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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군 Mar 31. 2024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 돼지국밥

본전돼지국밥

 그냥 뭐 먹지 하면서 머릿속에 가장 먼저 연상되는 음식들이 몇 가지들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내게도 그러한 리스트들이 있다. 익숙하기에 실패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것들은 대부분 나의 세월에 녹아져 있었다. 나는 오늘도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본능적이며 제일 어려운 난제에 대해 고민을 한다. 그리고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한다. 정말 어렵다 새로운 것들은 눈앞에 펼쳐져 있다.


 그리고 다들 뭔가 매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불안감들이 나를 우물쭈물하게 만든다. 왠지 나의 선택의 미각의 즐거움이 아님 잘못된 만남이 될지 걱정이 든다. 생각보다 삶 속에서 온전히 뜻대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큰 것이 한 끼의 식사이지 않는가. 나는 이 소중한 기회를 쉽게 날리고 싶지 않다. 결국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버려지고 지워지고 난 다음에 남은 것은 익숙한 맛이었다. 한편으로 식상해 보이지만 그래도 즐거움은 보장된다. 그래 오늘도 아니 오늘은 너다라고 선택을 해 본다.


부산과 돼지국밥


 지역을 상징하는 음식들이 있다. 평양냉면 전주비빔밥 같이 직설적으로 이름을 붙는 것들도 있지만 도시를 연상하면서 같이 함께 떠올려지는 경우도 있다. 그중 단연코 우선순위로 연상되는 것은 부산과 돼지국밥이다. 이 도시를 여행하게 된다면 국밥을 먹지 않은다면 과장된 표현으로 알맹이가 빠진 시간을 허비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부산인들에게 돼지국밥에 대한 자부심은 꽤나 크다.


  부산사람들은 재미난 농담으로 이런 말들을 하기도 한다. 내 피의 일부는 돼지 육수로 만들어졌다고 말이다. 이런 이 음식에 대한 사랑은 돼지국밥이라는 상호를 달고 영업하는 곳이 700개나 되는 숫자로도 증명이 된다.  돼지국밥에는 피난의 역사가 담겨있다. 한국전쟁 당시 수많은 피난민들이 부산으로 모여들었다. 그로 인해 이곳에는 모든 것이 부족하고 모자랐다. 특히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의 결핍의 배고픔은 이들을 많이 힘들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돼지국밥이다. 미군 부대에서 먹지 않고 버린 돼지 뼈를 우려서 음식으로 만들었다. 그것은 저렴한 가격에 나름의 포만감을 주는 보양식이 되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고향을 떠나온 이들의 역경과 타향살이의 슬픔이 감정적으로 첨가되었다. 소울푸드로 불리게 될 정도로 정서가 담긴 음식으로 정의가 되어버렸다.


  돼지국밥이 부산에서 즐겨 먹고 발전한 것에는 재미난 추론 중 하나로는 이러한 것이 있다. 해안가 사람들은 의외로 육고기에 대한 열망이 있다고 한다.  제주도 고기국수 일본 규슈의 돈코츠라멘 오키나와의 오키나와 소바등이 이러한 논증의 근거가 된다. 그래서 같은 범주로 돼지국밥이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이 된 것이라 말한다. 마치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바람의 산물이 아닐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 같다.


  앞서 돼지국밥은 피난의 역사가 내포되어 있다고 하였다. 한국전쟁이전에도 부산은 어느 정도 사람들이 이 음식을 즐겨 먹었다. 하지만 지금의 형태로 발전한 것은 이북의 피난민들 영향이 크다. 고기를 다루어 육수를 내는 것에 뛰어난 실향민들이 생계를 위해 기존의 돼지국밥 문화와 결합되어 한 단계 향상의 과정을 이루어내었다. 이북의 피난민들이 서울에서 이러한 고기 육수의 비법으로 냉면을 발전시켰고 부산에서는 돼지국밥을 발전시킨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의 음식 문화는 한국전쟁을 기점으로 변화와 향상의 과정을 갖춘 것이라 할 수 있다.


본전돼지국밥


 이 글의 시점은 이전 거인통닭 에피소드 다음날이다. 전날 나름의 숙소에서 거나하게 치맥을 즐기며 부산에 취해져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어둠이 사그라들며 밝아지는 하늘의 빛깔에 눈을 비비며 깨었다. 오션뷰는 아니지만 부산역 기차뷰로는 매력이 있었다. 종점과 출발점이라는 이중적인 공간에서 시작과 끝을 마주한다. 멋진 풍경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해운대 바닷가와 광안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곳도 좋지만 그에 못지않게 나름의 만족을 주는 것 같았다.


