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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군 Feb 01. 2024

외계+인 2부

감독

영화라는 노름판에는 감독의 능력이 크다.


 스포츠 관람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내가 하지 못하는 플레이들을 보면  통쾌한 감정이 들며 대리만족이 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일부로 더 경기를 찾아보며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나는 다양한 스포츠 중 특히 축구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자주 보다 보니 팀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더 알게 되고 선수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도 습득하게 되었다. 이런 배경 지식을 통해 경기를 보다 보면 더 박진감이 넘치고 재미가 배가된다.


 그래서 더 관심을 가지고 많은  정보들을 취득하려 관심을 가지려 노력했다. 근데 문득 지식이 늘어남에는 즐거움만이 늘어난 것이 아니었다. 뜻하지 않는  물음표도 생겼다. 왜 비슷한 능력의 선수들이 있는 팀들의 경기력은 차이가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사실 이 질문에 답을 내리기에는 시간이 지나 수많은 경기들을 보고 나서야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확실히 이 문제에는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변치 않는 상수도 있다. 바로 팀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며 전술을 짜는 감독이라는 존재이다.



 그들은  경기장에서 선수가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고 상대방의 대응방식 움직임까지 면밀하게 짜준다. 이러한 전술을 통해 경기를 장악하고 승리를 쟁취해 낸다. 가끔은 선수들 간의 능력 격차가 남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역량으로 팀이 움직여 약체가 강자가를 이기는 상황이 일어난다. 그러기에 감독이라는 직책은 상당히 중요한 상수이다라고 랄 수 있다.


 나는 영화에 있어서도 이러한 부분이 비슷하게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작품을 관람의 유무를 선택하는 중요 요소로 감독을 신경 쓴다. 대체적으로 이 상수는 확률상 틀리지 않는 경우들이 많았다. 최동훈이라는 감독 또한 내게는 그동안 정답으로 이끌어준 사람이었다. 그를 처음 알게 된 작품은 범죄의 재구성이라는 영화였다.


 정말 이전의 느낌과 다른 신선한 분위기의 작품이었다. 당시 보기 드물었던 카체이싱의 연출을 보여 준 것뿐만 아니라 쉴 새 없이 캐릭터들이 장면 장면마다 내뱉들은 대사들이 좋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이 실제로 범죄자들이 쓸 법만 한 말들이 영화 속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낯선 범죄물을 맛깔나게 연출한 것이 신인이었다는 점에서 충무로에 충격을 주었었다. 흥행도 과거의 시점으로 보면 212만이라는 관객을 동원하면서 성공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2년 뒤에는 수많은 패러디와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히지 않는 명작인 타짜를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허영만 화백의 원작으로 이미 사람들에게도 인지도가 있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각색하여 영상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또 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전작  범죄의 재구성이 이후 다시 범죄물에 강점을 여지없이 보여준 작품이었다. 여담으로 흔히 이러한 장르를 케이퍼 무비라고 하는데 최동훈 감독이 만든 제작사도 케이퍼 필름이라고 한다.


 그가 범죄물에 연달아 흥행이라는 성과를 내면서 일부장르에 극한 된 감독으로 인식될 수도 있었지만 그의 행보는 그렇지 않았다. 09년도에는 전우치라는 도사 캐릭터를 앞세워 판타지적인 부분에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개인적으로 배우 강동원의 작품 중 의형제를 제외한 가장 좋아하는 영화이다. 전우치 이후에 다시 범죄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당시 역대 흥행 1위인 괴물을 6년 만에 제쳐버리는 행보를 보였다.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을 표방한 도둑들은 당대에 내놓아라 하는 배우들인 이정재, 전지현, 김수현, 김혜수, 김윤석, 김혜숙, 오달수 등들 출연시키며 천만 영화감독으로 최동훈의 이름을 알려준다. 이 영화의 매력은 캐릭터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하게 배분된 페이지 페이지마다 전개의 브리지로 활용을 잘하고 있었다. 보고 있으면 그냥 재미있고 즐겁고 웃는 모습이 자연스레 나온다. 이후 다시 암살로 한국 독립군의 작전의 서사를 연출하며 또 다른 장르에 도전을 하였다. 그리고 그 성과는 다시 천만 영화감독의 흥행을 가져다주었다.



  최동훈이라는 감독은 재미난 영화를 만드는 연출자라고 정의를 내릴 수 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끝까지 눈과 귀를 집중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그의 여러 작품들에서 탄생신킨 명대사들은 맛깔나다. 어색하지 않으면서 과하지 않다고 생각이 든다. 물론 주옥같은 대사에는 재미도 있지만 메시지도 강렬하게 느껴진다. 무엇을 강조하고 싶고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에 어긋나지 않게 적재적소에 배분해 놓고 있다. 캐릭터들의 매력까지 살리면서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 최동훈이라는 치명적인 좋았던 추억을 영화 선택에서 우선시한다. 이번 외계+인이라는 작품도 그렇게 관람을 하게 되었다. 음 하지만 결론적으로 인생에 자주 오답을 내리며 틀리기도 한다. 이번 작품만 보면 일단 내게는 그런 것 같다. 7년 만에 복귀작인 최동훈 감독이 해보지 않았던 장르에 대한 시도는 신선하고 좋았다.  다만 그게 끝이었고 그동안 보여 주었던 그만의 매력을 여기서 볼 수가 없었다.


 일부 캐릭터들은 보는 재미와 예전의 재치 있는 최동훈만의 설정이 느껴지기는 했다. 염정아 배우와 조우진 배우가 연기한 흑설과 청운이라는 두 신선에서 그러한 부분이 보였다. 두 명이 나오는 씬에는 피식 웃으면서 어떤 대사들을 또 내뱉을까라는 기대도 하였다. 근데 정작 이들 외에 등장인물들은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뭔가 쫓기듯 이야기에 묻혀 개성이 나 타지 않았다. 그래서 영화 전체적으로 흥미가 떨어졌다.



 어찌 보면 외계+인은 전술가로서 최동훈 감독의 패착이었다. 잘할 수 있는 것만 하려고만 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시도라는 그를 알고 있기에 아쉬움은 든다.  이 새로운 장르의 도전이 성공이었으면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의 믿음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나는 영화라는 노름판에 감독의 능력으로 판돈을 싹 쓸 해 간 최동훈을 잊지 못한다. 그러기에 나는 다음에도 최동훈이라는 연출자에게 베팅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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