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거리에 거룩함이 가득 차야 할 하루가 쓸쓸하게 버려져있다. 사람들의 온기도 웃음도 잃어버린 시간을 허망하게 바라본다. 나는 가지고 있는 것이 없기에 그리 슬프지도 아프지도 않다.
허기가 밀려오는 거리의 밤을 거닐다 희미하게 빛나는 쇼윈도의 케이크를 마주했다. 그리움과 허기짐에 손길이 이끌려 나는 그것을 들고 돌아간다. 의미가 있는 초는 아니지만 붙여진 희미한 불빛 사이에 문득 그녀가 생각이 났다.
많은 것이 다르기에 끌렸었다. 내가 가지지 못했던 그녀의 작은 것들 하나하나가 모두 사랑스러웠다. 영원할 것 같던 설렘이 사라지며 다르기에 힘들었고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랑의 선이 지워지며 미움과 원망의 선이 우리에게 그어졌다. 그렇게 그녀는 떠나갔고 그렇게 나는 괴로워했다.
고요하고 거룩함이 사라진 성탄절 나는 다시 기억의 한 조각을 꺼내본다. 그리움의 미소가 입가를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오늘은 그녀의 생일이었지. 애써 끄집어낸 미소는 미안함과 아쉬움으로 막을 내렸다. 휴대폰을 꺼내 검색을 해본다. 아직 지우지 못한 번호.
"잘 지내니? 오늘 생일 축하한다. 메리 크리스마스야"를 썼다 지웠다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