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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Sep 20. 2019

60년대를 트리뷰트 하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2019 후기 

1. 미국인에게 60년대는 어떤 의미일까? 

히피(Hippie)란 뭘까?


60년대 미국은 우리로 말하면 'IMF 이전의 90년대' 같은 여유가 넘치던 시대였다. (아메리칸드림을 여전히 믿었으나) 우드스탁 페스티벌 등으로 대표되는 히피 운동이 일어나 권위주의와 전쟁에 회의감을 느낀 청년들이 기성세대와 권력에 저항했다. 


히피들은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초기엔 자유와 평화를 명분 삼아 벌인 베트남전 반전운동이 모태가 됐다.

프랑스 68 혁명, 프라하의 봄 등처럼 긍정적인 면도 있었으나 정신적 해방을 위한 마약 흡입과 난교 행각을 벌이다가 찰스 맨슨 같은 살인마가 극단적인 히피들에 의해서 우상화될 정도로 변질된다. 


그들이 저지른 '폴란스키 가 살인사건(1969년)'은 히피의 이미지를 추락시켰다. 그렇게 히피의 신화와 이상은 금이 갔고, 닉슨의 당선과 함께 역사 속으로 퇴장했다.


2. 타란티노는 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제작했을까? 


"원스 어폰 어 타임...(옛날 옛적에)"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타란티노 자신만의 동화를 써 내려갔다. 

한 마디로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는 1969년 할리우드와 TV, 시대에 대한 거대한 오마주다. 


하필 1969년 일까?  한 시대를 종말 하는 '폴란스키 가 살인사건'을 다루고 큰 이유도 되겠지만, 뉴 할리우드 이전 '할리우드 황금기'에 대한 향수가 <할리우드>의 주된 테마이기 때문일 것이다. 참고로 현대 영화는 소위 '뉴 할리우드'가 시작된 1967년을 기점으로 본다. (은유적으로 뉴 할리우드가 등장하면서) 한물간 서부극 배우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그의 스턴트맨 클리프 부스(브래드 피트)는 변화하는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애쓴다. 


그러므로 <원스 어폰 어 타임...>는 [바스터즈] 때처럼 '60년대 할리우드'를 다룬 가상의 역사극이다. 타란티노는 지금껏 해왔듯이 '할리우드 황금기 시절의 영화계와 TV산업'을 샘플링한다.


음악적으로 말하면 타란티노는 일종의 샘플링 작법과 같다. 그는 자신이 즐기던 대중문화와 고전에서 추출하거나 리믹스한다. <이지라이더 (1969)>, <로미오와 줄리엣  (1968)>, <악마의 씨 (1968)>, <대탈주(1963)> , <파트너 체인지 (1969)>, 스파게티 서부극 등 영화뿐 아니라 <Lancer (1968-70)>, <The F.B.I. (1965-74)> <그린 호넷 (1966-7)> 등 60년대 미드 클래식도 등장한다.


심지어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이 찍었다는 가상의 영화까지 등장한다. 60년대 대중문화 전반과 히피문화 등 시대상을 다루다 보니 복잡한 내러티브가 요구되었고, <펄프픽션>처럼 시나리오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안 그러면 방대한 분량을 압축할 도리가 없으니까


일단 사운드트랙을 살펴보시라! 팝, 록, R&B, 영화음악, 컨트리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60년대 문화적 향수를 자극하고자 하는 의지가 트랙리스트 곳곳에 박혀있지 않은가? 모르겠다면 아래를 참조하시길!


3.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은 타란티노의 가장 개인적인 영화??


60년대 TV쇼가 발달하면서 점차 쇠락해갔던 영화계가 처한 자금난을 은유적으로 밑바탕에 두고서 타란티노가 품고 있는 할리우드 클래식에 대한 향수, 쇼 비즈니스의 애환을 유머러스하게 그린다. 특히, 샤론 데이트(마고 로비)가 자신이 출연한 <싸일렌서 파괴 부대(1968)>을 극장에서 보는 장면은 타란티노 본인이 지닌 할리우드 고전에 대한 애정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제 연기를 살펴보자, 퇴물배우 역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굉장히 격정적이고 뜨거운 연기를 한 반면에 브래드 피트는 미니멀하면서도 차분한 연기로 어떤 순간에도 쿨함을 잊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펼치는 브로맨스는 굉장히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알 파치노, 마이크 모, 커트 앵글, 마이클 매드슨,  조 벨, 데미안 루이스 등을 찾아보는 재미도 굉장하다.


