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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군 May 12. 2024

대구 중화비빔밥 노포 맛집

일미반점

 독특하다는 것이 내포하고 있는 묘한 끌림이 있다. 그것에 호불호는 후순위고 눈길이 향하게 된다. 그렇게 잡혀버린 시선 속에 괜스레 소심한 아이의 마음을 호기로운 도전자로 변모시킨다. 울리는 심장을 쿵쾅쿵쾅 느끼면서 나는 한걸음 다가가 본다. 나의 고백에 돌아오는 메아리는 때로는 기대치 못 한 것들의 감탄의 형태로 나타난다. 묘한 쾌감이 울림으로 퍼져 나오면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재미없는 일상 속에 원하는 것이 생겨난다. 모르고 지나쳤던 지난날들이 아쉬움이 든다. 그렇게 스며드는 호감에 나는 독특함이라는 단어가 호감으로 인식된다. 안전함이라는 유리창을 문을 열고 설렘을 향기를 느껴본다. 그렇게 나는 한동안 꺼내볼 수 있는 새로운 것들에 익숙함의 시간을 가져본다. 낯선 길모퉁이에서 스며드는 독특함을 탐미해 본다.


중화비빔밥


 파생이라는 단어가 음식에 있어서는 익숙하게 받아들여진다. 고유한 뿌리에서 갈라져 나와 새로운 형태의 새싹을 틔운다는 것이 멋지다. 나는 파생이라는 단어에 호감을 가진다. 그리고 맛을 음미하면서 고유함을 찾기보다는 그 독특한 새로움에 집중을 해본다. 그것이 주는 먹는다는 것에 즐거움은 매번 신선하게도 나를 자극시킨다. 대게는 음식의 파생은 환경적인 요인을 받는 경우가 빈번하다. 뿌리가 터전을 잡고 탄생된 곳과 완전히 동일된 곳은 없다.


 날씨도 사람도 그리고 재료들이 구함에 접근성도 고려하다 보면 자연스레 샛길이 생겨난다. 처음은 익숙한 듯하면서도 서서히 변해가는 낯 섬은 호기심이 든다. 이 길이 가고자 하는 방향은 어디인지 따라가 보고 싶다. 그렇게 마주한 것들 사이에서 원래의 시초는 망각되고 하나의 새로운 객체로서 요리를 맛본다. 미로의 끝을 나온 이의 즐거움이 입안에서 쾌감의 형태로 표현된다.



 도시들마다 각양각색의 요리들이 특출 나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 개성이 있는 것들이 존재한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대구라는 공간은 중식이라는 부분에서 표현력이 뛰어난 곳이다. 이곳의 중화요리의 큰 비중은 화교의 영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1905년 당시 경부 철도 개설 등의 이유로 유입된 화교 인원들이 조선 3대 상업도시 중 하나인 대구에 정착하게 된다. 그렇게 터전을 잡은 화교 인구는 1930년에 1384명까지 늘어났다. 당시 국내 화교 인구가 1만 9963명이었다는 것을 대입해 보면 상당한 비중이었었다.


 한국전쟁 때에 서울과 인천의 화교인원들이 미처 부산까지 피난을 가지 못하고 대구에서 정착하게 되면서 더더욱이 늘어났다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이러한 영향 아래에 중식의 발전도 잇따라 왔다고 볼 수 있다. 대구에 터전을 잡으면서 중식들을 많이 접하게 되었지만 그중 특별한 메뉴가 하나 있었다. 나의 낯 섬의 의문의 범주에 인식된 것은 바로 중화비빔밥이다.


   이 요리는 중화 야끼우동에서 파생된 음식이다. 해물과 야채를 진한 육수와 함께 맵게 볶아서 면에 끼얹은 형태이다. 재료는 짬뽕과 유사하지만, 단맛이 더 있고 국물이 별로 없는 볶음 요리라는 차이가 있다. 단어에 맞게 인식하면 일본의 야끼소바의 파생으로 볼 수 있지만 전혀 다른 느낌이라고 할 수 있으면 짬뽕에 가깝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 중화비빔밥이다. 면대신 밥을 넣은 것으로 전분을 머금고 있는 소스가 응고되어 밥과 잘 비벼진다.



기름지고 매콤한 맛 그리고 해물과 고기까지 한 번에 맛볼 수 있기에 상당히 매력적이 요리이다. 그래서 나는 이 음식을 처음 접하는 순간에도 신기하면서 재미남을 느꼈다. 중화비빔밥에 대한 기원을 찾다 보면 대부분의 자료에서 대구가 시초였다는 것이 많았다. 1970년대에 한 중국집 직원들끼리 그날 팔고 남은 재료들을 모아서 비벼먹던 음식이었는데 그것을 손님들에게 팔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대구 사람들은 잘 알고 즐기는 음식이지만 대체로 이 요리를 모르는 이들이 많다. 그래도 2016년 백종원의 3대 천왕이라는 방송을 타면서 그래도 홍보가 되었다. 대구 여행을 오는 이들 중 일부는 이 음식을 맛보고 매료되기도 한다. 파생의 파생의 변주가 만들어낸 이 재미남에 나는 상당한 호감을 표한다.


