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자신이 바라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실패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패라는 건 이 세상에 없다. 삶은 그저 수많은 선택과 실행, 그 안에서 벌어지는 무수한 실수, 그걸 딛고 이겨내는 과정의 연속일 뿐이다. 이 과정에서 상을 받던 승진을 하던 돈을 많이 벌던 남들의 인정을 받으면 다들 성공했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성공은 현재 나를 돌아봤을 때 스스로 잘 살았다고 느끼고 말할 수 있어야 그게 성공이다.
지금까지의 내 인생도 수많은 선택과 실행이 있었고 그 안에는 무수한 실수로 생긴 아쉬움, 안타까움, 창피함, 부끄러움의 순간도 있었지만 내가 바라는 성취의 순간에는 행복, 기쁨, 즐거움, 신남으로 채워져 있다. 어린 나이에는 실수 그 자체가 너무 싫고 부끄러웠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그 순간순간들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고 덕분에 내가 발전하고 나아지고 깊어질 수 있었다. 지금은 여러 실수의 순간들이 감사하고 앞으로도 나는 다양한 실수를 할 테지만 그만큼 더 발전할 것을 알고 있기에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나의 도슨트 경력은 아직 미미하나 나는 나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당당하게 말한다. 저는 전공자도 아니고 미술에 대한 깊이도 아직 몇 년밖에 되지 못했다고. 하지만 내가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는 건 지금의 내가 부족하다고 미래의 나도 똑같이 부족하진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 속도가 아주 미약할지라도 하루하루 나는 성장하고 있다. 도슨트라는 직업 자체가 나에게는 다른 것과 비할 수 없는 매력이 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한 꾸준히 할 것이고 그 시간이 일 년, 삼 년, 오 년, 십 년 늘어날수록 그만큼 내가 더 깊어져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지금의 나는 내가 부끄럽지 않다.
내가 바라는 도슨트의 모습은 평범한 나 같은 사람들이 미술관에 왔을 때 즐겁게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그분들이 모르는 것은 알려주고 나도 모르는 것은 배우며 서로 재미있게 소통하는 것이다. 정답이 있는 자리는 아니기에 내가 바라고 원하는 모습대로 나아갈 것이고 나로 인해 한 사람이라도 예술의 매력에 한 발자국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광주시립미술관은 훌륭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고 좋은 전시들로 가득한데 사람들이 이걸 잘 모르는 거 같아 때로는 속상하지만 그렇기에 앞으로 나의 할 일이 있으니 의지가 불타오른다. 현재 나를 제외한 19명의 도슨트 선생님들은 정말 멋지다. 삶에 대한 자세, 배움에 대한 노력, 열린 사고, 도슨트에 대한 자부심 등 배울 점들이 너무나 많은 분들과 함께 일하고 있어 뿌듯하다. 이런 선생님들이 있으니 광주시립미술관은 더 잘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우리 미술관 앞으로도 관심 많이 가져 주시고 많이 보러 와주세요. 감사합니다.
일출 5분 전. 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