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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군 Apr 10. 2024

가난한 이의 푸념

비어졌다.


사실 가진 것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지금 내게는 그마저도 비워져 있다. 헐거운 주머니가 처음에는 낯설고 불안했다. 하지만 그리 그것이 오래가지 않았다. 오히려 홀가분했다.



그동안 나는 많은 것들을 미련하게 붙잡고 있었다. 모든 것들에 사랑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최소한 미움받는 이가 되지 말자라 다짐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쉽지 않았다. 헐뜯고 편 가르기가 비일비재하는 곳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다.



결국 그곳에서 난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힘들었다. 사람이 두려웠고 싫어졌다. 의심과 갈등의 골을 벗어나고 싶다는 갈망을 하기도 했었다. 그럼에 폐기된 것이 내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쉰다는 것이 무거운 짐을 해방시킨다. 인생의 햇살을 느껴본다. 따사롭다 이 여유를 잠시 만끽한다. 하지만 이것이 오래갈지 알 거란 걸 그리고 비어진 것들에 아쉬움이 든다.


가진 것이 있을 때 재잘재잘거리던 이들이 이젠 없다. 비어진 주머니 속이 비치자마자 변해감을 느꼈다. 슬프고 씁쓸하지만 다시 채워질 것에 시선을 돌려본다.


떠나간 이들을 보내줘야 하지만 그들의 달라짐은 미움으로 변모된다. 증오와 배신의 감정을  일순간 터뜨리며 눈물을 흘려본다. 다시 자국은 번져지고 말라졌다. 새하얗게 변했다. 다시 살아가고 웃어보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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