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 대신 볶음밥

광명반점 (3/12)

by 김군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다. 근간에 나를 감쌌던 바람은 유독 매서웠다. 그것에 마음도 몸도 지쳐 있었다. 온기를 갈망하고 또 그리웠다. 그래서 이 비가 너무나도 반갑다. 으로 나가서 맞이해야겠디는 마음이 들었다.


평소에 나라면 습하고 우중충한 하늘이 싫어 피했을 거지만 웃음과 기대를 머금고 외출 준비를 한다. 주섬 주섬 옷을 단단히 여매입고 발길을 떼었다.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 반려묘 봄이가 애교를 피우며 발목을 붙잡는다.


쓰담 쓰담 나의 손길에 지그시 눈을 감고 골골 송을 하는 요물단지의 늪에 빠져버렸다. 고양이 무서운 애교는 시간의 흐름을 망각하게 만든다. 겨우 츄르 하나를 지어짜주니 나의 손길이 아닌 간식으로 애정의 눈길을 돌다. 하지만 그것이 그리 밉지만은 않고 귀여웠다. 심스레 봄이의 눈치를 살피며 문을 열고 도망치듯 황급히 빠져나왔다.

집을 떠나 밖으로 왔지만 나의 발걸음이 뚜렷한 목적지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걸으면서 생각의 주머니를 비우고 계절에 변화의 냄새도 맡고 싶었다. 앞으로 앞으로 나가던 길이 어느새 멀리까지 나를 이끌었다. 그간 우산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빗물을 느낄 때쯤 허기가 찾아왔다.


지금 같은 날씨에는 얼큰한 짬뽕국물에 소주 한잔이나 두부 위에 시큼한 김치볶음을 놓고 막걸리 한 사발이 딱이다. 군침이 입안에 돌며 선택의 고민이 든다. 날씨의 맛과 곁들여 먹는 맛을 알고 있기에 쉽지가 않다. 결국 나는 정답을 휴대폰에게 물어보았다.


인스타그램을 열어 맛집 검색을 한다. 각보다 빠른 시간 결과는 나왔다. 도처에 널린 짬뽕 맛집들 때문에 싱겁게 답이 나왔다. 우리네 삶에서 역시 얼큰함과 국물은 빠질 수 없는 것이 아닐까라는 시답지 않은 생각을 하였다. 나는 거리와 사진을 보고 몇 곳을 추렸다. 그리고 조금 더 상세한 후기를 보기 위해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큰 변별력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이상하게 눈길을 끌었던 하나의 가게가 있었다. 두툼한 계란 프라이 하나가 반숙으로 올려져 있고 고슬 고슬고슬한 밥알의 볶음밥. 나는 분명 짬뽕을 먹으려 검색을 한 건데 이 음식이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거라 확신이 들었다.


뜬금없는 생각의 전개는 한결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었다. 5분가량 걸어서 목적지인 중국집에 도착했다. 외관에서 나 여기 오래 있었다 그러니 맛도 실망하지 않을 거야 하는 포스가 느껴졌다.


문을 열고 마주한 내부는 역시는 역시다. 한 곳에서 오래 머문 흔적의 때는 군데군데 묻어있었다. 정겨운 예스러운 난로에 주전자의 온기를 마주하며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볶음밥 하나 주세요 말하였다.

점심을 지난 시간이라 많은 손님은 없었다. 기다림의 설렘을 느끼는 시간 동안 나는 앞쪽 테이블에 두부 같이 하얀 아기와 눈을 마주쳤다. 밥을 먹기 싫다고 하는 아이와 어떻게든 먹이려는 엄마의 사투는 귀여워 보였다.


물론 두 당사자들에게는 고통의 시간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엄마의 가슴에 안겨 나와 눈길이 마주친 아이에게 찡긋 웃음을 날리니 배시시 웃는 아기가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 스러 보였다.


아무래도 나도 나이를 꽤나 먹었다는 것이 이렇게 나타난 것인 것 같다. 아이가 귀여워지고 사랑스러워질 때쯤 결혼을 할 때가 된 것이고 가장으로 삶을 꿈꾸게 되는 것이라 어른들의 옛말이 생각났다. 아기의 미소를 보며 흐뭇하게 시간을 흘려보낼 때쯤 주방에서는 주인장 어르신의 웍질을 하는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코끝에 음식의 냄새가 스멀스멀 들어온다. 잠시 멈춰있던 허기의 외침이 다시 시작된다. 먼저 나온 양파와 단무지로 아쉬운 대로 배를 채웠다. 하나 둘 조금씩 그것들이 비어져 갈 때쯤 주문했던 볶음밥이 나왔다.


계란 프라이가 고슬 고슬고슬한 밥 위를 포개고 있고 춘장이 한편에 무심하게 옆에 있었다. 내가 짬뽕의 얼큰함을 포기하고 선택한 볶음밥. 일단 으로 먹은 맛은 합격이다. 반숙 계란을 살포시 포개어 동서 남북으로 펼쳤고 한편에 있던 춘장을 가장자리로 이동을 시켰다. 적당히 버무려질 때쯤 숟가락으로 뜸뿍 떠서 입으로 넣었다.


한 톨 한 톨 기름에 코팅된 밥알이 기름져 보였지만 그리 느켜지지않고 계란 노른자 비벼져서 고소한 맛이 났다. 춘장을 곁들여 한입 다시 입으로 넣었다. 짠맛이 강했다. 이래서 춘장을 조금 주었구나라는 탄식을 하며 반찬으로 곁들여져 나온 계란국을 먹었다. 꽤나 이 짠맛을 중화시키는 힘을 발휘하는 국이 매력적이었다.


밥알 사이로 씹히는 고기들도 꽤나 좋은 식감이었다. 허기짐과 기대에 대한 만족스러움에 숟가락질이 빨라졌다. 하얀 바닥이 보일 때쯤 기분 좋은 포만감이 찾아왔다. 그리고 문득 인생에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오늘 하루는 정확한 정답을 택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 한잔을 마시고 숨을 고를 때 나와 같이 혼밥을 하시러 온 고객이 한 두분들어왔다. 뭐를 시킬까 궁금함과 왠지 이 맛을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에 볶음밥을 기대했다. 하지만 다들 짜장면을 시켰다. 예상을 비껴나간 선택에 이곳에 또 다른 메인 메뉴 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뱃속 공간이 고슬 고슬밥 알로 차져 여유가 없었다.


이곳을 다시 와야 하는 이유가 생긴 것 같다. 다음은 짜장면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주섬주섬 옷을 입고 계산을 하였다. 빗방울이 조금은 옅어졌다. 내일이면 겨울의 안개들도 조금씩 사라지겠지. 코로나가 끝이나 기분 좋은 공간이 추가된 하루들을 즐기고 싶다는 염원에 발걸음을 떼었다.


-3/12 /비 오는 날/고독한 김 군

*가게명: 광명 반점

* 주소 : 대구 북구 칠성로 70-1

* 볶음밥, 난자완스가 인기 메뉴

* 볶음밥 가격 7500 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