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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Feb 01. 2019

알리타:배틀 엔젤, 3D비주얼 혁명

Alita: Battle Angel, 2019 Review

[줄거리] 선택받은 인간들이 모여 사는 공중도시와 그들을 위해 존재하는 고철도시로 나뉜 26세기(2563년). 고철더미 속에서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난 사이보그 소녀 알리타(로사 살라자르)는 마음 따뜻한 의사 이도(크리스토프 왈츠)와 밝고 영리한 친구 휴고(키언 존슨) 등을 만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알리타: 배틀 엔젤 (Alita: Battle Angel, 2019)》후기·리뷰_3D비주얼 혁명  

1.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첫 번째 상업 대작

제임스 카메론은 길예르모 델 토로부터 키시로 유키토의 만화 <총몽, 1990-1995>을 소개받고 매료된다. 일설에 의하면 1998년 판권 구입했고, 2000년부터 20세기 폭스가 도메인을 등록함으로써 루머가 사실로 밝혀졌다. 그러나 카메론은 10년째 <아바타> 속편 작업을 하느라 바쁘다. 2015년, 카메론의 비전과 극본을 <씬 시티>, <마셰티> 시리즈의 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연출하기로 합의하고 2억 불 제작비가 투여됐다.


높은 표현 수위를 담은 중저예산 작품을 다뤄왔던 로드리게즈 입장에서는, <알리타>는 실질적인 그의 첫 번째 블록버스터 데뷔작이라 볼 수 있다. 



2. CGI 캐릭터가 이끄는 첫 번째 영화

'<아바타>는 총몽 영화화를 위한 연습에 불과하다'라고 언급할 만큼 CG로 구현해낸 가상의 인물 '알리타(로사 살라자르)'가 극 전체를 이끌어간다. 제작자 존 랜도는 “<혹성탈출>의 시저는 얼굴이 털로 덮여 있었기 때문에 얼굴의 세세한 움직임을 전부 표현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알리타의 경우 얼굴 전면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입과 입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표현하려면 피부 밑 근육의 움직임까지 들여다봐야 했다.” 라며 <혹성탈출> 시리즈보다 진일보한 모션 캡처 기술이 동원됐다. 원래 CGI 캐릭터는 영화에서 클로즈업 앵글로 잡지 않는데 반해 <알리타>에서는 인위적인 CGI 캐릭터라도 실제 배우와 함께 등장했을 때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않았다. 약 10만 개에 달하는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수백 개의 표정과 치아, 잇몸을 알리타 역을 맡은 로사 살리자르의 움직임과 표정을 퍼포먼스 캡처한 모션 데이터를 통해 액터 퍼펫(Actor Puppet)을 이용해 인간적인 감성을 표현해냈다. 


원작 만화 캐릭터 '갈리'의 외형을 그대로 재현하느라 언캐니 밸리(인간과 똑같이 생긴 다른 존재를 볼 때 

느끼는 어색함과 불쾌감)를 느끼게 하는 눈 크기도 영화를 감상하는데 큰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3. 원조지만,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다. 

‘대추락’(The Fall)이란 재앙을 겪은 지구는 초토화되고 기술 문명의 발전이 멈춰버렸다. 

하지만 인류는 살아남아 폐허 위에서 또 다른 문명 세계를 건설하기 시작하고 사이보그 기술에 의존해 목숨을 부지하게 된다. 평범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고철 도시에 머물며 지식과 부를 가진 자들이 산다고 전해지는 하늘 위에 떠 있는 공중도시 자렘 (Zalem)을 우러러보며 산다. <알리타: 배틀 엔젤>의 미래는 암울하다. 이처럼 원작 <총몽> 은 1980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SF에 한 획을 그은 사이버 펑크 장르다.


솔직히 <알리타>가 해외 평론, 로튼 토마토 등에서 '어디서 본 거 같은 뻔한 이야기'로 비난을 듣는 이유는 

(카메론이 <아바타>를 만들 때 참고했다던 1912년에 나온 소설을 극화한) <존 카터: 바숨 전쟁의 서막, 2012>의 문제점과 동일하다. <존 카터>처럼 원조임에도 발간된 지 30여 년이 지났기에 도리어 진부해 보인다. 


고철 도시는 <월·E(Wall-E)>스럽고, 공중도시는 <엘리시움>이 떠오르고, 기억을 잃은 사이보그, 알리타(로사 살라자르)가 일련의 사건을 통해 정체성을 찾아가는 부분은 <공각기동대>가 절로 연상되기 때문이다. 





