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첫출근(1)
#2 첫 출근
상황의 차이는 크게 없어보였다. 여전히 보장이 되지않는 안정성은 주어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딸기 체험 농장에 비해서는 노동의 연장선은 크게 보여졌다. 어머니의 표정과 불안감은 여전했지만 아들이 한 스탭 더 사회에 나아가는 것 같기에 근심이 가득한 목소리는 조금은 잦아들었다. 우연이 만들어낸 황당한 면접 이후 직원으로 출근의 시간이 다가오니 긴장감이 몸을 감싸졌다. 처음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작의 인상에서 호감이 전이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옷 저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며 예정에도 없던 패션쇼가 진행되었다.
“ 이 놈의 자식아, 뭔 옷을 그리 입었다 벗었다 하냐. 그리고 입었으면 정리를 하든가하고 해야지. 아고 두야 두야 말을 해도 이리 안고치냐. 온아 온아 너 이러면 일하는데서 얼마 못하고 잘린다. 제발 나이 좀 먹었음 철 좀들어라.”
방심을 하고 있었던 찰나의 어머니의 참고있던 화가 폭발하였다. 안일하게 생각했던 순간을 기습하듯 장전된 기관총이 귓가에 쉴새없이 때려 박혔다.
“ 아고 김여사님이 1절만 합시다. 2절까지 안가도 알아 듣습니다. 아 그리고 엄마 나 혹시 체크무늬 남방 혹시 못봤나. 아무래도 출근할때 깔끔한게 좋지 않나 싶어서 입고가려고 하는데…”
“ 또 어디다가 훅 훅 벗고 던져놓으니 못찾지. 세탁기 한번보고 그리고 그거 입고 가려면 다림질 좀 하고 입어라. 꾸질 꾸질 구겨진거 입고가면 첫날 부터 아웃이다 아웃 알겠제.”
더 대화가 이어지는 것은 서로에게 좋지 못한 상황을 야기시킨다는 것을 인지하게되었다. 일단 남방의 행방을 찾으려 이리 저리 훎어보았다. 수북히 싸여진 옷장의 문을 열고 나니 구석에 수줍게 숨어있는 녀석을 확인하게되었다. 빼곰히 보여진 체크무늬를 확인하고 조심스레 손으로 꺼내었다. 역시 어머니의 예언처럼 주름이 여기 저기 접해져있었다. 다림기를 선뜻 잡았지만 기억이 가물 가물함에 눈동자가 흔들린다. 언제 다림질을 해본지 생각이 나지 않으며 과거의 시간을 복기해보니 문득 군대에서 첫 후임 백일휴가 때 해준적이 급작스럽게 떠올랐다. 하지만 그 기억이 맞다면 현재 상황을 더 난감스럽게 만든다. 호기롭게 칼선을 잡아준다고 다림질을 해주었지만 실패하여 재차 동기에게 부탁했었다. 그냥 다른것 입고가자 어차피 출근하면 유니폼 입는 것으로 아는데 뭐 잠깐인데 너무 오버하는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포기를 한결 가벼워진 마음에 잠을 청했다. 다음날 출근 잘하기 위해는 복장보다는 컨디션이 더 중요하지라는 자기 변명을 하였다.
창문사이로 비치는 어둠이 전환을 순간을 맞이하며 하루가 지나쳤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방문을 벌컥열고 스위치 전원을 켜는 얼굴의 성급함이 가득한 불청객이 원치않는 알람을 울려준다.
“ 김온. 일어나야지. 너 오늘 첫출근인데 빨리 씻고 밥먹어. 그리고 너 저거 저 체크남방 입고갈건지. 니가 못다릴거 같은거 내 진작에 알고있었다. 그래서 내가 다려났으니 준비하고 입고가라.”
“ 아 엄마 아직 출근시간까지 3시간 남았다. 조금만 더 잘게. 컨디션 컨디션 중요하자나. 첫날부터 피곤한 모습 보이면 안되자나. 나 딱 10분만 있다 일어날게.”
“잔말 말고 일어나라. 아침부터 톤 높아지는 꼴 보고싶지 않으면 말이다. 빨리 씻고 밥먹으러 나와라 어서.”
툭툭 던지는 그녀의 짜증썩힌 잔소리가 그리 싫지는 않게 느껴진다. 내뱉는 말과 달리 준비를 시켜준 상황은 너무나 다정하였기 때문이다. 겨우 침대와 분리되어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왔다.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기에 나오는 물줄기로 미처 사라지지 못한 피곤함을 씻어버렸다. 개운함 감점이 전이되는 과정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고 샤워 또한 그에 맞추어 끝이났다.
