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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Oct 02. 2019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 BEST 09

'타란티노의 지식은 당신을 뛰어넘을 것이다'-브래드 피트


지난 30여 년 동안 쿠엔틴 타란티노가 이룩한 문화적 영향력 영역은  너무나 커져서 제가 감히 논할 수 없다. 그래도 그의 팬으로서 타란티노가 연출한 9편의 장편영화를 놓고 순위를 매겨보려고 합니다.


그는 B급 영화와 비주류 대중문화를 주류 영화로 재창조하는 데에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 대중문화에 대한 취향이 영화적 무기가 된 쿠엔틴 타란티노는 '장르의 탐색가'로도 불린다. 극단적인 성향의 캐릭터들의 충돌, 장황하지만 시시껄렁한 장광설 대사들, 비선형적인 시나리오 구조, 강한 폭력적 카타르시스, 장르를 특정할 수 없는 극의 전개, 허무하면서 통쾌한 결말이 특징으로 한다.


그의 이러한 성향은 커다란 파급 효과를 나타냈으며, 199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이와 비슷한 유형의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제2의 타란티노"란 수식어가 붙은 가이 리치, 에드거 라이트, 매튜 본, 마틴 맥도나, 류승완 등 신예 감독들이 대거 등장하기도 했다

                

또, 2013년 쿠엔틴 타란티노는 영국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는 영화감독으로 선정됐다. 

PureMovies.co.uk에서 실시한 17명의 영화학자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당당하게 크리스토퍼 놀란을 제치고 1위로 꼽혔다.


1. 쿠엔틴 타란티노

2. 크리스토퍼 놀란

3. 알프레드 히치콕

4. 마틴 스콜세지

5. 스티븐 스필버그






#9 : 데쓰 프루프 (Death Proof, 2007)

타란티노 영화는 언제나 취향 그 자체가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데스 프루프>는 로버트 로드니게즈와 70년대 미국 영화를 본 경험을 재창조한 실험에 가깝다. 보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6,70년대 자동차 전용극장 <그라인드 하우스>에서 영화를 2편씩 보던 더블 피쳐(동시 상영) 방식이 있었는데 그 형식을 끌어들여 만든 B급 영화다.


그렇다, 그는 언제나 '형식주의자'이다. 1970년대 그라인드 하우스 시절 영화 특유의 끈적한 공기를 살려내기 위해 일부러 16mm 스크래치를 넣고 지지직거리는 음향효과를 입히고, 장면을 끊어먹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8 : 헤이트풀 8 (The Hateful Eight, 2015) 

아카데미 음악상

스파게티 웨스턴과 할리우드 수정주의 서부극을 뛰어넘어 고전 서부극을 끌어들였음에도 문학작품 같은 느릿느릿한 서술적 긴장감은 마치 '연극'이라 느껴질 만큼 독창적인 리듬을 지녔다. 특히 정의감에 대한 장광설을 늘어놓는 전반부가 그러하다. 그러면서도 무의미한 사법적 권능을 비웃는다.


이렇듯 존 포드의 <역마차>를 원전으로 삼았음에도 장르 해체의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또 그걸 해냈다. 그리고, 그런 기교의 과시가 채 가시기도 전에 갑작스러운 폭력과 죽음의 연쇄극이 펼쳐진다.


그런데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은 단독자(영웅)가 끼어들 틈도 없이 서부극 자체를 해체시켜 버린다. 이른바 사건을 종결짓는 '단독자'라는 서부극의 전제 자체를 뒤엎어버리는 반어적 기교에 혀를 내밀 수밖에 없다.

                                                                                                                                 




#7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2019)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미술상

타란티노가 1969년 할리우드 영화 및 TV 산업에 보내는 연애편지다. 그래서 <바스터즈>에서 ‘역사’를 재구성했듯이 이번엔 ‘시대’를 타란티노 입맛대로 요리한다.


역사상 실제 순간에 가상의 인물들을 밀어 넣고서, '폴란스키 가 살인사건'도 슬쩍 끼워놓고, 그때 그 시절 낭만 그 자체가 하나의 영화였을지 모르겠다는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그가 간직한 소중한 추억에 대한 연민, 그가 잊고 싶은 역사적 사건에 대한 단호함이 교차하면서 그 모호함을 동력 삼아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기성곡들을 완전히 다른 맥락으로 재편곡한다. 그 놀라운 상상력 속에서 다시는 오지 않을 시대에 대한 회한을 '옛날 옛적에 할리우드에서 있었다...'는 가상의 잔혹동화로 써 내려간다.


또한, 트루디 프레이저(줄리아 버터스)를 통해 디즈니와 PC로 대표되는 영화산업에 대한 조크를 날린다. 예를 들면, 'actress'가 아니라 'ACTOR'로 불리고 싶다는 8살짜리 배우는 월트 디즈니 전기를 읽는 모습처럼 말이다.


어느 쪽이든, 이것은 아마도 우리가 영화감독에서 볼 수 있는 노스탤지어를 최대한 담고 있다. 그렇기에 타란티노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따스한 영화가 탄생하게 되었다. 




#6 : 장고 : 분노의 추격자 (Django Unchained, 2012)

아카데미 각본상, 남우조연상

얼핏 서부극처럼 보이지만, <장고>의 실체는 '블랙스플로이테이션 무비'다.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이란, 1970년부터 1979년까지 250편 가까이 양산된 흑인 관객을 겨냥해 기획된 저예산 장르이다.


