아름 안고 있는 내 모습이 만족스러울 리도 없고, 나이를 점차 먹으며 방법을 좀 바꿔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 시커멓게, 그만 쫌스럽게 살자 싶은 거다.


결국은 이 또한 남이 아닌 날 위해, 스스로에게 더 집중하는 삶으로 향하기 위함이었다.



방법은 단순했다.

내뱉지 말고 흘려보내기다.


내가 굳이 바꿀 수 없는 것에 용쓰지 말고 차라리 내가 맞춰주던가 그럴 게 아니면 그저

스쳐가게 두자고.


사실은,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떠오르는 일이 있다.

뭣도 아닌 과거의 어렸던 난, 부끄럽고 하찮은 것들을 쥐고선 그게 다 맞다는 냥 유세를 떨어댔다.

내가 옳고 당신은 틀렸다며, 잘못했다는 답을 내놓으라고, 나이스하지 못하게 치사하게 굴고도

잘났다며 떠들고 다녔던 날이.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내가 할퀴려던 상대는 아마 진즉 알았을 것이다. 저저 어린놈은 언젠가 이 순간을 후회하며, 뒤늦은 사과도 전하지 못할 상황에 번번이 미안해할 때가 반드시 올 거라는 걸.


좀 더 어릴 적 알았더라면 상처를 주지 않았을 테고, 되레 나 스스로를 좀 더 다그쳤을 테다.

그러지 말라고, '너 뭐 돼?' 그때의 어리석은 내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판단하고 내뱉는 건 순간이라 쉽고, 참고 삼켜 잠시 흘러가게 두는 건 조금은 품이 들어 어렵다.

나이를 먹는 건 그렇게 종종 지나온 누군가에게 미안하고, 어려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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