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린 건을 마주하다.

부산 2일차 바다를 보러가다.

by 김군

커튼 사이로 어둠이 사라진 자리를 마주하였다. 눈을 비비며 기지개질을 한다. 더블 침대이지만 비어있는 옆자리가 이제는 익숙하였다. 급히 하얀 침대보를 걷어내고 찾은 안경을 끼고 휴대폰 시간을 확인하였다. 7시 반 아직 체크아웃까지는 꽤나 여유가 있다. 남은 시간이 나른함과 나태함을 주며 발을 묶었다.


인스타그램을 열어 내린 스크롤들에 이렇게 삶이 즐겁고 아름다운 것들이 많은데 나는... 회의감이 들며 손에 지고 있던 휴대폰을 놓아버렸다. 화장실 옆 비치된 세면도구들을 뜯어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정신이 뚜렷해짐과 가야 할 길들이 생각이 났다. 바다... 내가 그리워하고 보고 싶었던 곳... 부산에 온 이유. 부산 바다를 인스타그램 해쉬태그로 검색하였다. 다들 프로 사진가들인지 자연이 숨 쉬고 담긴 느낌이 확 들었다.


그들 중 눈에 들어온 한 사진. 슬램덩크의 한 장면처럼 해변을 배경으로 지나가는 모노레일. 여기는 어딜까 하는 궁금증이 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변질되면서 목적지가 뚜렷해졌다.


청사포 푸른 모래라는 어원처럼 파란 바다가 이쁜 곳이었다. 예전 이곳에 조개구이를 먹으러 간 기억이 났다. 수민이네라는 꽤나 유명한 가게였다. 가리비가 끝내주게 맛있었지 하며 입맛이 다셔졌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있고 짐을 챙겨 나갔다.


체크아웃을 하고 나와 휴대폰으로 가장 빠른 동선을 체크하였다. 1시간가량의 거리를 가려니 허기가 급작스럽게 더 커졌다. 편의점에 들어가 야채김밥 한 줄을 샀다. 음료수를 사려하였다가 호텔에서 챙겨 나온 생수 한 병이 생각나 멈추었다. 뜯는 부분을 조심스레 잡아 해체를 하고 드러난 김밥의 상체를 한입 베어 물었다.


역시 익숙하지만 맛있다. 나는 편의점 김밥을 참 좋아한다. 적당히 자극적이고 배도 채우기 좋고 실패가 많지 않다. 역시 좋은 선택이다. 와그작와그작 급히 주워 먹고 여러 인파들이 붐비는 지하철의 바다로 뛰어들었다. 점역에서 내려 오랜만에 마을버스를 탔다. 귀에 꽂은 에어 팟을 빼고 목적지를 놓치지 않게 집중하였다. 근데 도착할 때가 되었는데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아 불안함이 밀려왔다.


급히 부저를 눌러 내린 곳은 나의 인내심이 부족을 원망하게 하였다. 타고 온 절반 정도만큼 더 가야 했다. 구비 구비 길들을 걸으려니 태양이 뜨거웠고 메고 있던 가방 사이로 땀이 맺혔다. 그늘을 찾아 산책로 들어갔다. 파란 바다가 눈앞에 조금씩 얼굴을 들이밀었다.


시원하다. 사막의 오아시스를 볼 때 이런 느낌인 걸까. 기름칠이 된 무쇠다리는 아니지만 뚜벅뚜벅 걷는 발걸음이 경쾌했다. 20분가량을 걷고 나서야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에 보이는 풍경이 사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들 자신의 기록장에 담기 위해 삼삼오오로 모여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그들의 무리에 끼여 녹아들며 이질적이지 않기에 부단히 노력하며 무심하게 사진들을 찍었다. 참 아름답다. 마냥 해외의 멋진 명소들을 동경하던 어린 시절이 무색할 정도로 국내의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들었다. 무심하게 지나치면 모를 것들의 소외가 관심으로 바뀌는 순간은 항상 경이로운 감탄사가 나온다.



원하는 각도의 사진을 찍고 기찻길을 지나 바다로 한발 가까이 다가갔다. 마음이 상쾌해졌다. 한없이 펼쳐진 지평선 아래에 파란 파도가 내 근심과 걱정을 잠시나마 쓸어갔다. 마냥 파도를 바라보며 멍을 때리고 있는 것이 행복했다. 찰삭 찰삭 하얀 거품의 물결들을 따라 시선을 마주하며 우두커니 서있었다.


소소한 삶의 즐거움이 그리 긴 시간 동안 허락되지 않았다. 고요한 파도의 소리를 독식하지 말랐는지 어느 한 가족의 따가운 시선으로 쏘아보았고 나는 자리를 떴다. 짧지만 참 근래 이런 행복한 순간이었에 더 아쉬움이 들었다. 자연이 주는 감동을 깨닫고 소중이 여기는 것을 이렇게 늦게 깨달았은 것이 후회스러웠다.


1박 2일 부산에서 보낸 시간들이 덕지덕지 붙어 발목을 잡는다. 떠나지 말라고 여기 있어라고. 하지만 원치 않은 이에게로 가야 하는 발걸음은 피할 수 없었다. 차창 밖으로 지나가면서 사라지는 풍경들이 슬프기에 두 눈을 찔금 감았다.


다시 미련이라는 단어를 나는 버리지 못하고 붙여왔다. 그립고 애달픈 나의 잊힌 반쪽을 다시 마주할수 있기를...

작은 혼잣말로 내뱉어보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잊어버린 것들을 마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