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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Aug 30. 2019

《유열의 음악 앨범》한국의 <첨밀밀>을 꿈꾸다!

(Tune In For Love, 2019) 후기

[줄거리]  "오늘 기적이 일어났어요."


1994년 가수 유열이 라디오 DJ를 처음 진행하던 날,

엄마가 남겨준 빵집에서 일하던 미수(김고은)는 우연히 찾아온 현우(정해인)를 만나

설레는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연락이 끊기게 된다.

"그때, 나는 네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도 기다렸는데…"

다시 기적처럼 마주친 두 사람은 설렘과 애틋함 사이에서 마음을 키워 가지만 서로의 상황과 시간은 자꾸 어긋나기만 한다.


계속되는 엇갈림 속에서도 라디오 ‘유열의 음악 앨범’과 함께 우연과 필연을 반복하는 두 사람…

함께 듣던 라디오처럼 그들은 서로의 주파수를 맞출 수 있을까?


<침묵(2016)>, <4등(2015), <은교(2012)>, <해피엔드(1999)>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은 복고풍 '첫사랑 멜로'를 꺼내 들었다. 정지우 감독은 3포 세대들을 공략하기보다는 3040대를 겨냥해 2가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두 청춘 배우의 싱그러운 외모와 어린 시절 들었던 익숙한 노래들이다. 정해인, 김고은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고, <유열의 음악 앨범>은 <응답하라 1994>처럼 그때 그 추억을 상기시키기 위해 음악 저작권료 6억 원을 투자했다.


우리의 주인공들, 미수(김고은)와 현우(정해인)는 라디오 프로그램 <유열의 음악 앨범>이 전파를 타기 시작한

1994년 10월 1일을 시작으로 1997년, 2000년, 2005년의 4번의 만남과 이별을 영화는 그린다. 


극본의 구조는 1986년과 1990년, 1996년의 3개의 시점으로 나눈 <첨밀밀>과 매우 흡사하다.

이제 극본을 맡은 이숙연 작가가 재회와 헤어짐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시나리오를 써주느냐에 달렸다.

특히, 두 사람을 갈라놓는 갈등과 불행들이 개연성이 있어야한다 일단 이 부분은 결론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지금처럼 카톡이 있던 시절도 아닌 아날로그 세대를 표현하기 위해 라디오, 삐삐, PC통신 등이 등장하고,

<첨밀밀>처럼 재개발, IMF 등의 굵직한 사회적 이슈가 인물의 행보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정지우 감독은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특정 시대를 있는 그대로 구현하기보다 인물의 심경에만 초점을 맞춘다.


아픔을 지닌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과 이를 보듬는 ‘따도녀(따뜻한 도시 여자)’의 엇갈림을 속도감 있게 그린다. 그래서 <유열의 음악 앨범>은 멜로인 동시에 성장영화다. 두 사람이 사랑하면서 그 관계를 통해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간다.


4번의 시점마다 향수를 자극하는 배경과 소품, 음악이 등장시키지만, 캐릭터의 서사와 곳곳에서 충돌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갈등 요소로 꺼낸 현우의 과거를 다룰수록 미수의 캐릭터가 약해지고 만다. 이처럼 밸런스가 깨진 상태에서 인물의 성장을 다루다 보니 내면 묘사가 얕아지고 만다. 


(부연하자면) 남녀 간에 서로 밀고 당기는 섬세한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기도 전에 새로운 시점이 나오고,  음악, 소품, 배경이 휙휙 바뀐다. 거기다 시대 고증을 무시한 소품이 간간히 등장하고, '라디오'라는 아이디어에 집착해서 짧게 OST가 흘러나와 잠시 분위기만 환기시키는 장치로 소비되고 만다. 이러다 보니 관객 입장에서 갈등 요소 자체가 작위적으로 보이고, 얼렁뚱땅 봉합되게 비출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막상 유열의 '처음 사랑', 신승훈의 '오늘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 토이의 '우리는 어쩌면 만약에', 핑클의 '영원한 사랑', 루시드폴의 '오, 사랑' '보이나요' 콜트 플레이의 'Fix You' 같은 명곡이 울려 퍼지면 반갑긴 했다.


결론적으로 말해, <유열의 음악 앨범>의 서사는 촘촘하지 못하다. 마치 영상화보집같이 두 배우의 매력에 많이 기댄다. 각 시대마다 울려 퍼졌던 익숙한 명곡들이 서사의 행간을 메워준다.


2가지 카드에만 기댄 정지우 감독은 '추억팔이', '감성 멜로', '성장영화'를 다 잡으려다가 하나도 건지지 못했다. 왜일까? 본문에 언급하지 않은 무성의한 대사, 도구화돼버린 주변 인물들(특히 종수)를 빼더라도 극본을 지나치게 꼬아버린 탓에 '우연'과 '여백'으로도 다 풀 수 없었다.


극장에서 볼때는 즐겼지만, 집에 돌아와 막상 후기를 쓰려고 곱씹어볼수록 과연 <유열의 음악 앨범>이 그 시절에 통용되던 '감성'일까? 2019년에 갖다 놔도 무방한 멜로는 아닐까? 그런 의문이 든다. 



★★  (2.0/5.0) 


Good : 김국희 배우님을 알게 해 줬다!!

Caution : 그 시절 '감성'을 계속 강요한다.


● 두 배우는 왜 <비긴 어게인>에 나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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