화장실을 나와 마주한 식탁 위 가지런히 놓여진 몇가지 찬들과 밥이 시야에 들어왔다. 의자 소리에 불쾌함이 들리지 않게 조심스레 들어 자리에 앉는다. 새빨간 색감을 강렬히 뽐내는 김치와 계란물을 입혀 구워진 햄 그리고 소고기 무국이 놓여져있었다.
“ 아고 김여사님 아침부터 아들 밥상차려 주신다고 노고가 많으십니다. 소고기 무국은 언제 또 했습니까. 또 내가 이 국 좋아하는 건 잘아셔가지고 잘묵겠습니다.”
“ 잔말말고 어서 먹고 미리 30분전에는 가야되니 빨리나가라. 그리고 첫인상이 중요하니 말 잘듣고 하라는대로 하고 알았제. 급하게 먹지말고 체하니까.”
자기 할만만하고 툭 자리를 뜨는 그녀의 시크함에 반문을 하려다 만담이 길어질 것 같아 그냥 수저를 잡고 식사를 하였다. 어머니의 음식 솜씨는 꽤나 좋았었다. 적당히 간을 맞출줄 알고 무엇보다 그녀의 음식에는 항상 사람을 포근하게 만드는 손맛이 있었다. 그래서 주변이들이 식당을 하면 어떻게냐고 권유를 하였지만 한사코 장사는 아무나 하냐면 손사레를 쳤었다.
든든한 아침의 포만감을 하고 소파에 잠깐 앉아 늦장을 부려 누웠지만 기가막히게 그 찰나를 놓치지않고 등떠밀어 출근을 시키려 그녀의 손길이 다가왔다. 어영부영 준비가된 몰골을 화장실에 비치는 거울로 마주보면서 집을 나섰다. 문 밖을 나서는 순간까지 그녀의 걱정스러움은 지속적으로 전파되었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자식은 물가에 내놓은 자식이란 것인 것이니 하는 마음에 애써 웃음지우며 잘하고 오겠다는 말로 위안을 시켜주었다.
출근을 하게될 공간까지는 버스로 약 20~30분정도가 소요된다. 정류장에서 서서 타야될 노선의 도착시간을 확인한다. 예정시간과 소요시간을 합산하면 얼추 약 40분정도가 걸릴것으로 보인다. 현재 출근까지 남은 여분을 고려하였을 때 충분히 여유롭게 목적지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생각의 정리를 하는 시간을 가지는 동안 얼마지나지 않아 승차해야할 버스가 도착하였다.
만차에 달할 정도로 내부는 많은 사람들이 빼곡히 채워져있었다. 조심스럽게 안쪽으로 안쪽으로 이동하며 손잡이를 잡아 출발의 순간을 맞이한다. 몇 정거장을 거쳐 차례 차례 내리면서 여유가 생긴 공간에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시야에 들어 올 때쯤 하차의 순간이 찾아왔다.
문이 열리고 내리는 이들의 면면은 직장인들의 표본이라 불리는 정갈한 복장의 이들이었다. 그 인파들에서 같은 분류로 스며들어갔다는 것이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정류장에서 약 5분정도 걸으니 목적지인 매장앞으로 도달하게되었다. 입구에 반사되는 모습을 보면서 옷매무새를 정리한다. 한차례 쉼호흡을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간다. 잠겨진 문에 당황을 하다가 미리 전달받은 부점장님의 연락처로 통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차례 가고 조심스럽게 도착하였다는 이야기를 전달하였다. 잠겨있던 문을 열어주려는 남자의 실루엣이 보여지면서 오픈이되었다.
“ 안녕하세요. 오늘 부터 출근 하기로 한 김온 입니다.”
“ 아 넵 안녕하세요. 들어오시면 됩니다. 일단 저 따라 들어오시면됩니다.”
꽤나 큰 키에 멀끔한 인상이었고 여유가 있어보이는 모습이 나쁘지 않게 다가왔다. 조심스레 내부로 들어와 고요한 공간을 이리 저리 훎어본다. 사무실로 가니 부점장이 분주하게 컴퓨터 앞에서 무언가를 작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 안녕하세요.”
“ 아 반가워요. 일찍 오셨네요. 오늘 오전에는 저기 진수씨가 업무 알려줄거에요. 제가 해줘여하는데 갑작스럽게 보고할 것들이 있어서 먼저 진수씨 따라 가시면되요. 진수씨 유니폼이랑 오전에 해야될 업무 좀 시켜주세요.”
