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딸기 한 박스의 나비효과
창문사이로 햇살이 비집고 들어와 꿈꾸는 자의 달콤함을 종식시키려 한다. 뒤척이며 이리저리 피해 보지만 빈틈없이 쫓아와 이제 그만 일어나라고 속삭인다. 결국 떠져버린 눈을 비비면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어떠한 알림메세지도 없는 고요한 액정 화면에 그 쓸쓸함은 다시 눈을 감게 만든다. 그래 찾는 이도 없고 가야 할 곳도 없는 것을 명분 삼아 침대 위에서 나름의 시위를 한다. 그것의 표출은 다시 잠을 청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긴 시간이 지속되지 않았다. 이젠 햇볕이 아닌 투박한 발소리를 울리며 방문을 열고 침입자가 나의 공간에 침투하였다.
“ 야 , 김온 안 일어나. 해가 중천에 떴는데 누워서 … 아고 내가 답답해 죽겠다. 옆집 현규는 공무원 시험 합격했다는데. 너는 학교 졸업하고 이렇게 빈둥대고 있고 내가 어디 가서 얼굴을 못 든다. 온이는 어디 취직했냐고 했는데 내가 할 말이 없다 없어. 어이구 이 화상아. 일어나 밥 먹어.”
쇼미 더 머니의 래퍼처럼 속사포 랩을 잔소리로 퍼부으며 그녀는 방을 나갔다. 중천이라 보통 해가 가장 높이 뜬 오전 11시에서 1시 사이인데 휴대폰 속 시계는 겨우 9시 반 밖에 되지 않았다. 괜히 아침부터 늦잠을 잔 것이 빌미가 된 것이다. 학교를 졸업한 지 이제 겨우 3개월 밖에 안 되었다고 변명하고 싶었지만 차마 내뱉지는 못했다. 뚜렷하게 만족스러운 취업활동을 하고 있지 않는 것은 사실이기에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었다. 사실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행정학과를 나와 의례 공무원시험을 치르기를 바랐던 부모님의 바람은 이뤄내지 못하였다. 군대를 제대하고 군기가 사라지기 전 공무원 시험응시에 몇 차례 도전하였다. 하지만 나의 분수를 깨닫기만 하고 그 길을 일찌감치 포기하였다. 그리고 그냥 막연하게 시간을 흘려보내다 졸업을 하게 되었고 현재는 합법적 울타리를 벗어난 좋은 말로 취업준비생 직설적인 표현으로는 백수가 되어 버렸다.
“ 아침 안 먹어도 돼. 엄마 그리고 나 이리저리 알아보고 있다고 좀 조급하지만 인제 세 달이다. 그리고 언제부터 동내 아줌마들이 내 소식 궁금했다고 그냥 무시해. 아들내미 잘 취업 준비하고 있다고 이야기해. 그리고 조만간 취직은 아니지만 아르바이트할 곳 있어서 일하러 갈 거야.”
애써 둘러는 되었지만 엄마의 표정은 여전히 근심이 가득하였다. 뭐 사실 이해는 간다. 내심 조급한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백수 생활이 지속되는 것이 불안하기는 했다. 그나마 다행히라면 얼마 전 아는 형님이 집에서 눈치 보지 말고 용돈이나 벌라며 아르바이트 자리를 주선해 주었다.
“뭐 어떤 일 하는데. 그리고 너 확실히 일자리 알아보고 있지. 나 믿는다. 나와서 밥 먹어 국 데워 났으니 김치랑 같이 먹어.”
방문을 나와 식탁에 앉아 가지런히 놓인 국과 밥을 보며 조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막상 울타리 밖을 나오니 나를 찾는 곳이 없다. 오히려 외면하고 철저한 시련만을 선사하였다. 그래서 멈춰있고 앞으로 가지 못하고 있는데 애써 걱정을 주지 않으려 거짓으로 둘러 되었다. 수저로 국물을 퍼먹고 밥을 오물오물 씹으며 말했다.
“아 나 아는 형이 집에 딸기 농장 하는데 아직 일자리를 못 구했으면 세 달 용돈 번다고 생각하고 일해보래. 그래서 뭐 알겠다 했지. 그리 일도 힘들지 않고 그냥 적당히 서서 지켜보면 된다고 하네. 체험학습 안내 하는 담당자라고 하네. 일당 10만 원씩 쳐준다고 하니 나야 좋지”
그래도 집에서 빈둥되지 않고 일을 하러 간다는 것에 조금은 위안이 되었는지 옆자리에 앉아 말을 걸며 조건이 어떻게 되니 아는 사람일이니 똑바로 해야 하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내뱉었다. 식사가 길어지면 2차 쇼미 더머니의 상황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되어 허겁지겁 밥그릇을 비워내었다.