  과음을 한 것은 아니지만 뭔가 해장을 해야 한다라는 의무감이 들었다. 선택지는 여러 개가 펼쳐졌지만 자연스레 내 손에 지어진 것은 익숙한 것이다. 부산에 오면 국밥 한 그릇을 최소한 먹고 가야지 그렇지 못하면 뭔가 찝찝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나름의 돼지국밥 맛집들을 검색해 보았다. 몇 가지로 추려내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라기보다는 귀차니즘에 가장 가까운 곳이 선택되었다.



  뭐 사실 부산에 돼지국밥은 어딜 가든 본전이상은 하기에 무의미한 행동이었다. 숙소에서 도보로 약 5분 거리의 나름 유명한 국밥집이 있었다. 괜히 이득 본 것 같은 마음이 들었지만 한편으로 웨이팅이 있으면 싫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지난밤 치맥의 흔적을 정리하고 샤워를 하였다. 그리고 짐들을 챙기고 조금은 이른 시간 체크아웃을 하였다. 유난히 화창한 날씨에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발걸음이 경쾌하니 평소보다 빠른 속도에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다행히 걱정하는 웨이팅은 없었고 빈자리 한편을 잡고 주문을 하였다. 어딜 가든지 요즘은 항상 기록하고 남기는 버릇이 들려서 그런지 어깨가 무겁더라도 카메라와 삼각대를 항상 챙긴다. 처음에는 극 I인 나이기에 아무도 관심 없는데 혼자 눈치를 보았는데 지금은 꽤나 시선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카메라를 이리저리 옮기다 보니 음식이 나왔다.



 새빨간 색감을 띈 김치와 또 부산 국밥하면 빠지면 안 되는 부추가 새초롬하게 양념이 되어서 한 접시에 담겨 나왔다. 그리고 뒤이어 나온 국밥은 뽀얀 국물이 탁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 이러면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을 암에도 나는 무언가가 너무 당긴다.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소주 한 병을 주문하였다. 사실 대선이나 시원이라는 상표의 술을 시키려 했지만 습관이란 것은 무서웠다. 나도 모르게 자주 먹던 참이슬을 시켜버렸다.


  일단 국물 기미를 한다. 순정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며 입안에서 테이스팅을 하는 느낌으로 머금고 음미하였다. 생각보다 묵직하면서 시원하다. 역시 부산되지 국밥 답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다진 양념과 새우젓갈을 살포시 맞추어 나만의 밑간을 한다. 그리고 밥을 반공기 넣어 마무리하였다. 한 숟가락 퍼서 와구 와구 먹어 보았다. 메이드인 부산은 아니지만 나의 피에도 나름 돼지국밥의 피가 흐르는 건지 미간이 자동으로 반응을 하였다.



  몇 수저를 반복하여 먹다 보니 뭔가 허전함이 느껴졌다. 아차 제일 중요한 부추를 빠뜨린 것이다.  듬뿍 퍼서 국물에 섞어주면서 한입 다시 먹어보았다. 완벽이라는 것을 이때 이야기해야 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콤한 양념이 국물과 중화되어 맛의 즐거움을 배가 시켰다. 투명한 술잔에 이 식사의 즐거움만큼 채운다. 가득 채워진 소주잔을 들고 목안으로 털어 넣었다. 캬 하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이 쓴맛이 뜨끈한 온기를 전해준다.


 국물에 들어간 고기는 살코기가 많았다. 비계가 거의 없고 파의 양이 상당하였다. 그래서 반주와는 궁합이 적절하였다. 김치도 곁들여 먹어보았는데 꽤나 반찬으로서 기대치 이상의 맛이었다. 남은 밥공기를 국물에 넣어주었다. 사실 객관적으로 다이내믹한 맛이 아니다. 어릴 적 보았던 요리왕 비룡에서 입에 음식이 들어가자마자 味 味 라는 단어가 나오는 그런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익숨함이 느껴진다. 내가 알던 나의 세월을 같이 동고동락했던 음식이다. 그러기에 틀리지 않는 선택지이다. 든든한 한 끼의 식사에 내게는 기분 좋은 하루의 출발을 선사해 준다. 삶이란 때로 특별한 것들이 주는 즐거움도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많지 않으며 자주 마주 할 수 없는 순간들이다. 수많은 평범한 날들 익숙함의 시간이 대부분이다. 소소하지만 나는 이 속에서 느끼는 알지만 익숙한 것들이 주는 즐거움이 반갑다. 부산에 가면 돼지 국밥을 먹어라는 말은 역시 틀리지 않는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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