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경험 그리고 상이한 온도에서 출반선 앞을 지난 나였다. 처음은 너무 설레었다. 바를 정이라는 앞글자에 세상이 나에게 떳떳함이 부여한 것 같았고 그것이 너무 뿌듯했었다. 그래서 선을 넘는 것이 행복했고 즐거웠다.
두 번째 지금의 나는 그 설레고 순수한 추억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꺼낼 용기도 없는 겁쟁이가 되어 있었다. 마음은 여기저기 쉴 새 없이 부딪혀 생채기 투성이가 되었다. 그래서 이 선을 넘는 것이 두렵고 무서웠다. 하지만 자의 반 타의 반 이 선을 넘은 나에게 뜻하지 않은 이정표는 용기를 주었다.
월정리 달이 뜨는 바닷가라는 유래가 좋았다. 그리고 아름다운 바닷가가 발길을 잡았다. 여기저기 즐비한 카페들 사이 파란 벽이 시야에 잡혔고 홀린 듯 입구 문을 열었다.
아메리카노 한잔과 허기를 달래줄 케이크 하나를 주문하였다. 결제를 한 나에게 주인장은 카운터 한편 바구니에 담긴 귤을 권하였다. 드시고 싶은 만큼 가져가시라고. 올해의 첫 귤 이렇게 마주하니 반가웠다.
멍하니 커피 한잔에 달달한 케이크 한입에 머금고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각자의 상태가 다른 출반선 위에 시작된 여행은 다들 나보다 뒤 쳐 보이지 않았다. 웃고 있고 기댈 수 있는 서로의 의자 하나들을 달고 다녔다.
내 비어있는 옆자리가 지각되는 순간 아름다움은 차디찬 냉기의 공허함을 주었다. 목구멍을 넘어가는 뜨거운 아메리카노도 공백의 차가움을 녹일 수 없었다.
주섬 주섬 정리를 하고 어설프게 자리를 일어선 나에게 주인장은 귤 한뭉큼을 지어주었다. 즐거운 여행되시고 좋은 추억 만드세요. 그 귤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나를 뭉클하게 만들고 따뜻하게 만드는지.
나는 카페 밖 벤치에 앉아 뜻하지 않은 온기의 이정표를 마주하고 미소를 지었다. 나의 두 번째 경험도 따뜻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람이 따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