“아고 김여사 나 밥 좀 먹자. 잔소리는 식사 끝나고 하시고요. 그리고 다음 주부터 일할 것 같은데 그래서 당분간 나 아침부터 못 갈궈서 아쉬워서 어쩌나. 하 하. 하.”
아들이 체할 것 같은 것이 걱정되었는지 동어반복의 과정이 지친 건지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줌마들이랑 사우나를 함께 간다고 밖으로 나갔다. 비어진 집에서 고요함이 괜히 서글프게 전달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빈 그릇을 싱크대에서 설거지를 하고 나의 공간인 작은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형님에게 일을 관련하여 뭐 필요한 것들이 있는지 물어보는 메시지를 보냈다. 취업 사이트에 일자리 검색을 해보았다. 여러 개의 공고들이 나열되었지만 나를 반겨 줄 곳은 없어 보인 것 같았다. 그럼에도 애써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상세히 공고 사항을 체크하였다. 우울한 감정에 잠식되기 전 답장이 도착하였다. 그냥 편한 복장에 운동화 그리고 팔토시를 챙겨 오면 좋을 거라고 메시지에 적혀있었다. 그래 지금 주어진 것에 집중하자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나가는 게 어디야 위안을 삼았다.
시간은 상대적으로 나의 기대와는 엇나가는 박자를 보여준다. 한주가 지나고 일을 하기로 간 날이 왔다. 막상 집안의 안락한 시간을 벗어나 노동을 하러 간다는 것에 귀찮다는 감정이 몸에 전이되어 의욕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약속이고 잔소리의 굴레도 벗어나야 하니 일단 전달받은 장소로 갔다. 딸기농장은 엄밀히 따지면 지역 간의 이동을 할 정도의 거리지만 엄청 멀지는 않았다. 약 버스를 타고 40분 정도의 거리였다. 첫날이고 그래도 조금 일찍 가서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일찍 출발하였다. 그래서 출근 시간으로 통보받은 것보다 약 30분 먼저 도착하였다. 일자리를 알선시켜 준 형님이 반갑게 나를 맞아 주었다.
“ 아 형님 정말 고맙습니다. 이리 용돈 벌 기회도 주시고 집에 있었음 잔소리에 눈칫밥에 기도 못 펴는데 … 아고 진짜 감사합니다. 제가 정말 속임수 안치고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
“ 뭐 안 그래도 일손 필요했고 요즘 또 이런 일자리 애들 구하기가 힘들더라고. 그리고 너 쉬고 있고 아직 취업 못했다면 그래도 아는 사람 챙겨주는 게 좋지 않나 싶어 연락했지. 초행길인데 그래도 잘 찾아왔네. 너 신발사이즈 몇이냐. 저기 장화 있거든 사이즈 이야기 해주면 내가 가지고 올게 그거 신고 오늘 내가 옆에서 알려줄 테니 모르겠는 데 있음 바로바로 물어봐.”
“ 네 형님. 저 신발 사이즈는 270mm 신습니다. 저 그러면 일단 하우스 한번 먼저 둘러봐도 됩니까. 그래도 일할 공간 한번 미리 보고 싶습니다.”
“그래. 일단 내가 장화 가지고 올 테니 갈아 신고 나랑 같이 하우스 가보자.”
장화를 건네받고 착용하고 나서 일을 해야 할 공간에 따라가 보았다. 생각보다 내부는 더웠고 이동하는 통로가 좁아 보였다. 일단 먼저 간단히 구두로 내부에서 일하는 것들에 대해 교육받았다. 듣는 것만으로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어 보였지만 일단 그래도 직접 겪어보아야 확실히 알게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다.
시험의 순간이 찾아왔고 예약을 하고 찾아온 고객들이 하나 둘 하우스 앞으로 모여들었다. 생각보다 많은 인파에 약간의 긴장감이 들며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멍해졌다. 그래도 형님이 옆에서 얼을 타고 있는 나를 잘 캐치해 주고 케어해 주었다. 한 타임이 지나고 나서 쉬는 시간이 찾아왔고 무사히 지나갔다는 것에 안도감이 들었다.
“ 힘들지. 이게 일이 복잡한 건 없는데 사람들이 몰려들고 여기저기서 불러 되면 정신이 없기는 해. 그래도 하루만 지나면 잘 적응할 거야.”
“네 형님. 오늘 좀 얼타도 빨리빨리 배우도록 할게요. 그래도 한 타임하고 나니 조금은 감이 온 것 같습니다.”
