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보호자, 중환자실
병원에서, 특히나 병실에서의 환자복 차림의 엄마를 가장 많이 본 건 아마 나일 텐데.
봐도 봐도 적응이 되질 않는다.
아마 3년 전쯤이었을 것이다, 같은 병원에서 엄마는 간단한 수술로 입원을 했었다.
그렇게, 그때부터 난 엄마의 보호자가 되었다.
얼마 전 새벽에 쓰러진 일로, 수면장애가 의심된다는 말에 엄만 입원 검사를 받았다.
하루 내 머리에 잔뜩 선을 연결하고 비디오 뇌파 검사를 했지만 다행히 회진을 온 담당 교수에게
별다른 이상은 없다는 말을 듣곤 유난히 치매의 전조 아닐까 걱정했던 엄마로선 1차로 안심은 한 상태다.
비디오 뇌파검사를 받을 땐 머리에 스무 개도 넘는 뇌파측정버튼을 주렁주렁 달아야 하는데
그 버튼 위로 거즈를 얇게 고정시키고 접착제를 발라야 한다. 그 버튼에 연결된 기기는 환자가
계속 몸에 지니고 있어야 해서 메달린 선을 모아 기기와 함께 작은 가방에 담아 둘러주는데,
이 기계와 수액까지 달고 있으면 검사가 끝날 때까진 혼자 간단한 양치질 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태가 된다.
하루하고도 이틀째 오후까지, 꼬박 그 장치를 달고 있는 엄마의 머리는 정말 새 둥지처럼 온 난리였다.
거기다 거즈에 접착제까지 발라 뇌파측정버튼을 고정시켜 둔 탓에 수면검사전용 1인실에서
일반병실로 다시 짐을 옮기기 직전, 임상병리사가 와서 전용 리무버로 직접 떼어주긴 했지만
접착제가 워낙 찐득하고 오래 눌린 탓에 리무버로 벗겨내면서 두피엔 상처도 났다.
수면검사라고 그냥 뭐 선 하나 연결하고 간단하게 누워하는 줄 알고 가볍게 여겼는데.
병원에 환자로, 옷을 갈아입고 등록번호가 메겨진 순간부턴 정말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그거 말고도 MRI와 기억력인지검사, 다량의 혈액까지 뽑았으나 아직 정확한 결과는
담당교수의 예약이 너무 밀려있어서 이후 외래를 예약하고 우선은 무사 퇴원.
정신없는 3일은 그렇게 흘렀다.
알 것 같다가도 한없이 낯선 병원, 그곳에서의 시간을 어떻게 해서든 보내기 위해
TV를 보거나, 유튜브 영상을 골라 보면서 웃는 엄마.
그 옆에서 벽에 기대어 앉아 노트북으로 할 일을 하며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는 나.
둘 사이의 종종 지나는 대화는 언제나와 같은 일상에서의 말들.
크게 별다름 없었지만 아마도 내면 어딘가엔 각자의 말 못 할 불안함을 담고 있었을 테다.
하지만 그 누구도, 먼저 내색하지 않았다. 못했다는 게 맞을 수도.
엄마의 불안감은 막연하게 가까워져만 오는 나이 듦과,
그에 따른 병이나 더 나아가서는 죽음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내가 느낀 건 뭐였을지 생각해봤다.
엄마의 입원이 결정된 뒤, 하루는 보호자가 꼭 필요하단 말에 난 곧장 회사에 양해를 구했다.
조금 이른 퇴근을 해 간단히 짐을 챙겨 병원으로 갔다.
"환자분 성함이랑 등록번호요."
"정**, 113XXXXX요."
수속데스크에서 엄마의 등록번호를 대는데 그제서야 병원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보호자 면회증을 받아 병실로 올라갔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센서에 면회증 바코드를 찍고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보이는 건
굳게 닫힌 뇌 중환자실의 문이었다.
그러나 닫힌 문이라고, 아무도 없는 게 아니었다.
벽면에 달린 모니터엔 환자들의 이름이 번호순대로 주욱 나열되어 있었다.
그 닫힌 문 너머의 중환자실엔, 빈 번호가 없이 꽉 차있다는 걸, 들어서자마자 보는 기분이 참 이상했다.
내가 아는 누군가가, 또는 내가.
저 안에 속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일은 정말 어느 날 갑자기, 순식간에 닥치니까.
중환자실 앞엔 가족으로 보이는 네다섯명의 사람이 외투를 입은 채 조용히 앉아있기도 했다.
규정상 면회는 1명만 될 테지만, 아마도 환자의 상태가 위독한 경우엔 가족들을 불러 마지막 인사를 하게끔
해준다고 들은 것도 같은데. 그런 것일까. 제법 늦은 오후, 그저 묵묵히 앉아만 있는 모습이 꽤나 깊게 박혔다.
영영 이별은 준비할 틈도 없으며, 준비를 한다한들 쉽게 받아들이지도 못할 일일 것이다.
오고가며 알게 모르게 눈에 담은 그런 것들을 엄마의 곁에 앉아 혼자 곱씹었던 것 같다.
확실히 병원에 머무는 건 몸도 마음도 힘든 일이다.
그게 누구든, 이곳이 일터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공간이 주는 감정들은 피할 수가 없으니.
최대한 내게 오지 않도록 몸도 마음도, 곁에 머무는 이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챙길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