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분 손글쓰기
나는 가끔 덕질을 한다. 최근엔 여행 유튜버 원지씨에게 푹 빠져있다. 아기가 잠들고 하루 종일 쌓인 집안일을 하면서 휴대폰을 옆에 놓고 <원지의 하루> 영상을 보고 있다. 쭉 틀어놓고 흘끔거리며 듣는 거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봤던 영상이라도 다시 봐도 부담스럽지가 않다. 이런 덕질은 참으로 오랜만이라. 그 자체로 기분이 fresh 하다. 단어를 덕질로 골랐지만, 실은 나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공교롭게도 살면서 나에게 가장 진하고 긴 영감을 준 사람들은 대부분 '여자+예술가'인 경우가 많았다. 아마도이자람밴드의 싱어송라이터이자 판소리꾼 이자람과 십여 년 전 작고하신 화가 故 김점선은 내가 살면서 꼭 한 번 만나 인터뷰해보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이십 대 때는 현대무용가 홍신자의 <자유를 위한 변명>과 해방신학자 현경의 <미래에서 온 편지>를 읽으며, 자유롭고 주체적인 여성의 삶을 꿈꾸기도 했다.
이렇게 죽 나열해놓고 나니 최근의 유투버 원지까지 모두 아우르는 공통된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첫째, 모두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둘째, 모두 자기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며 진정성 있게 살았고, 살고 있다. 셋째, 사람과 세상을 사랑하며,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실천한다. 적어놓고 보니 이렇게 대단한 사람들에게 영감을 받는다고 말하기가 몹시 부끄럽다. 하지만 이 날파리 같은 초라함, 겉감정을 잠시 떨쳐버리고 나면, 무엇이 내 삶의 앙금이며 핵심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덕질은 괜히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깊게 몰입해 있는 사람 혹은 그 무엇에게, 내가 바라고 소망하는 삶의 힌트가 들어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