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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Sep 11. 2019

애드 아스트라, 범아일여의 영화적 구현

Ad Astra, 2019 후기

1. 철저한 과학적 고증과 아날로그적인 특수효과


근미래를 설정한 <애드 아스트라>는 현재의 기술 수준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에서 묘사한다. 그렇기에 텔레포트나 초끈이론 등에 기반한 <인터스텔라>의 웜홀 여행은 아예 고려되지 않았다. CG를 배제하고, 우주선 내부와 외부 모두 실물 세트로 만들어 촬영했고, 태양계 행성의 고유한 명도와 채도를 살리기 위해 필름 카메라로 찍었다. 세트를 수직과 수평으로 각각 나눠 제작한 뒤 주인공 브래드 피트를 10미터 상공에 매달아 촬영하는 방식으로 무중력 상태를 완성했다. 


자연주의 풍 아름다운 영상과 사색에 지칠 무렵, 흔히 SF 장르에서 기대하는 면이 깜짝 등장한다. 호이테 반 호이테마(촬영), 케빈 톰슨(미술), 알렌 마리스(시각효과) 막스 리히터(음악)와 협력해서 <매드 맥스> 같은 추격 액션과 <선샤인> 못지않은 섬뜩한 SF 호러 장면들을 멋지게 구현해냈다.


2. 제임스 그레이는 어떤 감독인가? 이 영화가 호불호를 낳는 원인은? 


<애드 아스트라>는 로이가 지구의 아내를 떠나 해왕성의 아버지에게로 향하는 우주 항해를 다루고 있다.

영화의 주된 동력은 '미지의 지적 생명체'를 찾는 리마 프로젝트가 아니라 '가족'이다. 


영화 속 '아버지'로 대표되는 가족은 모든 걸 의지할 수 있는 보금자리이자 가족이기 때문에 죽기 전까지 벗어날 수 없는 태생적 갈등을 일으킨다. 러시아계 유대인이자 이민자 3세인 그레이 감독에게 가족은 이렇게 양가적이다. 아무리 노력한들 바꿀 수 없는 뿌리이며 개인의 삶에서 불안을 증폭시키고 자유를 억압하는 기제. 가족은 그의 영화에서 원형적 비극이 선명히 드러난 영역으로 설정된다.


그 비극을 온전히 담기 위해서는 주인공은 '고뇌하는 인간상'으로 그려질 수밖에 없다. 그럼, 고뇌를 어떻게 영화적으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3. <애드 아스트라>의 진정한 강점은?


영화는 조셉 콘래드의 <어둠의 심연/암흑의 핵심 (Heart Of Darkness, 1902)>구성이 비슷하다. 전작 <잃어버린 도시 Z>처럼 <애드 아스트라>도 광활한 우주에서 펼쳐지는 모험담처럼 보이지만, 감독은 주인공의 내면과 심리이야말로 진짜로 탐구하고 싶었던 미지의 세계이다. 그래서 영화가 진행될수록 부자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브래드 피트의 놀라운 연기는 캐릭터의 과거와 그가 지닌 내면의 심리를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마치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을 읽듯이 섬세하게 캐릭터 로이의 복잡한 심경을 담아낸다.


그러면서 우주는 꿈을 향한 공간이자 고독을 안겨주는 고통을 전달하는 곳이라는 양면성이 드러난다. 여기서 한 꺼풀 벗겨내면, 가족이 주는 안정감과 억압기제가 서로 대립하는 양가적 감정이 교묘히 겹친다.


이는 자아(아트만, 我)와 우주(브라만, 梵)의 합일, 즉 불교와 힌두교에서 말하는 '범아일여(梵我一如)'이다.

그래서 <애드 아스트라>는 개인적인 여행처럼 보이지만, 그것 자체가 가족의 의미, 우주적 존재론까지 확장될 수 있다. 이번엔 동양철학 말고 서양철학으로 말해볼까? 실존이라고 번역되는 ‘existence’는 서 있는(sistere) 곳에서 나오다(ex)라는 뜻의 라틴어 ‘existere’에서 유래했다. 즉, 실존은 자신의 자리를 떠나는 운동이다. 관객은 영화속 여정을 지켜보면서 실존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게 한다. 그게 이 영화의 진정한 매력이다.



★★★★ (4.2/5.0) 


Good : 결코 평범함이라는 중력에 메이지 않는 작품!

Caution : 초반 심리묘사를 못 따라가면 한없이 지루해질 수 있다. 


●영화 제목은 ‘애드 아스트라’(AD ASTRA)는 “역경을 헤치고 별을 향하여”라는 뜻이다. 

정확하게는 'Per Aspera Ad Astra' 우리로 말하면 고진감래의 의미를 지닌 서양 속담이다.

또, 달 탐사 첫 임무를 맡고 우주로 향한 아폴로 1호 영웅들을 기리는 말이다.


●<어둠의 심연>은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원작이자, 제국주의를 고발한 책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레이가 <잃어버린 도시 Z>을 찍을 때는 코플라를 직접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애드 아스트라>는 <잃어버린 도시 Z>와는 동전의 양면같다. 구조는 같지만, 차이점도 있다.


● 프랑스 르몽드紙가 "현존하는 미국 최고의 감독이다"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 브래드 피트는 “로이를 통해 인간 대 인간의 관계, 인간의 취약성과 강인함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는 

그는 “‘애드 아스트라’는 그만큼 진정성 있는 영화”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만약 우주에 아무것도 없다면? 헤아릴 수 없는 공허함만 있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진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아이디어에 기꺼이 공감해 제작은 물론 주연으로도 나섰다.


참고로, 브래드 피트가 2002년 설립한 영화사 플랜 B는 ‘월드워 Z’ 같은 블록버스터부터

‘노예 12년’ ‘빅쇼트’ ‘문라이트’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옥자’ 등 예술영화를 제작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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