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애니메이션-뮤지컬 <겨울왕국 2>은 <어벤저스 : 엔드게임>, <알라딘>에 뒤이어 올해 3번째 천만 영화에 도전한다. 2014년 전 세계를 사로잡은 ‘겨울왕국’은 안 나와 엘사 자매가 서로 화합하고 해피엔딩에 이르는 동화로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였다. 그래서 <겨울왕국 2>은 과감히 전편의 비밀(엘사가 마법을 얻게 된 연유)을 다룬 일종의 프리퀄이다. 그러므로 1편을 꼭 복습해야 한다. 또, 스포일러를 조심하시길 바란다.
1. 완결된 1편의 서사의 한계를 돌파하다.
6년 만에 나온 속편이니 만큼 자연스럽게 타깃 관객층의 연령대를 상향 조정했다. 전편에서 이미 엘사와 안나의 시스터후드(자매애)를 서로 확인했기에 <겨울왕국 2>는 부모님을 둘러싼 옛 비극을 다룬다. 여기서 <메리다와 마법의 숲(2012)>을 연상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부연설명을 하자면) 여성학에서 모성신화를 공격하는 페미니즘 분파가 있긴 하나, 주체적인 여성 서사를 1편처럼 이어가려는 제작진의 노력이라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그리고 왕국의 비밀도 밝혀진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그 담론이 매우 자연스럽게 녹여냈기에 영화가 사뭇 진지해진다. 반대로 캐릭터성은 전작과 최대한 유사하게 가져간다. 올라프는 이번에도 마스코트를 맡고 있고, 비교적 어두운 이번 영화에 활기를 가져다준다. 다만, 크리스토퍼는 안나에게 청혼하는 역할만 주는 게 약간 단조로워 보였다.
디즈니답지 않게 빌런이 등장하지 않지만, 낯선 사람들이 주는 공포감이 상당하다. <모아나(2016)>처럼 불편한 진실을 탐구하는 동안 주인공이 느끼는 심리적 충격을 리얼하게 담았다.
이처럼 <겨울왕국 2>는 디즈니 애니-뮤지컬이 갖고 있는 가족영화의 한계를 벗어나지만, 그로 인한 아이들이 쉽게 받아들이기에 어려워졌다. 그래서 앞서 말한 대로 다양한 연령층을 공략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그럼, 사운드트랙(OST)은 어떠할까?
2. <겨울왕국 2> 사운드트랙(OST) 해설
역대급 주제가 ‘렛 잇고’의 명성을 과연 뛰어넘을 수 있을까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겨울왕국 2 OST>는 굉장히 안전한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몇 가지 특징을 짚어보자면 첫째, 배우가 직접 부른 원곡 외에 실제 아티스트들 ‘위저, 패닉 엣 더 디스코, 케이시 머그 레 이브스’에게 새롭게 커버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는 영화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계층을 노리겠다는 마케팅 전략과 일치한다.
둘째, 가사가 보다 진취적이고 성숙해졌으며, 진지하고 우울한 단조 풍이 주를 이룬다. 엘사의 주제곡인 <Into The Unknown>은 자신의 정체성, 기원, 뿌리를 탐험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되어 있고, 이두나 왕비가 엘사·안나 자매에게 불러주는 <All Is Found>는 비밀이 담겨있고, 엘사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Show Yourself>는 영화의 하이라이트이며, 안나가 시련을 이겨내는 모습을 그린 <The Next Right Thing>도 역시 영화의 여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셋째, 사운드트랙 전작과 연계하거나 혹은 배반한다. 울라프의 시그니처 송 <In Summer (The Frozen, 2014)>의 후속작 <When I Am Older>은 재치 있게 전작을 이어받았는데 반해 80년대 파워 팝(록발라드) <Lost In The Woods>은 부모세대를 취향 저격했다. 콕 짚어 얘기하자면, 피터 세타라의 <Glory Of Love (Karate Kid II, 1986)>과 매우 유사하다.
영화와 OST 모두 전편과 매우 유사한 톤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니즈(Needs)'를 디자인하라’는 최근 마케팅 경향을 수용하려고 욕심을 부린다. 전자는 전작과 연계성을 강화한 덕분에 '재탕'이란 느낌을 주며, 후자인 제품 다양화는 안정된 매출을 약속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타협된 리더십을 의미한다. 일관된 전략이 부재함으로 인해 다소 말미암아 어정쩡한 면이 생길 여지가 있다. 문득 머니 코드를 꼭 쓴다고 해서 매번 히트곡이 나오지 않는다는 유명 작곡가의 말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3.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디즈니의 이중적 태도!
언뜻 보면 <겨울왕국 2>은 <디즈니 프린세스>를 극복한 듯싶지만, 역설적이게도 영화 곳곳에 전통적인 공주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투영시켜놓았다. 마법의 숲은 명백히 <잠자는 숲 속의 미녀(1959)>을 참고했으며, 반짝반짝거리는 눈부심 드로잉은 <신데렐라 (1950)>에서 영감을 얻은 듯싶다.
성급한 마무리가 아쉽지만, 시각적인 즐거움은 상당하다. 온통 하얀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겨울에서 벗어나 단풍이 절정에 든 늦가을로 시기를 앞당긴다. 아름답고도 공포스러운 물과 숲의 이미지로 확실히 전편과 차별화했다. 6년동안 발달한 CG 기술도 놀랍다. 새파란 하늘, 넘실거리는 파도 등은 실사인지 헷갈릴 정도로 섬세해서 보는 내내 장관이다. 특히 엘사가 물의 정령(워터 호스)을 타는 장면은 정말 훌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