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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Feb 21. 2019

자전차왕 엄복동, 국뽕도 이 영화를 구원할 수 없다.

《Bicycle King Uhm Bok-Dong, 2017》후기·리뷰

[줄거리]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2019년!

이천만 조선이 열광한 승리의 역사!

대한민국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위대한 역사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일제강점기, 일본에서는 조선의 민족의식을 꺾고 그들의 지배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조선자전차대회를 개최한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엄복동의 등장으로 일본의 계략은 실패로 돌아가고 연이은 승리로 ‘민족 영웅’으로 떠오른 그의 존재에 조선 전역은 들끓는다. 때맞춰 애국단의 활약까지 거세지자 위기감을 느낀 일본은 엄복동의 우승을 막고 조선인들의 사기를 꺾기 위해 최후의 대회를 준비한다.





《자전차왕 엄복동 Bicycle King Uhm Bok-Dong, 2017》후기·리뷰,  국뽕도 이 영화를 구원할 수 없다.

정지훈(비)은 엄복동을 "일제강점기 영웅이다. 고(故) 손기정 선생님만큼 우리가 알아야 할 인물"라고 소개했다. "이범수가 시나리오를 추천해줬다. 엄복동 선생이 허구의 인물인 줄 알았는데, 실존 인물이라고 해서 놀라웠다. 실화를 바탕으로 시나리오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이런 사람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2년 전 완성된 '자전차왕 엄복동'이 3·1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개봉한 항일영화다. 당연하게도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데,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조선인 최초로 전조선자전차대회 1위를 차지했던 엄복동만으로 부족했는지 무장독립 투쟁의 활약을 픽션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애국단을 후원했던 일미상회 사장 황재호(이범수)는 "총과 칼이 아닌 다른 걸로 패배주의에 빠져 있는 민족의식을 고취시켜야 한다"면서 자전거 선수 모집광고에 '우승하면 100원을 준다'라고 개재한다. 먹고살기 막막한 엄복동(정지훈)이 생계를 위해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며 "엄복동 이야기는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들었다. 2013년에 시나리오 초고를 썼다. 엄복동이 자전거로 민족의 울분과 자긍심을 회복시켜줬다. 영화적 장치를 더해 이야기를 만들었다" 고 말했다. 그런데, 앞서 엄복동이 자전거 타는 계기처럼 이야기의 중심에 서기엔 신변잡기 수준이다. 


이런 구조적 결함을 가리고자 작품이 지향하는 주제가 '애국'인 만큼 무장독립운동을 더한다. 그 두 이야기를 접목시키기 위해 독립운동가 '김형신(강소라)'을 투입한다. 그러나, 김형신(강소라)과 엄복동(정지훈)은 

감정을 쌓아갈 틈도 없이 세기의 로맨스를 펼친다. 일제의 만행을 부각하기 위해 쓸데없이 잔인한 고문 장면이 그려지고, 조선인들의 영웅이 되기 위해 <벤허>처럼 자전거 경주 장면이 나온다. 또 무장독립투쟁이니까 총격신이 이어지는 종합 선물세트가 돼버렸다. 결말에서 나오는 자막에서 마치 엄복동의 승리와 행적이 3.1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하면서 다큐멘터리 영역까지 노린다.


그런데 113분 내에 독립 투쟁기와 멜로, 스포츠 감동 드라마, 로드 무비, 코미디, 가족애, 우정을 다 다루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빨리빨리 밀어붙이니까 서사의 짜임새가 부족해지고, 캐릭터는 전형적으로 취급되고, 장면들은 뻔해져 버렸다.



이야기보다 더 문제인 건 '기술적 완성도'다. 자전거 경주 장면은 박진감은 고사하고, 긴장감마저 부족하다. 음악과 CG(개봉 이틀 전에 CG작업 끝냄)도 제멋대로다. 정지훈은 왜 심경변화를 일으키는지 납득이 안된다. 이범수는 정의롭기만 하고, 민효린은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다.  캐릭터 해석을 못한 배우의 탓만으로 묻을 수 없을 만큼 사극과 현대극인지 어색한 톤과 과장된 연기가 종종 보인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런 들쑥날쑥한 만듦새는 영화 제작과정에서 일찍이 예견됐다.

'사랑의 대화'(2013), '누가 그녀와 잤을까?'(2006) 등을 연출한 김유성 감독과 제작자인 이범수와의 트러블로 

17회 차 촬영만에 감독이 하차하고, <슈퍼스타 감사용> 등을 연출한 김종현 감독이 '연출 자문'이라는 낯선 직책을 맡았다. 촬영이 상당부분 진행된 상황에서 제작사 센트리온에서 "큰 제작비가 투입되는 영화에 부담을 느꼈다"라고 김유성 감독을 복귀시켰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2017년에 크랭크업이 끝나고, 올해 개봉한다.


개봉전, 실존 인물 엄복동의 절도행각이 논란됐다. 이에 김유성 감독은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다시 한번 시리즈로 담아보고 싶다"며 속편 '엄복동 2'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다. 



☆  (0.5/5.0) 


Good : 민족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애국단! 

Caution : 서사, 편집, 연기, 음악, CG 전부다.  


●엄복동은 수십대의 자전거 절도, 장물죄로 서대문형무소에서 투옥한 전력이 있다. 해방 후에도 자전거를 절도하다 기소유에를 받았다. 일제강점기 자전거 한대 값이 쌀 20여 가마니와 맞먹었다는 당시의 신문기사로 미뤄어 봤을 때 그가 과연 민족의식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불분명하다.


이에 김유성 감독은 "그런 논란은 시나리오를 쓸 때는 몰랐고 프리 프로덕션(사전 제작 단계) 도중에 알았다. 그러나 부분을 가지고 전체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해명했다.


제작자 이범수는 "이 영화가 담고자 하는 건 영웅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대단한 게 아니라는 거다. 각자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민초의 순수함, 진정성을 표현하고 싶었다"며"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다룰 때는 꼼꼼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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