극본은 굉장히 웃긴다. 다만, 히피 문화를 끝장난 맨슨 사건에 대한 서술은 생략되어 있다. 아마 미국인이라면 '폴란스키 가 살인사건'을 알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 진행시킨 듯싶다. 그렇기에 <원스 어폰 어 타임...>의 줄거리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폴란스키 가 살인사건'을 꼭 알아야한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를 다 보고 나니 위기에 처한 중년 남자의 고백처럼 읽힌다. 그가 공언한 대로 10번째 작품을 끝으로 은퇴계획을 밝힌 타란티노에게 9번째 작품 <할리우드>는 제목 그대로 자신이 활동한 할리우드와 어릴 적부터 동경해왔던 영화산업에 대한 헌정처럼 읽히기 때문이다.



★★★★ (4.2/5.0) 


Good : 타란티노가 영화에 바치는 장엄한 헌사

Caution : 60년대 팝컬처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다면! 특히 폴란스키 가 살인사건!!!



●폴란스키가 살인사건

범죄자 찰스 맨슨과 그의 추종자들이 LSD에 취한 상태로 폴란스키 감독의 집에 쳐들어가 당시 임신 8개월이었던 샤론 테이트(폴란스키의 아내이자 여배우)와 같이 있던 사람들 전원 살해했다.


예전부터 가수가 되고 싶어 했던 찰스 맨슨은 테리 멜처라는 음반 제작자에게 자신의 음악을 발매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그가 찰스 맨슨의 노래는 소음공해라고 단칼에 거절하자 맨슨은 자신의 추종자들인 앳킨스, 크렌 빈켈, 카사 비앙, 왓슨 등 4명에게 자신을 음치라고 디스 한 그 사람을 미행해서 집을 알아낸 후 습격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맨슨을 깐 레코드 제작자는 사건이 발생한 그 시점에 이미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이후였고, 그에게 집을 산 폴란스키의 친구는 집을 산 직후 외국으로 휴가를 떠난 상태였다. 휴가 기간 동안 폴란스키의 친구는 당시 일정한 거처 없이 싸구려 아파트 등을 전전하던 폴란스키 일가에게 호의로 새로 산 집을 잠시 빌려줬는데, 하필이면 그때 맨슨 일당이 쳐들어왔다.


총 6명의 사람이 살해되었는데 우선 가정부로 일하던 10대 소년 스티븐을 권총 네 방과 칼질 한 번으로 즉사시켰다. 헤어 디자이너로 일하던 세브링은 살려달라고 빌었으나 권총을 한 방 쏘고 칼로 7회 난도질한 후 시체를 거실에 매달아 놓았다. 애비게일은 28회 칼로 난도질했고, 그의 애인 프라이코스키는 권총 두 방을 쏘고 칼로 51회 찔러 즉사시켰다.


마지막 피해자였던 샤론 테이트가 8개월 된 뱃속의 아기라도 살려달라고 빌었을 때에 찰스 맨슨의 열렬한 추종자이자 맨슨 패밀리의 주요 인물이던 수전 앳킨스는 "넌 살아봐야 소용없어. 죽어서 더 쓸모가 있을 거야."라면서 16번의 칼질로 잔혹하게 살해한 후 세브링의 시신과 같이 거실에 매달아 두었다. 로만 폴란스키는 일 때문에 테이트를 집에 놔두고 런던에 가 있었는데 그 덕에 앳킨스 일당에게 살해당하는 것은 모면했다. 폴란스키는 처음엔 테이트에게 무술을 가르치던 이소룡을 살인범으로 의심했다고 한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2019)》사운드트랙 한줄평

https://youtu.be/O26giHzDe58


1.Roy Head And The Traits, Treat Her Right  

빌보드 Pop과 R&B 차트 2위까지 오른 고전, 당시 1위는 비틀스의 YESTERDAY 다.