다음 타임의 손님들을 받고 나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어느 정도 해야 할 것과 주의해야 할 것들이 파악되니 약간의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게 차근차근 시간이 지나 모든 일정이 끝났다. 고생했다는 형님의 격려와 함께 푹 쉬고 내일 보자는 말을 받으며 퇴근을 부여받았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 잠깐 눈을 붙였는데 어느새 내릴 정거장이 다 달랐다. 오랜만에 몸을 쓰는 노동을 한 것과 긴장감에 피로감이 찾아온 것 같다. 벨을 누르고 정차된 버스에서 내렸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한번 더 갈아타야 했기에 정류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어느새 어두워진 하늘에 어서 귀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녹초가 되어 돌아온 안식처에는 마중 나온 이가 눈에 들어왔다. 어떡했니 일은 할만하니 잘해야 하니 이미지가 중요하다느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엄마의 얼굴을 보고 집에 돌아온 것이 실감이 났다. 피곤함에 큰 대꾸를 하지 않으며 일단 샤워부터 하였다. 개운하게 씻고 나니 그래도 일하러 가서 고생한 기색이 보여서 그런지 저녁을 차려놓고 퉁명스럽게 밥 먹어라고 말을 내뱉는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와 살다 보니 닮아가듯 매번 츤데레 같은 행동을 한다. 그것이 꽤나 귀엽고 내심 사랑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둘 어가 누워 고요한 휴대폰을 열고 웹서핑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눈꺼풀이 무거워지면서 꾸벅꾸벅 고개의 위아래 반동이 되었다. 그렇게 하루의 마무리가 되었다.
다음날 역시 같은 사이클의 일과가 반복되었다. 그래도 경험이라는 것이 보여주는 길에 적응이 되었다. 피로감도 전날에 비해 덜했고 여유도 조금 생겼다. 하루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흘러가며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일을 하며 쌓인 시간들이 흘러 흘러 일주일이 되고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인제는 자연스러워졌고 웬만한 상황에서는 대처할만한 능력이 생겼다. 무난하게 퇴근이 다가왔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형님이 나를 불러 세웠다.
“ 자 이거 집에 들고 가서 가족들이랑 같이 먹어라. 그래도 명색이 딸기농장에서 일하는데 내가 챙겨준다는 게 깜빡했네. 고생했고 내일 보자.”
“아고 형님 뭐 이런 걸 감사합니다. 부모님이 좋아할 것 같네요. 잘 먹겠습니다.”
선물 받게 된 딸기 한 박스를 들고 버스에 올랐다. 면적이 크다 보니 잡고 타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내가 버스 타는 곳이 종점에 가까워서 그런지 무난히 자리에 앉으며 갈 수 있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노래를 들으며 귀가의 순간을 맞이하였다. 흥얼흥얼 리듬을 타며 창밖을 바라보며 정거장을 지나치다 보니 어느새 환승해야 할 정류장에 도착하였다. 내가 타야 할 버스의 도착 예상시간을 보니 평소보다 텀이 길었다. 음 정류장에서 마냥 앉아 시간을 보내기는 싫고 어딘가로 들어가서 있어야겠다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던 것이 있었다. 내 손에는 딸기 한 박스가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결국 멀리 가지 못하고 주변에 있는 중고서점으로 들어갔다. 나름 인생에서 책을 거리감 있게 두지는 않았다. 글을 읽는 것과 그 속에서 나의 감정적 공유를 하는 것이 좋아 독서를 평균이상으로 많이 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서점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뭔가 익숙한 책냄새를 맡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매장 내부로 들어가 평소 좋아하는 작가의 이름을 검색대에 입력하였다. 중고매장이다 보니 원하는 도서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끌리는 것이 있었다. 출력된 용지로 그 위치에 찾아가 책을 뽑아 휴게공간에 가지고 갔다. 그리고 그전에 이미 딸기 박스는 테이블에 놓아두었었다.
자리에 착석하여 한 장 한 장 읽으며 문장과 문장사이의 작가의 여운과 호흡을 느꼈다. 예상했던 호감도에 맞게 책이 끌리며 구매를 고민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버스를 타러 가야 할 시간이었다. 결국 계산을 하고자 카운터 앞을 섰다. 앞쪽에 이미 계산을 하려 대기 중인 사람이 있어 어색하게 멀뚱멀뚱하게 있기 싫어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다 하얀색 용지에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직원 구함이라는 단어가 유독 진하게 보이며 호기심이 들었다. 문에 붙어져 있는 공고문 앞으로 다가가 자세히 읽어보았다. 나에게 여분의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 다시 상기되면서 카운터 앞으로 가 들고 있던 책을 내밀며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 저기 혹시 저 구인공고 완료된 건가요?”
