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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렛 Nov 01. 2020

결혼은 왜 여자에게 더 불리한 걸까?

워킹맘이 된 후 느낀 억울한 현실

출산  1 , 복직을 했다
오랜만에  노트북이  기분이었다 


휴직 같지 않았던 육아휴직이 끝났다. 복직을 앞둔 마음은 마치 사회에 처음 나가는 새내기 직장인의 그것 같았다. 기존에 다니던 회사였지만 오랜만의 출근이라 많이 긴장이 되었다.  

복직 첫날, 컴퓨터에 앉은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졸리기 시작했다. 출산할 때 뇌도 같이 낳는다는 말은 진짜였다. 사내 메신저 비밀번호, 팀 공용 폴더 경로 등.. 기억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메일 하나 쓰는 데도 너무 오래 걸렸다. 오랫동안 전원을 켜지 않아 로딩이 오래 걸리고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노트북이 된 기분이었다. 그저 퇴근 시간만 오매불망 기다렸다.


다시 칼퇴를 기다리는 삶이 시작되었구나. 금요일에 설레고 월요일에 우울해지는 직장인의 루틴. 이제 거기에 아이가 자면 행복해지고 깨면 한숨이 나오는 육퇴의 루틴까지 더해졌다. 칼퇴가 칼퇴가 아니고 육퇴가 육퇴가 아닌,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하는 느낌. 하... 나는 대체 언제쯤 쉴 수 있는 것일까?


육아 vs 일
워킹맘은 투잡러

사실 오롯이 육아만을 하며 남편을 기다릴 땐 육아가 일보다 백 퍼센트 힘들다고 큰소리쳤었다. 나도 십 년 넘게 일해본 사람으로서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일이 낫다고. 하지만 다시 회사에 출근하니, 육아가 낫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육아는 사랑하는 내 아이와 미래를 바라보고 하는 거라지만, 회사는 싫은 사람과 미래가 보이지 않는 작업을 하는 거 아닌가?

그러나 아이가 커가며 고집과 생떼가 늘어나자 그래도 말통하는 어른과 보내는 회사에서의 시간이 나은 거란 생각도 들었다. (물론 말이 안 통하는 어른도 많다...)

1년 넘게 육아에만 전념하느라 거울 볼 시간도 없는 게 우울했었는데 그래도 복직을 계기로 미용실도 가고 다이어트도 하고 옷도 사면서 다시 여자 사람이 된 것 같아 잠시 환기되는 기분도 들긴 했다. 그러나 회사 일과 스트레스에 파묻힌 가운데 육아까지 하며 몸은 다시 살찌기 시작했고, 모든 게 덧없게 느껴졌다.
 결론적으론 일과 육아, 뭐가 더 나은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리고 중요한 건 나는 둘 다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엇이 나은지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없이 허무해졌다.


엄마의 숙명
아빠들은 알기나 알까?


물론 남편 역시 일을 하면서도 육아와 가사에 참여하고 요즘은 더 열심인 아빠들도 많다. 하지만 아이는 본능적으로 엄마를 더 좋아하기 때문에 여자랑은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닌 아이들도 있겠지만...)

 우리 아이 역시 잠은 무조건 엄마랑 자야 하며,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아빠보다 엄마가 우선이며 단 몇 초라도 엄마가 안 보이면 이내 큰소리로 불러댄다.

처음 아이가 내 품에 파고들어 색색 숨을 내쉬며 잠을 자고, 귀여운 입으로 젖을 먹는 모습에 나와 아이가 끈끈하게 하나로 연결된 것 같은 기분에 감격스러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1분 1초의 틈도 없이 엄마를 찾아대는 아이의 사랑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나를 발견할 때면 아이에게 미안하면서도 씁쓸해진다. 오롯이 나만의 공간인 화장실까지 따라 들어오는 아이 때문에 정말 괴로운 요즘은 단 10분이라도 혼자이고 싶은 게 소원이 되었다.


반면 화장실에서 자유롭게 유튜브를 보며 껄껄거리는 남편의 웃음소리를 들을 때면 얼마나 얄밉던지.
아빠보다 엄마를 좋아하는 아이 탓을 할 수는 없으니 괜히 나보다 자유를 누리는 것 같은 남편에게 짜증을 내게 되는 것이다. 결혼하면 여자만 손해라는 어른들의 말이 바로 이것이구나!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나의 엄마도
엄마의 엄마도
다 겪었을 테죠

세 자매의 막내인 나는 어려서 유독 엄마한테 집착하는 아이였다. 엄마가 어딜 가든 늘 따라가겠다고 징징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엄마는 무려 여섯 살 때까지 나를 업고 다니셨다는 얘길 하며 한숨을 내쉬곤 하셨는데 그 고충과 무게를 내가 아이를 키워본 후에야 깨달을 수 있었다.

돌쟁이 아기를 안고 다닐 때도 힘에 부치던 나였는데... 엄마는 어떻게 여섯 살짜리를 업고 다니신 거지? 아빠를 좀 더 괴롭힐걸 그랬다, 싶어 지는 마음... 그 시절 엄마들의 고충에 비하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시간들은 ‘결혼은 여자만 힘들어’라고 투덜대기엔 역부족인, 부끄러운 수준인 것을 나도 알고는 있다. 그렇지만 원래 인간은 각자의 행복과 각자의 고민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동물 아니던가?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언젠가 분명 칼퇴나 육퇴라는 행위(?)가 내 인생에서 아예 사라질 날이 찾아온다는 사실이다. 일과 육아가 괴로울수록 더 짜릿한 칼퇴와 육퇴의 맛, 그 후에 마시는 맥주 한 모금 같은 이 시원한 맛을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겠지?라고 위로하며... 오늘도 수고한 나 자신(=파워 워킹맘)에게 쓰담쓰담을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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