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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진 손을 맞잡고 걸어간다 (1부)

엄마

by 김군

우리네 인생에서 때론 거부할 수도 없는 운명 같은 인연이 있다. 내게 그 관계는 삶의 자양분이 되었다. 그렇게 봉오리에 꽃이 피고 열매가 맺어진 결실이 되어 손안에 지어졌을 때 비로소 나는 철이 들었다. 부모와 자식 간으로 이어진 떼어지지 않는 인연에서 이제야 보은 하기 위해 맞잡은 그녀의 손은 너무 주름져있었다.


여느 집처럼 나의 가족이라는 카테고리의 앨범 속에는 풍파도 있었고 찬란하였던 순간도 있었다. 그 모든 시간이 아름답지만은 않았지만 고마운 마음이 든다. 특히 어머니라는 존재는 더더욱이 애잔한 감정이 들게 하였다. 그녀는 비바람 속에서 항상 맨 앞에서 먼저 젖었고 따사로운 햇볕이 본인보다는 내게 더 비치게 등 뒤에 서있었다.



서른을 부쩍 넘은 나 자신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존재가 있다는 것에 가끔은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막상 그 존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게 괜스레 죄스러웠다. 미안한 마음에 이것저것 해드려도 한사코 본인보다 내 손에 지어진 것이 빠져나가는 것을 신경 쓰는 사람이 바로 어머니였다.


찬 바람이 시린 날 문득 감기는 걸리지 않았는지 편히 지내는지 전화를 해보았다. 우리의 살가운 대화의 시간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철없는 아들 걱정에 여전히 근심이 있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낸다. 뒤늦게 찾아온 미안함에 휴대폰을 부여잡고 고민하다 결국 주저하다 타이밍을 놓친다. 결국 나는 그녀의 마음에 흉터 하나를 남기고 말았다. 그럼에도 주저 없이 먼저 손을 내미는 어머니에게 큰 건 아니지만 선물을 주고 싶었다.


공교롭게 돌아오는 나의 양력 생일과 어머니 음력 생일이 하루차이가 났다. 같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고 둘만의 사진 한 장을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떠나보기로 했다. 예쁘게 잘 포장하고 싶었고 또 그녀에게 웃음을 주고 싶었다. 미뤄둔 숙제를 잘 마무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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