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리뷰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La vérité, 2019)》 후기·리뷰_모녀관계의 실체!
학창 시절에 제2외국어로 불어를 배웠음에도 <La vérité>를 검색해봤다. 구글 신이 무지몽매한 한 인간에게 ‘진실’이라고 응답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진실’에 관한 영화인가? 각본 자체는 [아무도 모른다] 이후에 썼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국제적인 프로젝트로 제작되었을까? 여러 의문을 갖고서 영화를 지켜봤다.
원래 일본 배경이던 걸 프랑스로 각색했는데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 ‘세계적인 스타’라는 설정에 ‘까드린느 드뇌브‘라서 더 그럴싸해졌다. 다만 각색하면서 프랑스 사회에 대한 이해가 반영되지 못해서 완전히 일본적 색채를 지우지는 못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대배우 ‘파비안느 당주빌(까뜨린느 드뇌브)’은 <인터스텔라>가 살짝 연상되는 SF영화에서 나이 든 딸 역을 맡아 촬영 중이다. 자신의 회고록 발간을 앞두고서 집사인 뤼크(알랭 리볼트)가 갑자기 일을 그만두는 바람에 미국에서 작가로 일하는 딸 (줄리엣 비노쉬)가 프랑스로 귀국한다. 사위 행크(에단 호크)은 할리우드 2류 배우이고, 손녀딸 샤를로트(클레망틴 그르니에)와 함께 오랜만에 파비안느의 집을 찾는다. 출간 전에 엄마의 회고록을 읽은 뤼미르는 “엄마, 이 책에는 진실이라고는 없네요.”라며 거짓으로 가득한 책을 비난한다.
다 보고 나서 영화 속 진실을 어떻게 후기에 옮겨야 할까 고민했다. 보도자료를 보다 보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연기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을 구상하기 시작했고,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를 완성시켰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여기서 제목에 관한 의문점이 풀렸다. ‘연기’란, 시나리오에 쓰인 대로 등장인물을 현실에 그럴듯하게 배우가 표현하는 행위다.
고레에다 감독이 '엄마와 딸의 갈등'을 다루면서 둘 다 '허위'를 극화시키는 여배우와 시나리오 작가라는 직업을 끌고 온 점은 흥미롭다. 하지만 고레에다는 ‘페르소나(이미지 관리를 위해 쓰는 가면)’를 깊게 파고들지 않는다. 즉, 카를 융의 심리학 이론을 반영하기보다는 영화계의 뒷모습을 슬쩍 들쳐보는 정도다. 스타병에 걸린 배우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겪는 피곤함, 허구적인 스타성, 극본과 연기의 대립, 배우들 간의 기싸움 등을 갈등의 소재로 사용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엄마와 남편이 자식들에게 대하는 태도가 극히 대조적이라는 점이다.
끝으로, 제가 여기서 소재로만 쓰였다고 한정한 건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의 주제는 ‘가족 간의 이해’이기 때문이다.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지만, 힌트를 줄 순 있다. 손녀딸 샤를로트의 역할이 <걸어도 걸어도>의 손자 요코야마 아츠시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에릭 가티에가 맡은 촬영에 집중해보면 더 재밌게 볼 수 있다. 파비안느의 집과 스튜디오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유심히 지켜보자! 실제 생활공간과 허구의 SF영화 세트가 무얼 의미하는지 그것이 이 영화가 가진 최대 매력이다.
★★★☆ (3.4/5.0)
Good : 원래 친구가 됐다가 원수도 됐다가 하는 게 모녀관계다!
Caution : 첫 해외 진출작이라서 가볍게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어느 가족]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이 뿌듯했던 순간에 대해 “에단 호크가 흔쾌히 캐스팅 제의를 받아들였을 때”라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각본 작업부터 까뜨린느 드뇌브를 염두에 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의 처음 제목을 ‘까뜨린느에 관한 진실(The Truth About Catherine)’로 했을 만큼 까뜨린느 드뇌브와 함께 작업하기를 바랐다.
● 줄리엣 비노쉬는 칸영화제 <사랑을 카피하다>(2010), 베니스 영화제 <세 가지 색 : 블루>(1993), 베를린 영화제 <잉글리쉬 페이션트>(1997)로 세계 3대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모두 거머쥔 최초의 여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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