4. 과도한 생략 & 인물들의 납득이 안 가는 감정선

카메론은 원작 만화 <총몽> 1권에서 3권까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3시간 넘는  600페이지짜리 초고를 썼다. 이를 로드리게즈는 250여 장으로 압축했다. 이 과정에서 원작자 키시로 유키토가 말한 “어떻게 하면 더 인간다워질 수 있느냐의 문제를 더욱 강조”하는 알리타의 실존적 물음과 고철 도시와 공중도시 간의 계급투쟁 문제는로드리게즈는 거의 고려치 않는다. 제작자 존 랜도는 “이야기의 중심에 두 가지 러브스토리가 담겨 있다. 알리타를 고쳐준 아버지 같은 존재인 이도와의 사랑, 그리고 사이보그 부품을 훔치며 살아가는 거리의 소년 휴고와의 사랑이다.”라며 러브스토리를 통해 이야기와 세계관을 단순화했다. 1권부터 3권까지 방대한 원작을 2시간 내에 소화하려니 필연적인 선택이다. 그래서 원작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갑작스럽다고 느낄 부분이 많다


그 과정에서 아빠 같은 다이스 이도(크리스토프 왈츠), 남자 친구 휴고(키언 존슨) 같은 주역뿐 아니라 공중도시 자렘에 오르는 열쇠를 쥐고 있는 벡터(마허 샬라 알리)와 그의 심복인 그레위시카(재키 얼 헤일리), 헌터 워리어 자팡(에드 스크래인) 등 악당 쪽 캐릭터들도 덩달아 비중이 낮아졌다. 주변 인물의 서사가 부실할 뿐 아니라 중후반부터는 중요한 설명마저 러닝타임에 쫓겨 건너뛴다.



5.  거칠고, 본능적이고 살아 숨 쉬는 3D 액션

몇몇 바뀐 설정들을 제외하고는 원작 <충몽>에 충실하다. 원작 팬이라면 만화 장면을 충실하게 재현한 액션에 감동적이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혼합한 골목길 장면이나 그레위시카와의 격투씬 등에서 알리타가 헌터워리어들과 싸우다가 사지가 잘려나가고, 몸통이 부서진 가운데 한 팔로 지탱해 필사의 전투를 벌이는 장면 등은 원작의 그로데스크 한 정서를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인체와 기계의 결합을 잔혹하게 그린 원작의 정서는 <신 시티>, <플래닛 테러>의 로드리게즈의 개성과 묘하게 매칭된다.


제임스 카메론의 페이셜 퍼포먼스 시스템, 디지털 캐릭터를 실시간으로 배우에게 겹쳐주는 시뮬(Simulcam) 시스템 등은 고철 도시의 압도적인 스케일, 인간의 육체와 기계를 결합한 사이보그 캐릭터들의 다채로운 액션 시퀀스를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모터 볼에 관한 설명을 짧게 정리해버리고, 실제 경기장에서 들을 법한 현장감과 스포츠 특유의 박진감을 잘 살렸다.


3D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어지럼증과 눈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관객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를 인지한 <알리타> 제작진은 카메라를 흔들지 않고 정직한 앵글 배열로 3D영화의 단점을 줄였다. 그러나 액션의 이완과 긴장이 잘 짜였음에도 관객들이 공감할 드라마가 부실해서 설득력이 떨어지거나 감흥이 줄어든 측면이 강하다



#총평

그간 수많은 영화가 사이보그와 미래 도시를 다뤄왔지만, <알리타: 배틀 엔젤>은 놀라운 시각화를 보여준다. <아바타>에서 진일보한 CG 기술을 통해 디테일과 스케일 측면에서 팬이건 아니건 간에 만족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정키 XL의 음악은 이전 작품들과 별 차이점을 못 느낄 만큼 진부하다. 그리고 속편을 위해 아껴둔 결말도 아쉽다. (편집이 과도하게 된 건지)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시간이 없어 쫓긴다. 원작도 30여 년 전 작품이라 낯설고, <아바타 5>를 기다리는 시간보다 <알리타: 배틀 엔젤 2>를 기다리는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다. 부디 속편이 나오길 빈다.



★★☆  (2.7/5.0) 


Good : 눈 호강하는 3D 액션 

Caution : 감정 좀 잡을라고 하면 바로 컷!!


●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은 “이 영화는 알리타의 눈으로 보는 이야기다. 알리타의 시선에는 순수함이 있다. 그것은 촉감이 느껴지고 몰입하게 만들며 예기치 못한 순간이 있고 여러 사물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이다”라고 했다.


● 결말쯤 해서 주의를 기울이면 놀라운 카메오를 발견할 수 있다. 


● 크리스토프 왈츠의 캐릭터는 다이슨 이도 박사입니다, 원작의 이드 다이스케와 이름이 달라졌습니다.

그렇다면, "다이슨"은 어디서 왔을까요? 바로 카메론의 <터미네이터 2>에 나오는 전문가의 이름입니다.


●CG를 총괄한 김기범 감독은 한국분이시다. 


● 제임스 카메론이 각본을 썼지만, 연출은 맡지 않은 3번째 작품이다. 

 <람보 2>는 성공했고, <스트레인지 데이즈>는 실패했고, 그렇다면 <알리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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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5 브런치 6th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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