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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인 Feb 01. 2023

손으로 쓰는 글_오해

하루 20분 손글쓰기

오해란 단어가 주는 묵직함이 이해보다 더 큰 것 같다.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한 번 생긴 오해를 푸는 것은 더 어려운 일처럼 느껴진다. 반면 오해가 생기는 것은 매우 쉽고 자연스러워서 어쩌면 공기처럼 매일 오해와 이해를 들이마시고 내뱉으며 사는 게 아닐까 싶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오해를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니 이십 대 때 휴학하고 아르바이트하면서 겪었던 일과 5-6년 전쯤 친했던 친구와의 사이에 벌어졌던 갈등이 생각난다. 그 기억들이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결과가 좋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의 뇌는 부정적인 것에 훨씬 자주 이끌린다.


사실 오해와 이해를 가장 많이 겪는 관계는 남편이다. 연애 때부터 결혼하고 지금까지 수많은 오해와 말다툼이 있었지만, 감사하게도 그와의 오해는 항상 해피엔딩으로 끝나고 오해가 뒤집어진 자리에 서로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생겨난 충만한 경험을 하곤 했다. 내게 그런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 그 외의 관계에서는 글쎄 잘 모르겠다. 오해가 생길 법한 관계는 보통 가까운 사이일 것 같은데 나는 대부분 오해가 생기지 않게 조심스럽게 살피거나 가벼운 오해가 생기면 그냥 내가 감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꿀떡 삼켰다. 갈등을 몹시 싫어하는 나의 성향이 주로 그런 선택을 하게 만들었고, 다행인 건지 시간이 지나면 나 스스로 오해라는 걸 깨닫고 지나갔던 것 같다(그렇게 믿는 게 마음 편했으리라). 내가 누군가를 오해한 일은 참고 기다리는 방식으로 주로 해결했는데, 반대로 오해를 받았던 일은 마음 안에서 해소되지 않은 채 오랫동안 그 억울함을 품고 지냈다. 앞에 얘기한 두 가지 일은 지금도 떠올리면 마음이 쓰리다.


약 7-8년 가까이 친하게 지냈던 친구와는 결국 연락이 끊어졌다. 하지만 만나고 있지 않은 요즘도 이따금씩 그 친구가 떠오르고, 그때의 감정과 현재의 안부가 궁금한 마음들이 뒤엉켜 솟아오르곤 한다. 결국은 나도 그 친구의 마음을 오해했던 거겠지. 이제는 그 모든 감정과 마음을 내려놓고, 그때의 나의 미숙함도 그만 용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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