2.Bob Seger System, Ramblin’ Gamblin’ Man 

6700만 장 이상 팔았던 밥 시거의 첫 번째 TOP 20 히트곡, 글렌 프라이(이글스)가 기타 연주를 해줬다.


3.Deep Purple, Hush 

67년 컨트리 가수 빌리 조 로열이 발표(67위)했으나 록으로 리메이크해서 4위까지 올랐다.


4.The Village Callers, Hector 

듣고서 놀랐다. 이런 FUNK가 60년대에 있었다니 시대를 앞서간 노래다. 


5.Buchanan Brothers, Son Of A Lovin’ Man

컨트리 음악을 하던 2인조 형제 듀오. 1940년대에 활동한지라 빌보드 기록은 없다.


6.Chad & Jeremy, Paxton Quigley's Had The Course 

영국 2인조 포크 듀오의 앨범 <The Ark(1968)>에서 싱글 컷 되었지만, 차트인에 실패했다.


7.Paul Revere & The Raiders, Hungry  

빌보드 싱글 7위에 오를 정도로 이들의 대표곡 중 하나다. 


8.Paul Revere & The Raiders, Good Thing

이 밴드는 당시 브리티시 인베이전을 고려해봤을 때, 

(약간 비꼬자면) 미국 밴드로는 드물게 60년대에 날렸다. 


9.The Box Tops, Choo Choo Train

제목의 뜻은 '칙칙폭폭 기차', 멤피스 출신 블루 아이드 소울 밴드, 빌보드 26위에 올랐다. 


10.Mitch Ryder & The Detroit Wheels, Jenny Take A Ride 

R&B와 블루 아이드 소울을 하던 디트로이트 출신 록 밴드의 앨범 

<All Mitch Ryder Hits! (1967)>수록된 전형적인 로큰롤 넘버!


11.Deep Purple, Kentucky Woman

1967년도 원곡(22위)은 닐 다이아몬드이지만 68년에 딥 퍼플이 커버(38위)했다.


12.Buffy Sainte-Marie, The Circle Game 

구수한 포크록, 조니 미첼이 써줬고, 캐나다 원주민 출신 버피가 불렀다. 


13. Simon & Garfunkel, Mrs. Robinson

영화 <졸업> OST에 수록된 명곡!


14.Los Bravos, Bring A Little Lovin’  

스페인 마드리드 출신 록 밴드지만 빌보드 51위에 올랐다. BLACK IS BLACK(4위)이 유명하다.


15.Dee Clark, Hey Little Girl 

50-60년대 활동하던 소울 가수 디 클락이 1959년에 발표해서 빌보드 20위 R&B 차트 2위에 올랐다.


16.Neil Diamond, Brother Love's Traveling Salvation Show 

형제가 전도하는 내용을 담았으나 남부 복음주의 교회들의 반발을 샀다.


17.Robert Corff, Don't Chase Me Around 

로버트 코프가 주연한 블랙 코미디 영화 <가스(GAS-S-S-S, 1970)>삽입곡, 당시 유행하던 전형적인 록 음악

 

18.Paul Revere & the Raiders, Mr. Sun, Mr. Moon (Ft. Mark Lindsay) 

빌보드 차트 18위에 오른 사이키델릭 팝, 당시 리드 싱어였던 마크 린제이가 쓴 곡이다. 


19.Jose Feliciano, California Dreamin’  

마마스 앤 파파스의 히피 송을 60년대 날렸던 푸에르토리코 출신 호세 펠리치아노가 리메이크함 


20.I Cantori Moderni Di Alessandroni, Dinamite Jim 

스파게티 웨스턴 <Dynamite Jim (1966)> 오프닝넘버 


21.Vanilla Fudge,. You Keep Me Hangin’ On 

모타운의 전설, 슈프림스가 66년에 발표했으나 바닐라 퍼지가 사이키델릭 록으로 커버해 6위까지 올랐다.


22. Maurice Jarre, Miss Lily Langtry 

프랑스 출신 모리스 자르가 작곡한 <폴 뉴먼의 법과 질서 (1972)>의 영화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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