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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렛 Oct 30. 2020

결혼에 있어 돈은 어떤 의미일까?

부자가 아닌 남자와 결혼하고 느낀 현실

부자와의 결혼같은 건
단 한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다


나는 부자였던 적이 없다. 어린 시절 우리 집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했고, 커서도 연봉이 높은 직업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평균보다 적은 월급에도 소소한 기쁨을 누리며 즐거운 20대를 보냈다. 모자랄 것 없는 욜로라이프 속에서 결혼을 통한 인생 역전 같은 건 1도 꿈꿔본 적이 없었다.

 반면 돈이 늘 아쉬우셨던 엄마는 본인의 한을 풀고자, 딸들이 부자 남자와 결혼하길 원하셨다. 하지만 사람을 볼 때 돈이 1순위가 되면 안 된다는 것도 늘 강조하셨다. 그 때문인지 언니들 모두 부자가 아닌 평범한 남자와 결혼했고, 나 역시 아무 두려움 없이 그 길을 감행(?)했다.


너무 차이 나는 남자는 안돼


결혼은 둘째치고 흔한 연애조차 부자 남자와는 해본 적이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두 내 자존심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와 경제적으로 차이가 많이 나는 남자들은 이상하게 다들 건방지게 느껴졌다. 알 수 없는 그들의 고자세가 불편했고, 그래서 일부러 나도 더 세게(?) 굴었다. 그것이 자격지심이었는지 그땐 몰랐다.

 경제적으로 비슷하거나 약간의 차이가 나는 사람들과 있을 때 내 마음이 편했고, 결국 결혼도 그런 남자와 했다. ‘경제적으로 차이가 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생겨난 편견이었다는 걸, 자격지심을 극복하기 위한 나름의 객기(?) 였다는 걸 그땐 알지 못했다.


결혼을 준비하는 순간부터
결국 다 돈이다


‘3포 세대(경제적 상황으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세대)’라는 용어에도 드러나있듯, 결혼을 결심하는 순간부터 사실은 다 돈이다. 신혼집을 구하고 결혼식 장소를 정하고 예복을 준비하고, 신혼여행을 예약하고... 물론 코로나 이슈와 스몰웨딩 트렌드에 맞게 소박하고 저렴하게 진행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요즘이지만, 반대로 화려하게 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마지노선이란 없는 것이 바로 결혼이다. 그래서 결혼을 준비하며 나의 경제적 현실에 대해 뼈저리게 실감하게 되는 게 좀 씁쓸했던 것 같다.

 역세권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능력이 되면서 전셋집에 사는 것과, 대출을 끌어모아 겨우겨우 전셋집에 사는 건 엄연히 다르니까. 호텔 결혼식을 할 수 있으면서 성당에서 하는 것과 돈에 맞춰 소박한 장소를 택하는 건 너무너무 다른 거니까. 사랑하는 사람과 한 가정을 이룬다는 기쁨에만 취해 있기엔(결혼 전엔 놀랍게도 그런 마음이었지...) 결혼에 따르는 물리적인 준비물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단둘이 진행하는 것도 아니기에 남들의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기는 정말 쉽지 않은 것 같다.


사랑스러운 아이마저
다 돈이다


어려운 살림에 자식을 셋이나 낳은 엄마에게 외할아버지는 “자기 밥그릇은 다 타고나니 걱정 말라”며 위로하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세상은 끝났다는 생각을 나는 제왕 절개하러 들어가기 전 수술 대기실에서 느꼈다.

 첫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까지는 잘 몰랐다. 임신 사실이 확인된 후 나라로부터 5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을 때만 해도 세상 참 좋아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돈은 진료 몇 번에 금세 바닥이 나버렸다. 태아보험, 조리원, 산전 마사지, 각종 아기 용품, 산모 용품, 그리고 아이와 생활하는데 필요한 가습기, 건조기, 공기청정기 같은 전자제품까지... 출산 준비에 결혼 준비와 맞먹는 돈이 필요하다는 걸 그리고 결혼 비용처럼 욕심을 부리자면 한도 끝도 없다는 걸 임신 막달이 되어서야 실감했다.

그리고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제왕절개가 자연분만보다 몇 배는 비싸다는 사실에 억울해할 즈음, 수술 대기실에서 간호사에게 제대혈(탯줄 혈액) 보관의 필요성에 대한 설교를 들으며 200만 원의 비용을 24개월 할부로 긁어야 했을 때... 정말 돈이 없으면 아이도 못 낳겠다는 생각이 몸서리치게 느껴졌다.


워킹맘이 된 후 느낀
결혼에 있어 진짜 돈의 의미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돈의 중요성을 꽤 크게 실감했다고 여겼으나 워킹맘이 된 후 느끼는 현실은 그 이상이었다. 사실 결혼 전후 그리고 출산 전후 단 한 번도 직장 생활을 멈출 생각이 없던 나였다. 여자도 사회생활과 경제적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어왔고,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얼마 전 남자 연예인과 결혼한 일반인 여성이 결혼 후 꿈을 찾아 10년 넘게 다닌 직장을 그만둔다는 얘길 들었을 때 부러운 마음부터 드는 건 왜였을까?

내가 벌어서 내 맘대로 돈을 쓰는 지금이 만족스럽지만, 굳이 매일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가기 싫은 회사에 억지로 가지 않아도 내 맘대로 돈을 쓸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이래서 어른들이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가? 고리타분한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최대한 오래 일하는 게 목표였던 내가 아이를 낳고 이렇게나 일하기 싫어질 줄은 정말 몰랐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애만 보는 전업주부가 되고 싶다는 건 아닌데, 그냥 돈을 벌어야 하니까 일하는 것 말고, 나의 월급이 우리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없어 선택적으로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사치스러운 바람... 내 주위의 워킹맘 중 백이면 백 동감하는 이 꿈을 결혼 전엔 왜 갖지 못했을까? 그러나 우리 남편을 포함한 수많은 남편들도 외치겠지. 우리도 부자 여자랑 결혼하고 싶다고! 우리도 일 안 하고 놀고 싶다고!! 여자들보다 남자가 느끼는 경제적 부담감이 훨씬 더 크니 조용히 하라고!!! (네, 저도 안다고요... 쭈글)


부자를 꿈꾸며

아마도 아이라는 보물이 주는 거대한 행복만큼 책임감도 덩달아 커지면서 돈에 대한 조급함과 불안함에 허튼 욕망(?)이 돋아난 것 같다. 나중에 나는 내 딸에게 (너라도) 반드시 부자 남자와 결혼하라고 말하는 엄마가 되진 말아야겠다. 대신 내가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남편이나 결혼 핑계 대지 않고 그냥 내가 돈이 많고 잘났으면 좋겠다. 여전히 자존심이 강한 나라서 이런 자주적인 생각이 드나보다. 휴. 이번 주말엔 오랜만에 로또를 사봐야겠다. 환불 원정대 노래를 들으며 숫자를 맞춰보며 효리 언니처럼 남편까지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살게 해주는 인생에 대해 꿈이라도 꿔봐야겠다.

예능 <놀면 뭐하니> 속 한 장면, 출처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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