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망 그리고 허무함
그럼에도 오늘 나는 일어난다
갈망하고 바랬던 것이 초라하게 보일 때의 허무함은 독이 된다. 허무에 휩싸인 감정들이 몰아칠 때를 마주하면 누구나 쓰러지고 쉽사리 일어나지 못한다. 때로는 끝을 보지 않고 덮어버린 책이 기억에 남기도 한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그 허무의 공포를 알면서도 피하지 않고 끝을 욕망하고 꿈을 꾼다. 무엇이 이렇게 비이성적인 선택을 하게 만드는 걸까. 아직 짧디 짧은 삶 속에서 헤매고 방황하는 나는 그것을 모르겠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 또한 수많은 비이성적인 선택 속에 상처 받고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계속 쓰러져 있다 보면 일어나기 싫어질 때가 있다. 또 상처 받기 싫기 해 피하고 싶다.
그냥 누워 있으면 상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이상 갈망하지 않고 이 비이성적인 뫼비우스의 띠를 벗어날 수 있다. 일어나고 싶지 않은 나를 이끄는 빛은 오늘도 등을 밀어 일어서게 만든다.
나의 벗이여 나의 삶의 인연이여 고맙다. 나를 바닥에 멈추지 않게 하여서. 삶을 그래도 아름답게 망각하게 만들어주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