직원이 갑자기 나를 쳐다보면서 스캔을 한다. 뭔가 그리 썩 좋지는 않았으나 나는 저 공고의 진행여부가 이상하리만큼 궁금하였다. 그리고 이윽고 계산을 담당하던 직원이 내게 말했다.
“ 아 아직 마무리된 건 아니고요. 혹시 시간이 괜찮으면 면접 보실 수 있나요. 지금 가능하실까요?”
“ 네 지금요. 아 음 네 가능합니다.”
평소의 나였다면 그냥 아 이러니 우물쭈물하며 안된다고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은 왠지 달리 답변을 하고 싶었고 그냥 이곳을 들어온 것이 운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공고를 보면서 들었다. 직원을 따라 사무실에 딸기 한 박스를 들고 같이 들어갔다. 크지 않은 공간에 테이블에 앉아 뜻하지 못한 면접이 진행되었다.
“혹시 저의 중고서점은 이용해 보셨나요? 그리고 만약 일하게 된다면 얼마나 가능하신가요?”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방문하여 구매도하고 읽은 도서들을 다시 매입하기도 해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던저진 질문에 답변을 하였다.
“ 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방문해서 구매도 하기도 하고 매입도 해보았어요. 그리고 딱히 기간은 생각하고 오래 일할 수 있으면 합니다. 뭐 정해진 계약기간이 있는 건가요?”
“ 아 그런 거 아니고요. 의례 면접 간에는 하는 질문입니다. 혹시 그럼 일을 하게 된다면 언제부터 할 수 있나요”
“ 아 제가 지금 들고 온 딸기 박스를 보시다시피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적어도 3~4일 정도 여유가 주어진다면 정리가 가능할 거 같아요.”
“ 아 그러시군요. 그럼 일주일 시간 주면 출근가능할까요?”
“ 넵 아마 가능할 것 같아요.”
“ 그럼 일주일 뒤에 출근하시고 매장 오심 사무실로 오시면 되고 자세한 것들은 그날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연락처랑 성함 한번 전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아 넵 이름은 김온이고요. 전화번호는 010-XXXX-XXXX입니다. 그럼 제가 합격된 건가요?”
이런 면접은 난생처음이었고 이리 속전속결로 결과 통보를 해주는 것도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직원 분은 그렇다고 말하며 재차 다시 출근날 보자고 하고 변동사항이 있으면 연락 주겠다고 하였다.
매장을 나서면서 결국 나는 버스를 놓치고 다음 차를 기다려해야 했다. 정류장에서 어안이 벙벙하게 있었는데 여전히 뭔가 꿈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기 박스 때문에 멀리 가기 귀찮아 인근 중고서점을 들어갔는데 거기서 직원채용 공고를 보고 그 당일 면접을 보고 합격통보까지 그 자리에서 듣다니 이 얼마나 믿기지 않는 일인가.
버스를 타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 죄송하지만 지인 형님에게 연락을 하였겠다 생각이 머릿속으로 맴돌았다. 보금자리에 도착하여 어떻게 말을 해야 정중할지 고민하다 전화를 하였다. 서점에서 있었던 상황을 이야기하였고 죄송하게도 내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부득이하지만 그만둬야 할 것 같다 말했다. 흔쾌히 허락을 해주었고 나의 앞날을 응원해 주었다. 연신 미안하고 고맙다 곡 말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차순위로 집에 티브이를 보고 있는 김여사 님에게 보고를 하였다. 그래도 내심 딸기농장보다는 지속성이 있어 보이는 일자리라 좋아하는 것 같은 뉘앙스를 보여주었다. 내심 그런 반응을 보니 기쁜 마음이 들었다.
참 재미난 일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새로운 일자리를 일사천리로 구하였다는 것이 말이다. 어쩌면 딸기 한 박스의 나비효과가 아닌가 싶다. 선물로 딸기를 받고 환승해야 하는 구간에서 대기하는 동안 어딘가에서 시간을 흘려보내려 했는데 인근에 하필 중고서점이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그곳에서 구인공고를 하고 있었다니 말이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 하나가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괜히 딸기박스가 이뻐 보이며 감사하게 느껴졌다. 갈피를 못 잡으며 멈춰있던 나에게 어찌 보면 앞으로 조금 나갈 기회를 준 것 같아서 말이다.
- 현재 연재하고 있는 에세이를 소설로 각새하여 적을 예정입니다. 재미나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