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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Feb 17. 2019

사바하, 염불보다 잿밥

Svaha: The Sixth Finger, 2019 후기·리뷰

[줄거리] 신흥 종교 비리를 찾아내는 종교문제연구소 ‘박 목사’(이정재). 최근 사슴 동산이라는 새로운 종교 단체를 조사 중이다. 영월 터널에서 여중생이 사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쫓던 경찰과 우연히 사슴 동산에서 마주친 박 목사는 이번 건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다. 터널 사건 유력 용의자의 자살, 그리고 실체를 알 수 없는 정비공 ‘나한’(박정민)과 16년 전 태어난 쌍둥이 동생 ‘금화’(이재인)의 존재까지, 

사슴 동산에 대해 파고들수록 박 목사는 점점 더 많은 미스터리와 마주하게 되는데…! 





《사바하 (Svaha: The Sixth Finger, 2019)》 후기·리뷰_ 염불보다 잿밥

'미스터리 스릴러'라기보다는 종교영화다. 감독의 인터뷰를 읽어보면 왜 제가 이렇게 생각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


가끔 세상이 불합리하고 많이 어두울 때면 ‘신이 과연 있을까’하는 의문점을 갖게 된다. 사람들이 종교를 만드는 걸 찾아 공부하다 보면 신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계속 남고 결국 공허함만 남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절대자가 선(善)하다고 믿지만, 세상이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 때면 슬프더라. 원망스러운 게 많았다. -장재현 감독”


감독이 말하는 연출 의도와 주제는 '전지전능한 유일신이 있는데 왜 세상에는 악(惡)이 존재하는가?'로 귀결된다. 사이비 종교를 감별하는 '박 목사(이정재)'는 감독의 시선과 종교적 고뇌를 대변해주는 극 중 화자(話者)다. 당연히 그의 비중이 상당하다. 박 목사(이정재)는 흉물스럽게 태어난 쌍둥이 자매 때문에 고민하는 소녀 '금화’(이재인)와 모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행동하는 신흥종교 집단의 행동대장 ‘나한’(박정민)을 각각 추격하면서 선악의 인식을 되묻고 있다. 음향을 통해 공포와 스릴을 더하기는 하지만, 감독이 진짜 다루고 싶은 '선과 악의 존재'이다. 철학적으로는 '악(惡)의 문제(신정론(神正論)·신의론(神義論)·변신론(辯神論)· 호신론(護神論))'이라 불린다. 유일신이 만든 세상에 악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기 때문에 신학과 서양철학에서는 오래전부터 다뤄온 논제다. 영화의 오프닝에 악의 탄생을 상징하는 검은 염소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처럼 이 영화에는 여러 신앙이 나오지만, 중심축은 개신교다.



감독은 절대적 악을 주장하는 오리게네스의 주장을 반박하며 '욕망'에 대한 갈애(원하는 마음) 즉, 집제 (集諦, Samudaya Satya)를 악으로 규정짓는 등 불교적 입장을 끌어온다, 이는 선과 악의 공존을 전제로 한 불교적 종교관과 선과 악을 결핍 혹은 대립으로 보는 기독교적 입장을 용합 시키려는 시도를 하는데, 꽤 흥미롭지만, 개신교리에 짜맞춘 느낌도 든다. 어쨌든 이런 신학적인 물음은 미스터리 스릴러/오컬트 공포를 보러 왔던 관객들의 기대를 배반한다. 종교적 논제와 신학적 설명 자체에 관심 없는 관객들에게는 그저 난해하고 지루할 뿐이다.



그래도 감독은 상업영화로써의 본분에 충실하려고도 노력했고, 일정부분 성취한다. 다만, 음향과 미술로 공포감을 조성하지만, 종종 박 목사(이정재)를 통해 종교적 설명하려고 하거나 코미디를 시도하면서 스릴감이 흐지부지 돼버리고 만다. 인물들의 이야기 혹은 추척과정은 괜찮은데 하나로 취합하여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면 생각보다 쾌감이 적다. 이는 서사가 주는 서스펜스가 아니라서 그렇다. 쉽게 말해, 초자연적인 존재 '그것'을 추적하는 미스터리가 생각보다 부실하다는 의미다. 그렇게 된 원인은 간단하다. 감독이 힘주고 싶었던 그 설명(메시지)가 오히려 신비감을 희석시키는 모순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2019-02-18 브런치 7th 감사합니다^^


★★☆  (2.7/5.0) 


Good : 기독교적 신앙관을 바탕으로 기복신앙 전반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과 미술

Caution :  미스터리 그 자체보다는 여러 신앙을 규합한 세계관 구축에 더 신경을 썼다.



●장 감독의 전작 '검은 사제들'에서 발견한 박소담처럼 이재인 배우가 눈에 확 들어왔다. 진의를 파악할 수 없는 눈빛과 중저음의 목소리가 호러와 아주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프롤로그에서 쌍둥이 자매 부분은 흥미로운데 이걸 주된 플롯으로 삼고 밀고 나갔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영화 제목 ‘사바하(娑婆訶)의 뜻을 알아보자. 본디 범어 '진언'의 Svaha를 한자로 음차 한 것인데, 사전적으로는 '잘 말했다.'는 뜻이다. 이 말을 흔히 진언의 뒤에 붙여 ‘(진언 내용이) 이루어지소서’라는 뜻을 표현한다


●나한 :  깨달음을 얻은 승려를 ’아라한(阿羅漢)’ 이라고 하며 이 경지에 오르는 것이 곧 수행의 최고 도달점에 이른 분을 일컫는다.


●사천왕 : 불법 세계의 중심, 수미산의 4방위를 지키는 수호신들 지국천왕, 광목천왕, 증장천왕, 다문천왕을 가리키는 말로, 원래 브라만교에서 숭상받던 귀신들의 왕들이나, 불교에 귀의하여 불법과 부처님을 지킨다. <사바하> 속에서 사천왕은 악귀를 잡는 악신으로 묘사된다.


●<사바하>에서 미륵을 중심에 놓는데, 불교에서 말하는 미래불로, 석가모니가 열반하신 후, 56억 7천만년 후도솔천에서 이 세상으로 하생(下生)하신다. 신라시대때부터 미륵신앙이 있어왔고, 예수님처럼 구원자 포지션이므로 개신교도인 장재현 감독입장에서 미륵을 미스터리의 단서로 활용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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