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을 쓰는 일은 내게 많은 흔적을 남긴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을, '스불재'라고 한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의 준말로,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문제 상황을 직면하게 되었을 때 자기비판이나 후회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신조어이다.(출처: 네이버지식백과)
첫 연재를 시작으로 나의 스불재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당시 나는 매일 저녁 퇴근 후, 집으로 가 책상에 앉으면 불안감에 1-2시까지는 꼬박 앉아있길 반복했다.
모든 건 엉덩이 싸움이라는 걸 조금은 알았고, 앉아있으면 어쨌든 써지긴 써진다.
한번 써볼까? 돈 벌 수 있겠지?
쉽게 시작한 도전은 어쩐지 재앙으로 변해 내게 여러 감정들을 심어주었다.
절대 쉽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작품이 쌓여간다 해도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나, 어쩐지 그만둬야지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들지 않는다.
퇴근 후에도 꼬박 앉아 머릴 쥐어짜며 손가락을 움직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힘든 것보다 해내고 싶다는 의지가 강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고, 무엇보다도 즐거웠다.
스불재라며?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라며?
근데 재앙이 즐겁다니, 나도 미친 것 같지만.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일인 것이다. 내가 만들어 낸 세계가 있고, 그 안에 인물들에 공감하고 울고 웃는
소수의 독자들이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거기다 남겨준 댓글을 읽는 기쁨은 엄청났고 생각보다 엄청난 희열을 주었다.
덩달아 타이핑 속 글자에만 존재하는 등장인물들을 향한, 처음엔 느끼지 못했던 이상한 애정이 샘솟기도 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우왕좌왕 끝에 써 내려간 글은,
많은 주목을 받거나, 대박 작의 기운 따윈 1도 없었지만 분명, 내게 많은 흔적을 남겼다.
지나친 완벽주의로 어떤 일에 있어 시도조차 못하던 난, 웹소설을 쓰면서
기꺼이 도전에 응하는 사람으로 변했고.
결과가 좋지 못한다 한들, 내가 한 노력이 빵점인 것은 아니기에 당당해질 수 있었음을 배웠다.
마지막 <끝>을 적고 마침표를 찍었던, 첫 작품과의 이별의 기분은 말로 할 수 없음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웹소설을 쓰면서 배웠다.
그래서 또다시 이런 끝을 맛보기 위해 나는 정신없는 일상의 와중에도 끊임없이 노트북을 연다.
결국 스불재도, 스불재 나름인 것이다. 이런 재앙이라면, 얼마 든 지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