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사내연애

후회 그리고 부러움

by 김군

고깃집으로 들어가 간단히 삼겹살 3인분과 소주 한 병을 시켰다. 우리는 말없이 작은 소주잔에서 서로의 근심을 날려버리려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목을 타고 넘어가는 알코올의 쓴맛이 근심을 던져 버기에는 충분하지 못하였다. 어떤 말을 오가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녀의 얼굴 속에 비친 슬픔이 공감이 되었다. 나도 겪었고 그 아픔의 잔상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말이다.


"다은아 괜찮아? 너... 아니다 일단 한잔해 자 고기도 먹고."


가끔은 별것 아닌 의미 없는 말이 마음을 울리는 방아쇠가 된다. 다은이는 잡고 있던 술잔을 놓고 눈물을 흘리며 얼굴을 감쌌다. 무슨 말이 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그냥 바라보며 기다려주는 게 나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도 훔쳐내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오빠 나 나 아니 내가 뭘 그리 잘못했어. 나 진짜 사내 연애한다고 안 좋게 보는 거 알아. 그래서 더 더 진짜 진짜 조심했어 오히려 정우 오빠랑 더 떨어지고 출근해서는 한마디도 안 했어. 진짜 하아 사람들이 왜 그러냐..."


"나도 알아. 너 조심하고 욕먹을 아이 아니라는 거. 누구보다 난 너 믿어. 근데 다은아 세상은 아군보다 적군이 많더라. 격려해주고 칭찬해주기보다는 어떻게든 깎아내리려. 이해가 되지 않아 나도. 아마 죽을 때까지 그렇겠지."


"으이고 우리 이쁜 다은이 얼굴 눈 붓겠다. 오늘 실컷 울어. 이모님 여기 소주 한 병 더 주세요. 참이슬로 주세요. 정우 이 새끼는 우리 다은이 이렇게 힘든데 뭐 하는 거야. 이 시 키 지가 칠칠치 못하게 들켜버리고. 안 되겠다. 전화해서 지랄 좀 해야겠다."


전화를 하려는 나를 붙잡고 그래도 지 짝이라고 그 자식을 편을 드는 다은이의 모습에 웃음이 피식 나왔다.


"정우 오빠도 노력해. 요즘 진짜 열심히 일해. 근데 사람들 눈은 삐뚤게 고정되어있고 항상 문제의 종착역은 우리 관계야. 나는 그게 너무 싫어. 뭘 해도 바뀌지 않아. 지긋지긋하다."


나는 눈시울이 붉어진 그녀의 얼굴을 보고 다시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한참을 망설이다 나는 입을 떼었다.


"다은아 나는 음 네가 견디고 이겨냈으면 한다. 섭섭한 말인 거 알아. 내가 네 마음 니 고통 모르는 거 아니지만... 그래도 나 여기서 쓰러지지 않고 나갔으면 해. 아프고 쓰라린 거 아닌데 무뎌지고 나이 드니 포기하고 버려버린 게 너무 슬퍼. 후회가 되어서 잊지 못하겠어.. "


비어진 소주 한잔을 채우고 집어서 들어마시며 말을 다시 내뱉었다.


"네가 도저히 못견디겼다면 우리 매장으로 올래. 내가 한번 이야기해볼게. 그래도 떨어져 있으면 비뚠 시선 나쁜 이야기는 덜하지 않겠어. 생각해봐."


그녀는 뜻밖의 이야기에 생각해보겠다고 하였고 그 뒤 나는 다은이의 조금이라도 웃게 하기 위해 시답지 않은 농담들을 하였다.


소주의 쓴맛이 목과 머리를 지끈하게 만들었고 눈에 들어오는 흔들리는 세상이 서글펐다. 왜 이리 살기 힘들까.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는 비틀거림에 잠식되어 버리기 전 가게를 나왔고 나는 그녀를 택시에 태워 보내주었다. 바람에 어지러움을 씻겨내고 싶어 걸었다. 시야에 편의점이 들어왔고 소주 때문에 느껴진 갈증을 해결하고 싶어 들어갔다. 기웃기웃 음료 냉장고 앞에서 망설이다 아메리카노 하나를 집었다.


계산을 하고 뚜껑을 열어 벌컥벌컥 들이키는데 갑자기 웃음이 피식 새어 나왔다. 쓴맛을 쓴맛을 희석시키고 있다는 것도 웃기고 세상에 단맛을 잃어 간 것이 슬펐다. 예전에 이 한약 같은 커피 입도 데지 않았는데 요즘은 하루에 6-7잔을 마신다. 아이스크림을 먹을 것을 그랬나 후회를 하는 사이 비틀거리는 걸음이 집 앞까지 이끌었다.


옷을 벗고 쓰러지며 침대 위에 누워 기절했고 감은 눈 사이로 쏜살 같이 하루의 마침표가 다가왔다. 그날 밤 나는 오랜만에 윤서의 꿈을 꾸었다. 서럽게 울며 그녀의 품에 안겨 너무 보고 싶었다고 나 너무 힘들다고 가지 말라고 말을 했다.


다은이는 술자리 이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고 나의 제안은 일단 거절했다. 끝을 내더라도 도망치기는 싫다고 했다. 알겠다고 그래도 언제든 생각이 바뀌면 이야기를 하며 부러움을 느꼈다. 아직 체념에 익숙하지 않아 진다는 것이 말이다.


전화기를 부여잡고 지워 버리지 않은 그녀의 카톡 프로필을 검색해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공허한 이미지 속에 쓸쓸함이 느껴졌다. 오늘 밤도 그녀를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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