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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으로부터 버림

이별

by 김군

선택을 강요하는 많은 일련의 일들이 내게 다가왔고 나는 그것들 속에서 속절없이 후회와 눈물을 훔쳤다.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미련 후회도 있었지만 분노와 배신이라는 감정들이 사그라들지 않았었다. 버려지는 것이 사라지는 것이 나의 탓이고 나의 과오로 인한 것들이라 매도하는 이들의 표현들이 슬펐다.


내가 어느 누구보다 앞서는 최선의 패가 되지 못하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쓸모없는 카드가 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었다. 그럼에도 작금의 현실은 나는 남겨지지 못하였다. 왜일까 왜 나의 몸짓의 의미가 가치 있게 인정되지 않는 것일까 물음을 던져보았다.


하지만 그 답에 대한 유의미한 정답은 없었다. 나는 거슬렸고 모난 부분을 너무나도 대놓고 들어낸 것이다. 그들에게는 나는 단순히 뽑아내고 싶은 틀린 그림이었고 눈엣가시였다. 내게 이유 같지 않는 해설을 하는 로봇같이 통보하는 이를 마주하였다. 인간적인 혐오감만이 가슴 한편에 자리 잡아졌다.


이미 결정을 짓고 남은 그들의 선택의 자기 합리화를 하기 위해 포장을 하였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순간 동정을 하는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는 게 너무 화가 났다. 결국 나에게 남은 정은 사라지고 부서져 가루가 되었다. 그들에 대한 원망의 이빨을 들이밀고 물어뜯고 싶은 마음은 일순간 쳐다도 보기 싫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변하였다.


짐을 챙기고 정리하고 나오니 가슴에 남아있는 것들이 잡고 있는 시간 속에 없었다. 헌신과 자기희생은 그냥 오지랖이고 실수인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쓰레기봉투에 이것저것들을 넣어버렸다.


눈물과 아쉬움은 아직 미련하게도 묶지 못한 종량제 봉투 사이를 삐쳐 나왔다. 앞으로 길을 걸어가야지 하며 위로를 하며 눈가를 훔친다... 나는 나의 지난 시간을 사랑했고 그 시간에 이별당해졌다... 나의 사랑은 가치가 있었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술 한잔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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