무언가에 쫓기듯 바쁜 기색이 역력히 눈에 들어왔다. 진수라고 불리는 남자의 안내를 따라 유니폼과 배정된 사물함을 확인하였다. 가져온 가방을 넣었고 별도의 탈의실이 없어 화장실에가서 환복을 하였다. 장착을 하고 나온 모습을 거울로 확인하니 어딘가에 소속되었다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 사이즈는 맞으세요. 일단 사물함에 옷 넣어두시고 매장 나오시면 오픈 전에 해야할 것 알려드릴게요.”
“ 넵. 알겠습니다.”
그는 청소부터 검색대를 켜는 것 그리고 계산대에 시재를 넣는 방법들을 차례 차례 보여주면서 설명해주었다. 졸졸 따라다니며 시키는 것들을 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어설픈 몸짓은 벗어나지 못하였다. 안내받은 업무가 얼추 마무리 되었을 때 쯤 사무실 밖으로 부점장님이 나왔다.
“ 아 자기 소개를 안했네. 온씨 진수씨 카운터 앞으로 와보세요.”
그녀가 던진 외마디에 나와 진수라는 사람은 하던 일을 멈추고 발걸음을 떼었다.
“ 먼저 저는 이 매장의 부점장인 김은희라고 하고요. 매장 전반적인 인력관리 및 운영 그리고 소설 인문파트를 담당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는 최진수씨고요. 우리 매장에서 1년 넘게 스탭으로 일했고 담당은 어린이 분야랑 외국도서 맡고있어요.”
“ 아 넵. 반갑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일하게 된 김온이라고 하고요. 나이는 29살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 온씨가 진수씨랑 동갑이네요. 모르는 거나 궁금한거 있으면 진수씨한테 많이 물어보세요. 베테랑이라 이것 저것 잘알려줄거에요. 자 그럼 일단 하던 업무 마무리하고 온씨는 사무실로 들어와주세요.”
짧은 소개 이후 미처 끝내지 못했던 오픈 과정에서 배정 받은 것들을 마무리하였다. 그리고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근로계약서를 내밀었고 안내와 함께 사인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뒤 오늘 배워야할 업무에 대해서 부점장인 그녀가 전담이 되어 교육해준다는 말을 들었다.
출근시간 부터오픈까지는 약 30분의 여유가 있다. 그 시간 동안 청소 및 기타등등의 준비작업을 마무리해야한다. 처음에는 긴시간이라 생각들었지만 생각보다 빠듯하게 느껴지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며 느끼게 되었다. 재깍 재깍 시계추가 정각을 알리면서 열린 문 사이로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올 것 같았지만 고요하였다.
그래도 직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는 업무들에 여유가 없었다. 금일 교육 받을 부분은 카운터 계산이었다. 가장 근본적이고 비중이 많은 부분이었다. 포스를 다루는 부분부터 상품을 스캔하는 법을 연습하였다. 그리 어려운것들이 없었으나 대면을 하면서 멘트를 하는 것이 입에 잘 붙지않았다. 더불어 수줍음이 사그라드는데 시간이 걸리는 성격이기에 입에서 큰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지속적인 시뮬레이션 연습을 하면서 오전 업무를 보았다. 숙련된 조교들의 계산 모습을 눈으로 익히면서 숙지하였다.
긴장을 해서 그런것인지 아니면 지나친 집중력을 보인 것인지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점심시간이 찾아왔고 오후 교대 인원이 출근하였다. 매장에 직원으로 나를 포함하여 총 5명이 있다. 이 인력들이 오전 오후를 교대하면서 업무를 보았다. 카운터로 두명의 여자들이 유니폼을 착용하고 다가왔다. 왠지 그녀들의 시선이 나를 향해 있음을 느껴졌다. 아무래도 어떤 자식이 새로운 구성원으로 출근하였는지 자신들이 구미에 맡는 인물인지 탐색하는 것 같아 보였다.
“ 아 온씨 이리 와보세요. 여기는 우리 나머지 직원들 이에요. 먼저 이분은 정소라 매니저고 담당으로 경제경영, 자연과학 파트 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분은 최은경 매니저 담당으로는 진수씨랑 같은 파트 업무보고있어요.”
“ 안녕하세여. 오늘부터 출근하게된 김온이라고합니다. 29살이고 잘부탁드립니다.”
이전에 했던 인사를 반복하여 써먹으면서 어색한 미소를 날렸다. 여전히 그녀들의 시선이 불편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