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에 기대어 : 24. 경험

Every Thursday, a new word

by Hee
경험 Experience

실제로 무엇을 하거나 겪으면서 얻는 지식이나 기술 또는 감정.
knowledge, skills, or feelings you get from actually doing things or going through something.


그러면 좀 어때?


준비가 안되어 있으면 좀 어때? 완벽하지 않으면 좀 어때? 속도가 더디면 좀 어때?


이런 생각이 주저하는 나를 움직이게 만든다. 머뭇거리는 나의 손을 스스로 붙잡아준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작은 온기로, 한 발을 내딛는다. 아무리 좋은 생각으로 나를 둘러싸도 찾아오는 먹구름의 순간은 어쩔수가 없다. 다행히 나는 나만의 처방을 가지고 있다. 숏츠의 시대에 알맞은 극복의 순간을 담은 짧은 장면들. 휘발성이 강한 영상들은 역설적으로 짧은 시간에 나의 불안을 잠재웠다. 그들의 이야기가 마치 내 일처럼 스며들었고, 나는 정말 괜찮아지곤 했다.


자신의 능력을 실제보다 낮게 평가하는 사람들처럼, 나 또한 스스로를 쉽게 믿지 못했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과 부족함을 누군가 알아채는 것을 자존심 상하는 일로 여겼다. 잘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일들만 무기인 양 꺼내놓았다.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며 눈치 보는 얼굴은 숨기고, 자신만만한 편집된 모습만 타인의 눈에 비치길 바랐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들이 평가하는 내가 불일치할수록 그 괴리는 점점 더 나를 장악했고 숨김의 방식은 다양해졌다. 시간의 흐름 가운데 만나는 나태한 나를 혹여나 누가 알아챌까 이런 시기엔 주저함이 행동 앞을 가렸다. 둔해진 움직임에 나는 멀뚱멀뚱 자리에 서서 고개만 이리저리 돌렸고 문득 이런 나를 발견했을 때, 나는 나를 견딜 수 없었다.


여러 경험을 통과하며 연약했던 나는 단단해지고 있다. 바위에 부딪히는 계란이 되더라도 피하지 않고 온몸으로 부딪힌다. 나는 경험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낀 사람이다. 'Just do it' 이라는 말을 자주 떠올렸고 그 생각의 숫자는 움직임의 횟수로 보여졌다. 덕분에 나는 더 많은 부끄러움을 겪게 되었다. 하지만 이 시간을 통과할수록, 부끄러움은 더 이상 나를 멈추게 하는 감정이 아니라 나를 밀어주는 힘이 되었다. 흩어져 있던 점들이 선을 만들어냈고, 완벽하지 않아도 서툰 손으로 진심을 담아 그어낸 선을 나는 좋아했다. 그렇게 나는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과거부터 글을 쓰는 건 나만의 해소방식이다. 질풍노도의 사춘기에 나는 큰 바람을 일으키는 아이는 아니었지만 내면에 차오르는 어두움을 글로 남기곤 했다. 이때의 글은 홍당무처럼 빨갛게 달아오른 나를 만들지만 그 또한 나아가는 여정 속의 나라고 생각하면 소중해진다. 이 장면을 담은 사진을 추억의 서랍에 담아둔다. 실선처럼 이어져오던 나의 글쓰기는 '가끔'이 '종종'으로 바뀌었고 친한 지인의 권유로 시작한 브런치라는 플랫폼으로 본격적인 선을 만들어냈다.


SNS에 가끔 남겼던 글을 가지고 와 다시 한번 정제시켜 플랫폼에 실었다. 나의 유희 중 하나는 나의 글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과거의 조각들을 펼쳤을 때 마주하는 화끈거리는 온도는 나를 화들짝 놀래게 한다. 감정의 높낮이를 직선으로 내리꽂는 문장들은 미성숙한 나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멈추지 않았고 창피함의 경험을 축적해 갔다. 반복의 과정 속에 나도 모르는 새, 나는 성장하고 있었다.


빨리 달리진 못해도 천천히 나의 속도로 달렸던 내 러닝의 시간처럼 글쓰기도 어느덧 꾸준함을 가지게 되었고 이 경험이 신문 한켠에 나의 글을 실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이 선택으로 나는 부족함을 맞닥뜨릴 순간들을 더 많이 가질 테지만 지금껏 그랬든 묵묵히 내 머릿속 문장들을 세상에 꺼내놓을 예정이다. 이 행복한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할 때, 나는 비로소 나만의 문장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녹일 수 있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겪는 수많은 사건 중 때로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의미하다 느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내가 겪은 경험은 언제가 될지 몰라도, 정말 조금의 영향일지라도 내 삶에 도움이 된다. 온몸으로 부딪힌 시간들로 나는 알게 되었다. 어떤 경험도 헛되지 않는다는 것을. 심지어 나를 가장 작게 만들었던 순간들 조차, 결국 나를 앞으로 끌어주었다.


나라는 존재는, 나를 찾는 여정에서 만난 모든 경험들로 빚어진 움직이는 나만의 인생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