요란한 패션의 흑인 캐릭터들이 도시를 배경으로 펼치는 속도감 있는 액션과 코미디, 섹스를 주된 내용으로 삼았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블랙파워를 실현시킨다는 태도로 아프로-아메리칸 관객의 환호를 샀다.


장고 캐릭터를 '흑인(제이미 폭스)'으로 탈바꿈시켜 KKK단과 노예제도를 비웃으며, 스파게티 웨스턴과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을 결합한다. 또, 가장 백인적인 장르인 서부극에서 띄엄띄엄 존재했던 흑인 건맨의 역사를 다시금 복원시키는 작품이다. 예를 들면, 흑인 카우보이로 고전 서부극에 출연했던 배우 '우디 스트로드'다. 참고로, <토이스토리>의 주인공인 ‘우디’의 이름이 그에게서 왔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한 일화이다.



                                                                                     

#5 : 킬빌 1 & 2 (Kill Bill : Vol. 1 & Vol. 2, 2003-4)

쿠엔틴 타란티노는 항상 “70년대가 영화의 진정한 황금기였다”라고 말하는 감독이다. 그 취향을 그대로 반영한 전편은 블랙스플로이테이션과 일본의 야쿠자영화의 요소들을 뒤섞어놓았다면, 후편은 마카로니 웨스턴(세르지오 레오네)과 홍콩의 쇼브라더스 무협영화(호금전)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킬 빌> 시리즈는 괴상하고 웅장한 하나의 앙상블이다. 원래 계획대로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졌다면 어땠을까 짐작할 수 없을 만큼 2개의 이야기는 서로의 틈새를 메우며 온전한 하나의 복수담으로 향해간다. 그러면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무라이극, 무협물, 수정주의 서부극, B급 흑인 영화가 놀랍게도 공존한다. 실로 경이롭다.



                                                                                                            

#4 : 저수지의 개들 (Reservoir Dogs, 1992)

<저수지의 개들>은 이제까지 제작된 독립 영화 중 최고로 평가받는다. 왜 그럴까? 이 전설적인 데뷔작은 감독으로서 '쿠엔틴 타란티노의 모든 정체성'을 정의 내린다.


마돈나의 노래 해석부터 시작해서 대중문화 코드 전반을 다방면으로 인용하고, 잡담에 가까운 대사 스타일과 생생한 비속어들, 그리고 잔혹하리만치 강렬한 폭력 수위, 그리고 우연에 우연이 겹쳐 별개의 인물들이 엮이는 비선형적 서사구조 등은 이후 수많은 영화제작자들이 이 영화의 독특한 스타일을 모방하려 했다.



                                                                                  

#3 : 재키 브라운 (Jackie Brown, 1997)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사무엘 L 잭슨)

당시엔 지루하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확고한 스타일리스트인 타란티노가 자신의 화려한 스타일을 버린 결단은 정말 영리하고 용감하게 보인다.


고작 34세의 타란티노는 몸을 한껏 낮추고, 원작<럼 펀치>를 쓴 B급 범죄소설 대가 엘모어 레너드에게 철저히 맞췄다. 그래서 <재키 브라운>은 타란티노 작품 중 가장 절제됐다. 편집을 최소화하면서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의 여왕' 팸 그리어를 출연시켰지만, 이 영화는 블랙스플로이테이션와는 거리가 멀다. 도리어 '고전 필름누아르'에 더 가깝다.


깊이 들어가 보면, 재키(팸 그리어)와 맥스(로버트 포스터)의 낭만적인 중년 로맨스물이다. 타란티노의 카메라 속에서 보기 드문 인물들의 정서를 포착하려는 일종의 초상화 같다. 특히 엔딩은 숙성된 와인처럼 여운이 깊다.



                                                                                                                   

#2 :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Inglourious Basterds, 2009)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펄프 픽션>이다.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각각의 인물 와 사건들이 개별적으로 음미하도록 만들어진 영화다. 파편적인 인물들과 플롯이 폭발하듯 만나는 클라이맥스도 좋지만, 각 챕터마다 다른 스타일의 서스펜스가 제공된다는 사실이다.


유일한 차이점은, <킬 빌>이나 <데쓰 프루프>가 오로지 영화광들을 위한 70년대 B급영화들의 인용으로 넘쳐났다면,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전쟁영화의 관습을 모사하거나 비트는 재미로 가득하다는 점이다.


평소 그가 주로 인용하던 '대중문화'가 아닌 '역사' 그 자체를 허구의 세계로 끌어와서 2위에 둔다.



                                                             

#1 : 펄프 픽션 (Pulp Fiction, 1994)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아카데미 각본상, IMDB 평점 역대 7위

쓸데없는 수다는 경계를 허물며, 고상한 예술이 되기를 거부한다. 또, 연관 없는 이야기들이 미묘하게 연관되어 있는 상호 텍스트성, 비선형적 시간배치 또한, (영화의 역사에서) 독창적인 혁신을 가져왔다. 


<펄프 픽션 (Pulp Fiction)>은 복잡한 캐릭터와 이야기를 짜는 데 있어 반드시 승리하며, 모든 타란티노 영화들을 심사하는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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