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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Sep 17. 2019

포스트 말론 Hollywood's Bleeding 후기

Hollywood's Bleeding(2019) 리뷰_멈블 랩의 카멜레온

랩도 아니고, 록도 아닌 회색지대를 노래하는 포스트 말론(Post Malone)은 여러 장르를 능숙하게 운용하며, 스트리밍 시장을 위해 맞춤형 앨범을 들고서 컴백했다. 다재다능한 그는 마치 카멜레온처럼 록, 랩, 컨트리, 소프트 록, R&B, 팝, 포크, 컨트리 음악들이 용광로 속에서 용해되어 여러 장르들이 하나가 된다. 그리고, 거의 모든 곡 안에 훌륭한 훅이 귀에 쏙쏙 박힌다. 

    

본질적으로는 70년대 엘튼 존이나 빌리 조엘처럼 누구나 좋아할 만한 멜로디를 추구하는 대중음악가지만, 겉으로는 ‘Lil’로 시작하는 요즘 랩 스타들처럼 ‘후드(Hood) 정서’라는 두꺼운 외투를 위에 걸쳐 입고 있다. 그래서 드레이크처럼 어둑하고 먹먹한 베이스와 멜랑콜리한 신스 멜로디를 필두로 비교적 널찍한 공간감과 미니멀한 비트를 곡 안에 채워 넣어 놨다.     


참고로, 후드(Hood)란, 빈민가 청년들이 가지는 길거리 정서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부과 여자, 마약을 이야기하면서 성공을 과시하고픈 랩 문화는 사다리를 걷어 차인 청년들에게 대리만족을 안긴다. 그러나 2019년 현재 미국 경제성장률이 주춤한 이때, 센 척하는 SWAG조차도 움츠러들게 된다. 실업과 불황 앞에 청춘들은 결국 불투명한 미래와 또다시 싸워야 한다.      


76년 선진국 중 처음으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영국 정부에 화가 난 영국 청년들이 펑크 록을 선택했듯이 2019년 청춘들은 포스트 말론의 손을 들어준다. 왜냐하면, 상처 입은 그들의 연약함을 달래주기 때문이다. 포스트 말론은 그런지 록에 담긴 루저(Loser) 정서를 멈블 랩과 기막히게 줄 타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더 부유하게 산다."는 명제가 깨진 X세대들의 불안과 좌절을 그런지(Grunge)가 정확히 짚었다. 마찬가지로 요즘 M세대 (Z세대) 역시 30년 전 X세대보다 더한 나약함과 우울증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네가 모르는 사람들을 두려워한다는 걸 알아, 네가 혼자 남겨지기 싫어한다는 걸 알아’라는 “Sunflower”의 가사만 봐도 포스트 말론이 청춘들의 심정을 정확히 진찰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어쨌든 포스트 말론의 모호함은 놀랍다. "Alleric"의 후렴구는 들으면 들을수록 신기하게도 2000년대 후반의 폴 아웃 보이, 어떤 때는 90년대 말의 위저, 어떨 때는 80년대 초의 빌리 조엘처럼 들린다. 또, 90년대 중반 팝 펑크의 문법을 차용한 "A Thousand Bad Times", SZA와 함께 한 "Staring At The Sun"는 90년대 인디 록의 느낌이 든다. 빈티지한 소울 "Myself"의 후렴구는 연약한 내면을 마구 노크한다.      


너바나처럼 고통을 테마로 삼은 “Goodbyes”은 다소 무난하고, 오지 오스본과 함께한 "Take What You Want"는 80년대 정형적인 작법에 갇혔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포스트 말론의 음악은 힙합과 얼터너티브 록이 겹치는 교집합에서 성립된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장르들이 대응하는 함숫값 f(x)을 찾지 못했는데 반해 포스트 말론은 그 변수들을 정확히 예측한다.  


그렇기 때문에《Hollywood's Bleeding》는 트랩 비트만 빼고 보면, 얼터너티브 혹은 브릿 팝처럼 들린다. 시대가 달라도 나약한 영혼의 울림을 예술로 승화하는 것이야 말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카타르시스’가 아닐까 이 앨범을 들으면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 (3.9/5.0)     

 

Good :  감미로운 멜로디로 청춘의 아픔을 달래준다.

Caution : 종종 트랩의 후드 정서와 그런지 록의 루저 정서가 충돌한다.


●《Hollywood's Bleeding》의 음악적 맥락을 고려해봤을 때, 본 이베어(Bon Iver)의 <i, i (2019)>와는 사촌관계에 있다. 두 앨범 모두 칸예의 <808s & Heartbreaks, 2008>의 손자뻘이라 할 수 있다. 음악적 원류는 같지만, 두 앨범은 다르게 들린다.      


포스트 말론이 근대미술처럼 선명하다면, 본 이베어가 현대 미술의 추상화처럼 들린다. 그렇기에 포스트 말론이 스트리밍 생태계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1. "Hollywood's Bleeding" 

2. "Saint-Tropez" 

3. "Enemies" (Ft. DaBaby) 

4. "Allergic" 

5. "A Thousand Bad Times" 

6. "Circles" 

7. "Die For Me" (Ft. Future & Halsey) 

8. "On The Road" (Ft. Meek Mill & Lil Baby) 

9. "Take What You Want" (Ft. Ozzy Osbourne & Travis Scott) 

10. "I'm Gonna Be" 

11. "Staring At The Sun" (Ft. SZA) 

12. "Sunflower (Spider-Man: Into the Spider Verse)" (Ft. Swae Lee) 

13. "Internet" 

14. "Goodbyes" (Ft. Young Thug) 

15. "Myself" 

16. "I Know" 

17. "W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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