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회사는

잘 다니려고 노력해요

by 딛우

우리 회사는 작다. 규모가 작은 탓에 인원 또한 적다.


"지금 회사 어때?"

"나쁘지 않아."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은 꼭 약속한 듯 이런 질문을 한다. 아마 가장 만만한 인사일 테다.

아무튼, 그런 질문을 한다면 난 언제나 나쁘지 않게 잘 다니고 있다고 답한다. 세상에 내 입맛, 내 마음에 완벽히 맞아떨어지는 게 뭐가 있을까. 하다못해 누군가 주머니에 쥐고 있을 돈을 버는(빼내는) 일은 절대. 저얼대 쉽지 않다는 걸 너무 잘 아는 나이이기도 하다.


이전에 다녔던 회사들은 좋고 나쁨을 떠나 팀 내 인원이 적어도 스무 명은 넘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인 곳에서 일을 하고 있고, 그 탓에 사무실 내에서 내 모든 행위는 함께 일하는 모든 분들의 레이더에 쉽게 노출된다. 어쩔 수 없다.





지금 우리 회사는, 집에서 아주 가깝다.

빠른 걸음이면 30분 정도다. 그러나 출근할 땐 세상 느린 걸음으로 보도블록을 거의 세다시피 하며 걸으면 45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지하철로는 한 정거장, 버스로는 세 정거장이다. 걷기를 그나마 좋아하는 나는 운동삼아 제법 자주 도보로 출퇴근을 한다. 특히 요즘처럼 선선하게 공기가 차지기 시작한 날엔 기분 좋게 가능하다. 공고를 처음 보았을 때 회사와 집의 거리를 확인한 뒤, 곧장 가까워서 이력서를 넣어보았던 기억도 있다. (물론 기본적인 것들을 따지긴 했지만)


사무실은 작지도 크지도 않다.

들어서면 곧장 커다란 책장을 넘어 그 앞으로 대표님 자리가 있다.

그런 대표님 자리 앞으로 직원 책상이 있어서, (파티션이 있으나) 대표님이 허리를 조금만

세운다 치면 우리를 지켜보는 모양새가 사실은 영 불편하다. 조금 많이 소극적이시고 돌려 말하기 1등인 우리 대표님은 작은 문제로도 늘 뒤에서 한숨을 푹푹 쉬는 버릇이 있지만, 우리는 못 들은 척해야만 한다.


회사에서 비흡연자는 나뿐이다.

9시 정시출근이지만 팀장님은 제시간에 오시는 날이 거의 없다. 이르면 9시 10분대에 오시지만 대부분은 3-40분대에 도착하신다. 그리고 출근하자마자 대표님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신 뒤, 대표님이 자리에 없는 걸 확인하고 나면 곧장 신발만 갈아 신고 슬리퍼를 탁, 탁 소리 내어 걸어 나가신다.


온 복도에 탁, 탁, 탁 슬리퍼로 팀장님의 발걸음 소리가 쟁쟁 울려댄다. 내가 생각하는 복도의 빌런이 몇몇 있는데 팀장님뿐만이 아니라 끄억대며 가래소리를 내는 사람, 손가락을 딱딱이며 소리를 내는 사람, 자기 사무실 놔두고 우리 사무실 앞에서 통화를 하는 사람 등 별별 사람들이 많긴 하다. 그 빌런 중 담배를 태우러 나가고 들어올 때마다 나는 팀장님의 소리(신호)는 슬리퍼를 탁탁 끄는 소리다. 그렇게 사라지고 나면 최소 20분은 넘은 뒤에야 돌아와 업무를 시작하신다.


담배는 기호식품이라고들 하니까, 담배를 태우고 말고는 그들의 자유지만 유독 누군가 담배 타임이 길어져 온몸에 냄새를 머금고 사무실에 들어올 때면 괴롭다. 모두 모여 회의를 할 때는 물론이고, 특히 내 뒤쪽에서 대표님이 숨이라도 길게 '후우-'하고 내뱉을 땐 정말 여전히 지옥이다. 소심하신 대표님은 늘 고민이 많은 탓에 1년이 넘었어도, 담배는 정말 힘들다.


자리를 좀 옮겨보겠다며(우리를 배려한 건 아니고 다른 뜻으로) 대표님의 희망고문이 종종 있긴 하지만

아직 실천하실 기미는 보이지 않으신다.

그날을 기다리며 버틴다. 언젠간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희망이 있다...(있을 거다.)




냉장고와 작은 테이블, 캡슐머신을 가져다 둔 안쪽의 통창으로 오면 하늘을 볼 수 있다.

요즘 내가 앉아 점심을 먹는 곳이기도 하다. (맑은 날엔 저렇게 참 예쁘다.)

냉장고엔 주로 물과 박카스, 그 외 편의점에서 사다 채워둔 음료수가 채워져 있고 미리 사둔 동료의 도시락이나 내가 넣어둔 닭가슴살이나 과일 도시락도 있다. 한참 더웠을 여름엔 편의점에서 3킬로짜리 얼음을 사다 두고 동료와 함께 아샷추를 신나게 타마시기도 했다.


*느닷없지만 (내 입에) 맛있는 아샷추 레시피

1. 아이스티 두 봉(너무 단 게 싫다면 한봉 반)을 까서 커 피한 샷을 내려주며 가루를 녹인다.

2. 얼음을 가득 담은 텀블러에 물을 반정도 넣어주고 미리 커피를 내려 녹여둔 아이스티를 붓는다.


그럼 맛있는 아샷추 완성.




작은 회사라고 해도 이전과 크게 다름은 없다.

일은 언제나 힘들고, 사람을 대하는 건 하나든 열이든 힘든 건 매한가지다.


이렇게 알게 된 이곳과 나의 사이엔 '일'이라는 게 반드시 존재하기에 그걸 우선시로, 적정한 '선'을 긋는 것이 중요했다. 물론 모든 일이 그러하지만 잘 '분리'할 줄 아는 것이 내 일상을 크게 흔들리게 하지 않는 방법인 것 같다. 그렇기에 때론 너무 팍팍하게 구나(?) 싶긴 해도, 모든 상황에 있어 내가 상처받지 않음이 우선인 난 그렇게 지내고 있다.(그렇다고 망나니는 절대 아니다, 성실한 직원이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 회사는 내게 적당해서 좋다.

적당한 관계, 적당한 일, 적당한 거리.

이 적당함이라 하는 것은 당연히 내가 조절해서 얻을 순 없는 것이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 회사로 오게 되면서 내가 벌인 무모한 도전에 대한 작은 성과라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겸업으로 웹소설을 쓰고 있다.) 하하 호호, 마냥 해피한 회사생활일 수는 절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틸만하단 생각이 들기 때문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인생에서 내게 또 하나의 다음 선택지가 나타나기 전까진 성실하게 잘 다녀보고 싶다는 다짐을 한다.


하지만, 여기다 몰래 가끔 이런저런 이야기를 적는 건 뭐 괜찮겠지. (큭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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