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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군 Mar 30. 2024

추락의 해부 -3부

비하인드


 다양한 영화제에서 주목받으면서 수상한 추락의 해부는 부가적인 이야기 할 거리들이 생각보다 많다. 법정드라마 장르이다 보니 많은 대사들과 말들이 이 작품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포인트가 된다. 영화를 연출한 감독인 쥐스틴 트리에 감독은 1959년작인 오토프레밍거의 법정영화 살인의 해부를 오마주 하였다고 한다. 사건의 주제와 이야기는 다르지만 전개방식이나 분위기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속 사운드는 인물의 감정 표출방식으로 활용된다. 극 중 초반 사무엘이 산드라의 인터뷰를 방해하기 위해 튼 음악은 미국의 전설적인 래퍼인 50 CENT의 P.I.M.P라는 곡이다. 노래 제목을 직역하면 매춘부들을 관리하고 알선하는 포주를 의미한다. 일반적인 속어로 여자를 쉽게 유혹할 수 있는 멋쟁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가사를 들여다보면 재력을 과시하며 여자를  돈으로 취하려 하는 허세가 가득하다. 영화는 이곡을 사물엘이 즐겨 듣는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와는 상반된 남성의 모습이다. 어찌 보면 사무엘은 가정에서 주도권을 산드라에게 뺏긴 상태이다. 더불어 그녀는 수차례의 외도를 자행하기도 하였다. 사무엘은 이곡을 통해 그녀에 대한 불만의 표시의 외침의 장치였다. 그런 관점에서 이 음악이 흘러나오는 시점이 바로 산드라가 조예에게 플러팅을 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것은 의도가 확연히 드러난다.


  이외에도 인상적인 사운드 트랙으로 다니엘이 극 중에 피아노 연주한 Asturias (Leyenda)- Miguel Baselga곡이 있었다. 빠른 템포의 음악이 혼란스러운 아이의 마음을 전달하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듬성듬성 치지만 시간이 지나 1년 뒤에는 숙련되게 연주를 한다. 이것이 내게는 왠지 점점 산드라와 다니엘을 낭떠러지로 떠미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가적으로 다니엘의 피아노 연주곡 중 쇼팽의 전주곡 4번 변주 Benoît Daniel - Variation Autour D’un Prélude도 기억에 남았었다. 산드라와 같이 합주를 하는 장면에서 나오는데  흥분하며 사무엘의 죽음에서 진정하지 못하는 다니엘을 달레 주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우리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선택을 해야 한다라는 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이곡은 쇼팽이 자신의 장례식에 이곡을 연주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고 한다.



 영화는 명확한 진실을 알려주지 않고 끝을 맺는다. 그래서 여운이 들고 그러한 감정을 만들어주고 유지시켜 주기 위해 연기자들의 연기가 엄청 중요하고 비중이 컸다. 특히 산드라를 연기한 산드라 휘틀러는 정말 압권의 연기력이었다. 법정에서 느껴지는 오묘한 표정과 말투는 그가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거짓으로 자신을 감추고 있는지 알기가 모호하다.


 실제로 그녀는 연기를 하면서 산드라가 정말 범인인지 아닌지에 대하여 감독에게 집요하게 물어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끝끝내 자신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여 짜증을 내었다는 후일담도 있다. 정말 향후 5년간 보았던 영화 들 중 압도적인 연기 탑 5안에 들 정도로 그녀는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원래는 극 중 산드라가 우는 씬들이 설정되어 있었는데 산드라휠러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 캐릭터가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하여 수정되었다고 한다.


  아카데미에서 각본상을 수상할 만큼 영화의 이야기는 매력적이었다. 전형적인 법정의 장르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정말 인물의 감정을 표현을 잘하였다. 어떤 부분에서는 수다스럽게 어느 부분에서는 침묵과 최소한의 표현으로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다. 특히 후반부에 산드라와 사무엘의 싸움을 녹취한 것을 틀어주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방청객은 영어의 대화를 불어로 번역하여 보고 있고 화면은 둘 간의 싸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신없이 서로의 감정을 토로해 내며 다투다 절정의 순간은 시각적인 부분은 사라진다. 그리고 병이 깨지고 신체적 접촉이 일어난 소리가 난다. 우리는 그것으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상상해야 한다. 방청객처럼 말이다. 정말 이러한 부분에서 연출자에 대한 대단함이 느껴졌다. 이 각본은 그녀의 연인이자 동반자인 아서하라리와 공동집필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뭔가 현실적인 부부의 모습과 가족의 감정이 들어 나기도 했다.



  추락의 해부는 상당한 긴장감과 몰입감을 주는 영화이다. 그러기에 스크린을 보고 있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한눈팔 수가 없다. 가끔은 어떠한 상황에서 이런 감정을 느낀다. 진실이 사실이란 것이 때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영화를 보는 우리에게도 어느 순간부터는 이 추락의 진실보다 추락이 왜 일어난 것인지 그리고 이 해부의 끝에 남겨진 씁쓸한 뒷맛만을 느낀다.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이고 그것이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고 머릿속으로 맴돈다. 나는 이런 영화가 참 좋고 오래도록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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