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에 대하여

짧은 글

by 김군

책임이라는 단어에 요즘 많은 생각을 한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관계 속에서 얽매여 있다. 그러기에 원치 않지만 책임을 피할 수 없는 필연의 운명을 가지고 살아간다. 삶의 시작의 순간부터 누군가의 자식으로 사회 속에서는 구성원으로서 그것은 각기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가끔은 책임이라는 것이 족쇄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제약과 행동의 반대급부로 나타나는 부정적인 것들이라 여겨지는 것들이다 인식했다. 그러기에 부담스럽고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내게 책임이란 단어가 변모되고 있다.


성인이 되어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삶의 한축을 얼추 만들어 나가며 내게 요구되는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책임은 실처럼 따라왔다. 어려웠고 기피하고 싶었다. 하기 싫은 숙제 지만 삶이라는 망망대해를 헤쳐나가기 위해는 나는 감수해야 한다.



그렇게 어설펐던 책임이라는 노질이 이끄는 길에 뿌듯함을 보았다. 비록 힘들고 어렵고 손해라 생각이 들었지만 당당히 완성된 퍼즐 앞을 지키고 있는 나의 모습이 든든해 보였다. 가끔은 엇나간 자리에 욕을 먹고 손해를 보아도 그 나름대로 그것이 우산이 된다. 작은 씨앗들이 비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말이다.


그래서 내게 책임이 족쇄가 아닌 조금은 빛나 보이는 상장 같았다. 누군가는 이런 나의 생각을 흔들기도 한다. 요리저리 회피하면서 책임지지 않고 열매를 독식하는 것이 성공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세상에 혼자 피어나는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가 오래갈까.


나는 오늘도 책임이라는 거름을 짊어지려 한다. 어깨가 무겁고 내려놓고 싶다 고민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야 한다 같이 피어나는 화창한 봄날의 꽃향기에 취해보았기 때문이다. 책임을 포기하라고 하는 해충들을 골라내며 또 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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