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쓰러졌다
엄마는 가끔 '나 어제 어떻게 잠들었니?'라고 잠들기 전 순간을 내게 물었다.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바쁘다바빠 현대사회를 외치다보면 종종 스륵 잠들어 뭐 하다 잤는지 모를 때가 나조차도 많으니까 말이다.
거기다 신경과 약을 복용 중인 엄마가 조금 예민하게 반응하는 걸지도 모른다 여겼다.
엄마는 아예 필름이 뚝 끊겨버린 느낌이라고 했다.
아예 기계의 전원을 꺼버린 것 같이 OFF 되어버린 잠들기 전 순간의 기억상실.
불안감을 계속 이야기했기에 병원에서 약도 재처방 받고 해 보았지만 약이 원인은 아니었다.
이런저런 짐작될만한 것들을 떠올리긴 했지만 할 수 있는 건 크게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괜찮아진 거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치만 뭐, 사람 사는 게 다 그렇듯 한동안은 또 그 증상이
없던지라 별 얘기가 없어서 나도, 엄마도 안심을 했고 말이지.
얼마 전, 일요일 새벽. 엄마가 쓰러졌다.
새벽에 흐릿한 정신으로 화장실에 갔다 나오는 길에 쓰러졌고,
몸이 추워 눈을 떠보니, 차가운 타일 바닥이었다고 했다.
너무 놀란 데다 온몸이 아프고 욱신거려 누굴 부르거나 할 생각도 미처 못한 엄만 기어가다시피 침대로 와 다시 잠들었다고 했다. 월요일 아침, 출근 준비를 하는 나를 슬쩍 부르더니 잔뜩 겁먹은 눈으로 새벽에 난 상처를 보여주는 엄만, 아무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엄마의 지쳐보이는 흐릿한 얼굴과 넘어지며 다친 팔다리에 벌겋게 벗겨진 상처를 보자
뒷덜미가 차갑게 올라 비쭉 섰다. 머리라도 다쳤으면 어쩔 뻔했나 싶어 너무 놀랐고, 쓰러진 엄마를 발견했을
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무서웠다.
그러나 호들갑 떨어봐야 될 일도 아니어서, 난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엄마가 살짝 격앙된 채로 하는 얘길 가만히 들었고, 엄마가 혼미한 정신에 방치해 둔 상처가 짓무를 지경이라 약부터 발라주었다.
약을 발라주는 그 찰나에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굳이 내뱉진 않았다.
엄마가 가장 무서웠겠지 싶었고. 본인이 가장 혼란스러울 마음일 거란 생각이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크게 다치지 않았음에 감사할 뿐이었다. 다음 날, 바로 병원을 찾았고 수면 정밀 검사가 필요하단 말에 대학병원을 두 군데나 돌고 나서야 관련 검사를 하는 곳을 찾아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엄마의 요즘은 아마도, 자신의 약해지는 몸과 나이 들어감을 가장 절감하는 시기인 것 같다.
누구나 겪는 시기이지만 그저 지나가는 흐름으로 두자니 억울하고 속상할 뿐인 나날들 말이다.
필요하기에 복용은 하지만 엄마는 부쩍 약을 먹는 걸 유난히 지쳐하고 질색하는 편이었고,
누군가의 병중 이야기를 듣고 와선 걱정을 한가득씩 늘어놓곤 했다.
쓰러졌던 엄마가 타일바닥을 멍하니 짚고 혼자 일어났던 날.
그렇게 죽어버렸으면 어쩔 뻔했냐며 엄마는 울먹였으니까
그럼에도 언제나 엄마에게 덮어놓고 싸워야 할 이유의 중심은 자식들이었다.
앞으로도 엄마에게 우린 그런 존재일 것이어서,
자신이 혹시라도 깨어나지 못했을 경우를 떠올리다 덩그러니 남아있을 나를,
동생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떠올렸을 테다.
문득. 엄마가 그렇기에 응석 부리 듯 약이 싫다, 지겹다 말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 열심히 할 건데? 이게 다야? 더 응원해 달라고. 정말 잘 싸울 거라는 일종의 신호.
뭐, 그러는 정도야 늘 그랬듯 얼마든지 좋다 생각했다.
이렇듯 곁에서 열심히만 싸워준다면야.
앞으로도 혼자 절망만 하지 않도록, 나 또한 늘 이 자리에서 같이 노력하자 말해줘야지 한 번 더.
다짐도 하고 말이다. 별안간 다가올 슬픔은 대체로 기쁨보다 더 무겁고 오래 머무니까.
긴 후회보단 짧은 후회가 나을테니, 다정하려 노력하고 힘나게 응원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