일미반점


 잠깐의 쉼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 시점에서 여행이라는 단어를 가까이하는 편이다. 일상의 굴레에 바쁘다는 핑계를 내뱉으면서 미루었던 시간을 한 번에 소비한다. 그러다 보니 기차를 많이 타게 되었다. 면허증이 있지만 뚜벅이에 익숙하고 좋아하기도 하는 편인데 사실 도로 위의 냉혹함이 무서워 운전을 하지 않는다. 대구에서 기차를 타려면 대게는 동대구역과 대구역을 자주 이용한다. 하지만 비중을 따지자면 압도적으로 전자의 장소가 더 크다.


 그에는 KTX 정차 유무 때문이다. 사실 처음에는 이 도시에 와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 중 하나였다. 명칭도 대구역이고 시내에 있는데 이곳에 KTX가 선다면 접근성도 용이하고 오가는 이들도 편의성이 있을 것 같았는데 왜 동떨어진 외곽의 동대구역이 메인 역인지를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반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냥 익숙해지다 보니 별 생각이 없어졌다.


 나는 대체적으로 동대구역을 출발점으로 자주 애용하지만 금번에는 대구역으로 가게 되었다. 지인을 만나고자 부산으로 가게 되었는데 부산역에서 약속장소인 사상으로 가는 것이 번거롭기도 하고 더 비싼 돈을 주고 KTX를 타는 메리트가 없다. 그냥 대구역에서 타면 구포에서 내려 거리상으로 더 가까우며 시간적으로 큰 차이는 없지만 조금은 빨리 도착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대구역으로 가면 상대적으로 배차 시간이 길어 타이밍을 놓치면 기다림의 시간이 늘어난다. 집에서 역사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기에 인근에 가까워지면 예매를 하려 시간표에 맞춰 출발하였다. 근데 아뿔싸 앱을 열고 마주한 것은 매진인 것이다. 주말이라는 요소를 그리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붕떠버린 시간의 허망함에 괜스레 허기짐이 찾아왔다.


  그래 겸사겸사 식사를 하면서 시간을 때우자 휴대폰을 켜서 먹거리들을 찾아본다. 막 마땅히 끌리는 것들이 확 눈에 띄게 보이지는 않는다. 스크롤을 내리다 구미가 당기는 메뉴가 보였다. 바로 중화비빔밥이다. 대구에 초창기 정착을 하면서는 엄청나게 먹었었는데 최근에는 접한 기억이 가물 가물했다. 오랜만에 초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으로 한번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뜸에 들뜬 발걸음은 경쾌해졌다.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은 거의 대구역 뒤편이었다. 허름함이 세월의 때를 보여주는 것 같아 보이는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간 실내는 작은 공간이지만 입식테이블과 좌식 테이블이 구분되어 나뉘어있었다. 다행히 한참 점심때를 벗어나서 그런지 내부에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입식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주저함 없이 중화비빔밥을 주문하였다.


벽면에 보니 그래도 나름 방귀 좀 뀌는 집인지 유명인들이 싸인 전리품처럼 붙여져 있었다. 왠지 기대가 된다라는 생각이 순간 들면서 군침이 흘러내림을 움켜쥐었다. 테이블 위에 새빨간 강렬한 양념을  두른 자태의 음식이 놓였다. 육안으로 만족스러운 비주얼은 스물스물 올라오는 불향이 코끝을 스치며 자극시켰다. 야무지게 새빨간 양념을 비비며 한 숟가락을 퍼서 먹어보았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불향과 불맛은 만족스러웠다.



 더불어 강렬한 색감에 비해 그리 엄청난 매콤함은 아니었다. 적당히 혀를 자극시키는 맵기였다. 듬성듬성 포진되어 있는 오징어의 비율이 적지는 않아 보였다. 그리고 질기지 않으면서 먹기 좋은 식감에 정도의 오징어였다. 살짝 건조한 느낌의 양념이었는데 비벼서 먹기에는 개인적으로 매력적이었다. 야채도 수분을 적절히 머금고 있고 기름기도 그리 과하지 않게 전달되어 그런지 담백하면서 좋았었다.


 그리고 같이 나온 계란국 별거 없고 아는 맛이지만 상당히 호감의 표시가 생겼다. 적절히 티 나지 않게 중화비빔밥과 조화로움을 들어내었다. 그냥 시간을 소비하기 위해 들어온 공간이었지만 기대이상의 만족감을 느꼈다. 그리고 오랜만에 이 도시의 독특하면서 개성 있는 것을 다시 마주하며 지난 시간들도 상기시켰다. 이제 조금은 아니 생각보다 난 이 도시에 녹아든 것은 아닌 가라 생각을 하였다. 조만간 다시 중화비빔밥을 먹으러 와야겠다 생각하며 다시 발걸음을 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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